▲한신대 김이곤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
연초에 발생한 소망교회 사태를 짚어본 그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증언이라는 사명에 있어서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오늘의 교회들이 하나님 증언에 있어서는 자신감과 확실감을 잃어버렸으며 마침내는 교회 선교 최대의 원수인 교회 물량주의가 마치 교회의 본질적 과제인 양 잘못 확신하고 그것을 지향해 가고 있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했다.
이 같은 현상을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다소 비관적인 판단을 한 그는 "교회 이데올로기가 오늘 교회의 절대적 대세이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교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보여준 소망교회와는 그 격이 전혀 다른 사건이지만, 유니온신학교의 폴 니터 박사의 방한에 관한 자신의 비평을 곁들인 김 교수는 "종교 간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나 종교 다원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일반화하는 것은 비록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21세기에 있어서는 해묵은 낡은 과제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기독교란 종파를 포함한 종교계가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넘어 과학 만능주의가 낳고 있는 무신론 등에 대해 하나님 증언 문제를 본격화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든 불교든 이슬람이든 간에 그들 모두가 우리 신앙의 진정성을 증언하는 일보다는 그 본질과 무관하게 그저 외곽을 현학적으로만 겉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정말 자기의 정체성 마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 마저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하나님을 증언하는 본질적 과제에 멀어지게 된 원인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오늘의 기독교가 경전 기독교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 근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교회가 비록 저마다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예전을 강화하나 막상 진상을 들여다 보면 우리의 경전인 성서를 공부하고, 개선하고, 연구해 그것으로부터 교회의 진리를 도출해 내려고 몸부림 치는 교회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평신도와 더불어 진리를 묻고 답하는 성서 공부를 진행했던 장공 김재준 목사의 이야기를 꺼낸 김 교수는 오늘날 경전에서 한참 벗어난 길을 걷고 있는 기독교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만한 작은 실마리를 알려줬다.
"어느 평신도가 용감하게 강사 목사님인 김재준 목사께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은 도저히 믿을 수 없으니 동정녀가 어떻게 임신하였는지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그 때 장공 선생은 거룩한 교회에서 쓸데 없는 질문을 한다고 호통을 치시며 권위주의로 억누르지 않았고, 또 유머자 위트로 요새 유행하는 "남편 요셉도 나서지 않는데 니가 왜 나서느냐"며 폭소를 자아 내게 하는 것으로 그 난해한 질문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하지 않고 단지 조용한 말로 "비록 그것이 사람에게는 불가능해도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께는 가능하다고 믿습니다"라고 조용 조용하게 대답을 했다."
성서비평을 받아들인 장공이 경전으로서의 성서에 대한 절대적 확신도 함께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 자유로운 신학을 추구하며 문자화된 경전에 매이기를 거부한 그였지만 김 교수는 이날 누구보다 경전을 소중히 여긴 장공의 또다른 모습을 소개하며 ‘경전으로서의 교회’를 회복해야 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의 장공 추모예배 설교의 제목은 ‘나의 도움은 어디서 올까’(시편 121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