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경총회장, 역대 총무 대거 참여 성역 없는 파격 혁신 논의
WCC에 평화협정 체결 위한 1억 명 서명운동, 부산총회 조그련 공동개최 제안
민주화, 인권, 통일 등은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가 끊임없이 한국사회에 외쳐온 변화의 주제다.
이제 기장은 스스로에게 외치고 있다. 변화다. 기장이 교단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독을 품고 ‘바꿔’를 외치고 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를 외쳤던 삼성으로부터도 배울 점이 적지 않다며 한 눈길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8일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기장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제95회 총회 제1차 기장 21세기 중장기 발전기획위원회’(이하 발기위)가 열렸다. 참석자 중 6명이 증경총회장이었고 역대 총무들도 참석해 기장의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위원회는 △개척/부흥/성장분과 △정의/평화/생명분과 △연합/일치/갱신분과 △신학/교육/목회분과 △비전/문서/정보화시대선교분과 △재산/조직/제도분과 등 6개 분과로 나뉘어 각 분과의 위원장을 증경총회장들이 맡고, 40인의 교단 각계 인사로 구성된 △새역사60주년준비분과가 추가되는 구조다.
먼저 배태진 총무는 발기위의 출범 배경을 한국교회에 대한 우려와 아울러 설명했다.
그는 현 한국교회가 축소재생산 구조를 해가며 서유럽교회처럼 사양길을 걷고 있는데다 ‘개독교’라고 욕까지 먹고 있는 실정 하에 많은 성도들이 떠나고 있고, 출산율 감소와 교회 유소년층 감소로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고 밝혔다.
또 ‘3백만 성도 운동’을 통해 유일하게 성도 수가 증가한 교단인 예장통합이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예장통합의 95회 총회 주제도 ‘차세대를 준비하는 교회’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양적 성장과 더불어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고 시대적 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는 양 날개 비상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분열을 경험했던 옛 형제 교단에 대한 호평만이 아니라 그 뒤에 언급한 기장에 대한 냉정한 평가였다.
그는 기장이 지금까지 한국역사와 시대 속에 횃불 역할을 해오면서 ‘하나님의 선교’ 신학에 기반을 두고 민중신학 해방신학 등을 전개하고 인권·민주화·통일·생태운동 등을 통해 세계교회 가운데 한국교회를 대표해왔으나, 이제는 기장이 오히려 염려의 대상이 되어 분발을 촉구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단의 현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더불어 선교의 지평을 새롭게 설정하기 위한 구조적, 영성적 혁신이 있어야 중장기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나 배울 점이 적지 않다”면서 삼성의 혁신을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이 무한경쟁의 구조 속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와 혁신에 주력한 결과, 지역을 갱신시키고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며 성역 없는 벤치마킹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예고했다.
“오늘 우리 기장이 서 있는 이 시점은 무척 중요한 카이로스의 시점입니다.”
그는 발기위와 분과위의 논의를 헌의안으로 만들어 2015년까지 제출, 교단 갱신의 기초로 삼을 것을 약속했다.
한편 배 총무는 (기장도 참여하는)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활동을 통해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가 함께 만나 상호 이해를 높이며 하나 되는 것이 총회 개최 자체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WCC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1억 명 서명운동과 아울러 2013년 부산총회에 북쪽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도 함께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연합해 WCC에 대한 이해를 보다 높이기 위한 국제협의회를 개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협의회는 교단 차원을 넘어 NCCK를 통한 영향력을 WCC를 위시한 세계교회에 발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막대한 재정 부담을 통해 NCCK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예장 통합과는 다른 접근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연합/일치/갱신분과위에는 전 NCCK 총무였던 권오성 목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총무의 발언 이후 진행된 전체 회의에서는 젊은 층의 참여와 지방 신학대학 신설 불가 입장 등이 제기됐다.
교단 전체의 지혜를 모으자는 차원에서 증경총회장과 역대 총무들이 대거 참여하는 일종의 특별위원회 신설이 파격적인 결단임에는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그 '논의'를 넘어 실천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데서 오는 부담감을 기장이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격적인 만큼 기존의 운동본부들, '손발'로 일컬어지는 비전2015 운동본부, 평화공동체 운동본부, 생태공동체 운동본부와의 향후 예상 가능한 불가피한 역할분담 혹은 조정 논의도 추가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