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영이 내게 내리셨다. 주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셔서, 포로 된 사람들에게 자유를, 눈먼 사람들에게 다시 보게 함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고,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눅 4:18∼19)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59회 실행위원회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교계 지도자분들과 기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59회기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해 일하는 동안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격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1년이라는 짧은 임기지만 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으로서 본회가 지향하고 있는 선교 목표와 사업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특히 본회는 이번 회기에 ‘이제 생명을 택하여라!’(신 30:19)는 말씀을 주제로 택하였습니다. 온 생명을 귀히 여기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뜻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저는 미약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 시간을 빌어 구제역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축산 농가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소중한 생명임에도 끔찍하게 죽어가는 가축들을 위해 기도하며 위로합니다. 한마디로 구제역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 탐욕의 대가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따라 온 생명을 귀히 여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제하지 못하는 우리의 욕심은 생명을 경시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인간 중심적인 삶을 영위했습니다. 그 탐욕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인간과 동물의 죽음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생활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새로운 대안을 세우지 않으면 이번 구제역보다 더욱 쓰라린 고통을 되풀이해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라도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따라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건과 절제의 삶을 통해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줄여가야만 합니다.
현재 한국교회와 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본회는 다음의 몇 가지 중점 사업을 통하여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증언하고자 합니다.
첫째, 기독교 진리의 핵심인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 노숙자 문제 해결에 온 교회가 힘을 모아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
예수 그리스도는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사셨습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가르침을 따라 나누고 섬기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그동안 높이 쌓아 올린 울타리를 걷어내고 사회 속으로, 고통의 자리로, 빈곤의 현장으로, 소외된 이웃들에게로 한걸음 다가서서 그들과 동행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의 삶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2008년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노숙인의 수는 약 4,500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실제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분들은 사회복지 안정망으로부터 조차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본회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길거리로 내몰린 사회적 약자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그분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노숙인들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를 모으려 합니다. 단순한 동정이나 시혜(施惠)적 차원이 아니라 그분들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진실되고 지속적인 자원봉사와 전문적인 주거복지가 실현되게 하여 이 땅의 노숙인들이 재기할 수 있는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노숙인 문제는 선진국에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한국교회가 힘을 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며 협력한다면 분명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교회들의 참여를 호소할 것이고, 첫 발걸음을 내딛을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노숙인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그분들이 새로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동시에 노숙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되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약자를 돌보고 배려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성경의 율법 정신에 충실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한국 교회의 뜻과 지혜를 모을 것입니다.
둘째,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을 설립하여 한국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이루어 가고자 합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왔습니다. 이러한 성장은 많은 신앙의 선배들의 눈물의 기도와 헌신으로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성장한 만큼 성숙해져야 할 때입니다.
(가칭)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은 한국교회가 성장과 성숙을 함께 소중히 여기며 균형적 발전을 이루어 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할 것입니다. 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공공성을 세워야 하고, 사회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교회는 비로소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오랜 분열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분열된 교단 간에 대화를 통하여 일치와 연합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일을 위하여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은 본회 회원교단 뿐만 아니라 비회원교단까지 포함하여 끊임없는 대화와 논의의 과정을 가질 것입니다. 특히 본 연구원에서는 예배, 영성, 직제 연구를 통하여 교파를 넘어 한국교회의 진정한 성장과 성숙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늘 빚진 심정으로 한국교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셋째, 2013년 WCC 총회를 잘 준비하여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이끌어내고 세계 교회와 굳게 연대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WCC 제10차 총회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한국교회는 WCC 총회가 생명, 평화, 정의를 노래하는 축제의 장(場)이 되도록 힘쓸 것이고, 세계 속에서 한국교회의 새로운 사명을 발견하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 일을 위해 한국교회는 최선을 다해 협력해야 합니다.
또한 WCC 총회를 통해 한국교회 분열의 역사를 돌아보며 자성과 성찰을 통해 가시적 일치와 연합을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성 안에 일치를 이루어 나가는 일! 바로 교회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WCC 총회는 한국교회의 영성, 신학, 신앙을 세계교회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교회의 놀라운 성숙을 이루어 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조만간 WCC 총회 준비위원회의 조직이 완성되면 이러한 일들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세계교회에 한국교회의 위상을 잘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평화는 그 어떤 이유로도 포기될 수 없습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남·북 평화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기도제목입니다. 본회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 왔고 앞으로도 기도의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남·북의 화해와 상생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민간교류까지 모두 막혀있는 상황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만큼은 속히 재개되어야 합니다. 전쟁 중 적군에게도 인도주의적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 적십자 운동의 철학이고 그것은 곧 기독교의 사랑에 깊이 뿌리박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전쟁을 치르기 이전에 5천년을 함께 살아온 형제·자매, 친척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이 굶주리고 있습니다. 특히 영·유아와 노약자들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올해도 3~4월 쯤에는 극심한 춘궁기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본회는 북한 동포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나누고 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협력하도록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위기(危機)’란 위험하지만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입니다. 현재 한국교회와 사회 앞에 놓인 위기를 발판삼아 오히려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으로서 이 거룩한 사명을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기도를 통해, 대화와 섬김의 자세를 가지고 감당할 것입니다. 저는 겸손하게 한국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제사장적 직무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예언자적 직무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주님께서 가셨던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고자 애쓰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하나님께서 늘 동행하실 것을 고백하며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모두에게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1월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이 영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