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타 종교에도 진리가 있는가?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이유는?

[2011년 첫 기획 대담]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의 경계선에서(1)

▲지난 2일 오후 구정 연휴를 끼고, 복음주의 그리고 에큐메니컬 진영의 대표적인 목회자 김명혁 목사와 전병금 목사를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이서진 기자 

지난 2일 구정 연휴를 끼고, 두 목회자와 함께 분열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화해와 일치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복음주의 그리고 에큐메니컬 진영의 대표적인 목회자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전병금 목사(NCCK 교회 일치 및 종교간대화 위원장)와 함께 대담을 진행한 것.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의 경계선에서’란 거창한 주제 아래 대담을 진행하던 중 기자는 그만 낙담아닌 낙담을 해야했다. 그 경계선 상에서 무엇인가 ‘차이’를 발견하고, ‘다름’ 속에서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컬 진영의 서로 간 활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좁히고, 공통분모를 찾으려 했던 것이 당초 대담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듯 같은 두 목회자의 의견 속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차이’를 발견하기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울줄 알았던 종교간 대화 문제에 있어서도 그랬고, 북한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에서도 교회의 사회적 책임의 정도를 따지는 일에서도 심지어 일부 보수 교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의 평가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타 종교에도 진리가 있는가?

얼마 전 조계종 초청으로 방한해 불교와 기독교 간 지속적이고, 의미있는 대화를 시도했던 뉴욕 유니온신학교의 종교 다원주의 연구 분야의 석학 폴 니터 박사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 도중 내뱉었던 "다른 종교 안에도 하나님이 활동하고 계시고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다"는 주장에 김명혁 목사는 "종교다원주의는 받아들이지 않지만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19년 삼일운동은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독립운동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킨 김 목사는 이어 "다른 종교에는 구원은 없지만 일반 은총의 차원에서 상대적인 진리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특히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는 선과 자비와 사랑과 영원을 추구하는 영적인 갈망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철학이 복음에 이르는 하나의 준비”라고 말했던 클레멘트의 말에 일리가 있고, 길선주 도사의 고민이 복음에 이르는 준비의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하나님은 우주의 모든 곳에 활동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종교 간 대화의 원칙에 있어 기독교 진리의 배타성과 포용성을 언급한 전병금 목사 역시 "구원의 은총은 오직 예수로만 가능하다"며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은 중요하나 기독교 진리의 배타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 김 목사와 견해차가 없어 보였다. 

지역의 종교인들과 2년 전부터 모임을 가져온 전 목사는 "불교, 가톨릭,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종교인들의 모임을 갖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을 함께 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바자회를 열어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했다. 종교인들의 마음은 다 한결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사회 공동선을 위해 종교간 대화와 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 목사는 지난 3,4년 동안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만들어 5개 종단의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대화와 협력을 해왔다. 작년 8월 27일에는 5개 종단의 종교인들 9명이 함께 밀가루 300톤을 갖고, 개성에 가서 그곳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돌아온 일이 있었는데 개신교 목회자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한 바 있었다.

김 목사는 "지금 우리 사회 안에는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남북은 물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갈등과 대결을 해소하고 사회의 화해와 협력을 이룰 수 있는 계층이 바로 종교인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북측의 종교인 대표로부터 "남북의 종교인들이 함께 만나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일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다는 김 목사는 앞으로도 이 일(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계속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량아사 위기에 처한 북한주민을 위해 한국교회가 할 일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과거 보수·복음주의 교회는 북한 집권층과 북한 주민들을 구별짓고, 집권층의 변화 없이는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도 없다는 정부측의 대북 정책을 노골적으로 지지했었다. 특히 최근 분열에 휩싸인 보수교회 연합기구 한기총은 ‘북한인권’은 줄기차게 외치면서도 정작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는 꿀먹은 병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이에 김명혁 목사는 "초대교회는 300여년 동안 죄악의 세력으로 세워진 로마제국의 정치적인 집단과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용서하고 사랑하면서 순교의 피를 흘렸다"면서 "우리는 우선 대량 아사에 처한 북한의 주민들을 불쌍히 여기며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야 한다. 북한 집권층도 불쌍히 여기며 (그들을)위하여 기도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북한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입장을 밝힌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노량진교회 림인식 원로목사의 주장을 되새겨 보기도 했다. 조 목사는 "북한을 대하는 자세는 사랑뿐"이라고, 림 목사는 "강도의 심판은 하나님께 맡기고, 강도 만난 북한 주민들을 돕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병금 목사는 "북한이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이면 우리는 어른이다"라며 "어른과 아이가 싸워서 되겠느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품고, 또 품어 변화시켜 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복음주의 교회에서 에큐메니컬 교회를 상대로 비판을 가할 때 자주 언급하는 ‘북한인권 침묵’에 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전 목사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인정하는 부분이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사춘기 소년은 달래고 품어줘야지 야단을 치면 더 삐뚤어지기 쉽다. 아직까지는 대화를 할 상대가 북한 집권층이니 그들의 비위를 자꾸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 목사는 "북한인권에 있어 생존권 문제 만큼 중요한게 어딨겠느냐"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전제하지 않은 북한인권 외침은 울리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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