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온생명’ 생명평화 담론 이끌 한국 기독교의 중요 테제

김경재 목사 “전통기독교의 문자경전주의와 교리주의의 족쇄로부터 벗어나야”

▲8일 오후 7시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생명평화마당>이 열렸다. 이날 김경재 목사(한신대 명예교수, 삭개오작은교회)의 발제에 이어 김준우 박사(한국기독교연구소장), 조석민 박사(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 등이 논평을 했다. ⓒ김진한 기자

2010 생명평화선언에 참여한 진보 기독교 지식인들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한국교회와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신학적으로 진단하며 교회 안팎에서 실천해 나갈 방안들을 모색하기 위해 월례포럼 <생명평화마당>으로 모임을 정례화 하기로 했다.

8일 오후 7시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는 발제자 김경재 목사(한신대 명예교수, 삭개오작은교회)가 ‘지구촌과 한국사회 병든 현실을 치유하기 위한 '생명과 평화' 담론’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날 김 목사는 자신이 주장하려는 생명평화의 담론을 『물질·생명·인간』의 저자 장회익 교수의 ‘온생명’의 빛으로 인도를 받았다.

김 목사는 장 교수의 ‘온생명’ 풀이로 세 가지 테제를 집약해 제시했다. 그 첫 번째 테제는 △‘생명은 유기체적 관계 속에 있는 전체로서의 ‘하나의 생명’이다’였다. 그에 따르면, 장회익 교수는 떼이아르 샤르뎅이 세 단계 차원으로 대별한 지질권, 생명권, 정신권을 하나로 통전시키고, 그것을 자유에너지의 원천인 태양과의 관계성을 포함해 ‘온생명’이라고 명명했다.

김 목사는 "'온생명'은 '생명권'과 '정신권' 보다 더 포괄적인 '전체로서 자생적 생명단위'이다"라며 "'온생명'은 그 안에 수많은 '개체생명'을 포괄하고 있으며 '개체생명'은 '온생명'에서 그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생명 그물망의 총체인 '보생명'(補生命)과의 관계 속에서만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제하는 김경재 목사(한신대 명예교수, 삭개오작은교회) ⓒ김진한 기자

이어 '온생명'의 관점에서 현대사회의 정치·사회 철학을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김 목사는 "지금까지 인류를 지배해온 모든 형태의 정치철학에서 자유권, 선택권, 자기생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온 '개인주의적 자유주의 시장정치경제 철학'이 잘못이라는 것이 명백해진다"며 "동시에 실재와 생명이 지닌 상호관계성만을 강조해 '최대다수의 최다행복'을 모토로 하는 공리주의적 정치철학을 밑바탕에 깔고, 사회의 양극화를 지극히 자연스럽고 다양한 생명현상으로 보는 보수적 기득권자들의 사회진회론적 세계관이 인간적 삶의 연대성과 공동체적 생명의 상호공존속에 어긋나는 동물적 사유형태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가 제시한 두 번째 테제는 △‘전통적 신관과 인간관의 혁명적 변화 없이 세계관의 변화는 불가능하며 세계관의 변화 없이 새로운 문명의 탄생과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 전환은 불가능하다. 전통적 '청지기 모델'은 '중추신경계 모델'(장회익)에로 바꿔져야하고, 자연/초자연의 이원론적 세계관은 '하나의 그러나 다차원적 창조 세계관'에로 전환되어야 한다’였다.

"전통기독교의 문자경전주의와 교리주의의 족쇄로부터 벗어나서 성경(행17:24∼28, 엡4:6))이 증언하는 놀랍고도 위대한 하나님 신앙을 새롭게 재정립시켜야 한다"고 말한 김 목사는 ‘만물 위에 계신 하나님’이나 ‘만유를 통하여 계신 하나님’ 보다 비교적 기피해 온 '만유 안에 계신 하나님'의 재발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목사는 "새 시대의 <생명평화마당>의 신학적 담론은 세 가지 맥락이 통전되는 신학을 수행해야 한다"며 "그중에서도 일차적으로 시급한 것은 '우주존재론적 신학 담론'의 복권이다. 다른 말로 하면, 성서 안에서 흐르는 두 전승 곧 건강한 생명 충만을 모티브로 강조하는 '창조전승'과 해방과 정의실현을 모티브로 강조하는 '계약전승' 중에서 상대적으로 경시되거나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던 '창조전승'의 신학적 담론의 활성화가 시급히 요청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 목사는 "그동안 서구신학전통의 신학 담론이 지나치게 구원사중심의 '역사범주'에 매몰되어 왔음을 우리는 새삼스럽게 반서한다"고 했으며 "개신교 신학의 진보계열은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해방신학적 동기에 경도되었고, 그에 대조해 보수적 계열은 '정신 심령적 맥락'에서 개인영혼구원과 치유에 경도되었다"고도 했다.

이밖에 통전적 신학 담론의 형성에 있어 기존 전통신학의 청지기 모델에 대해 새로운 모델 '중추신경계 모델'에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 목사는 ▲'청지기 모델'은 고대 및 봉건적 신분사회라는 사회적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민주적이고 참여적이며 디지털화한 현대문명사회에서 설득력이 없다는 것 ▲'청지기 모델'은 주인과 관리인과 관리대상물, 그들 3자간의 관계개념이 '소유와 지배'의 관계이지 '소통과 동고동락'하는 유기체적 관계가 아니라는 것 ▲'청지기 모델'은 "개체는 전체를 위하여, 그리고 전체는 개체를 위하여"라는 유기체적 생태통일성 안에서 가능한 통전적 사유지평이 설 자리가 없게 만든다는 것 등을 들어 '청지기 모델'이 지닌 한계를 드러냈다.

김 목사는 "장회익이 제시한 '중추신경모델'은 그런 점에서 '청지기 모델'의 단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은유적 모델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중추신경계는 몸의 일부 기관이면서 몸의 모든 다른 기관들의 도움과 영양 산소공급 없이는 한시도 존재 할 수 없다. 신체기관 중 담낭이나 비록 똥을 담고 있는 큰 창자일지라도 그것들의 고장이나 죽음은 동시에 중추신경계의 죽음을 초래한다. 인간 몸에서 중추신경계는 말초신경기관이 보내오는 감각정보를 종합판단하고, 몸의 메카니즘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운동과 감정을 조정 명령하면서 반성적 자기성찰능력을 갖춘 유일한 생리적 기관이다.

마지막으로 제시한 태제는 △‘성경이 증언하는 평화는 '샬롬'이다. 샬롬은 평강이다. 평강은 평화와 건강의 통전적 개념이다. 생명이 원하는 것은 평강으로서 평화인데, 인간생명은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피조물 자연과의 관계에서, 동료인간과의 관계에서 평화롭고 건강한 관계를 누리기 원한다. '로마의 평화'와 본질적으로 다른 '그리스도의 평화'는 자유·정의·평등을 삼각축으로 하는 통전적 평화이다. '생명과 평화 담론'에서 정의 문제는 비켜갈 수 없는 핵심문제이다’ 였다.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한 것의 근본원인을 가치관의 뒤집힘에서 찾은 김 목사는 "인간의 무한 탐욕과 소비지향적 성향, 성장을 멈출 줄 모르는 시장경제체제, 인간의 오만과 위선, 형제살인과 근친상해의 원죄적 죄성, 문화의 견인차라고 할 수 있는 언론·대학·종교의 타락과 물신숭배적 풍조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당면과제와 변혁되어야 할 필수적 사항 3가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목사는 ▲성공적 목회 중인 개별교회라 해서 책임면제가 될 수 없고, 역사는 기독교 전체의 회개와 갱신을, 한국사회는 개신교 교회전체의 철저한 혁신과 공동책임을 묻는다. 개별교회 중심주의가 변혁되어야 산다고 했으며 ▲ 한국교회는 특히 지도자들의 철저한 회개와 자기성찰을 요구하며 보수계 교회지도자들과 진보계 교회지도자들 사이에 대화, 소통, 상호 배움, 변화협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권력욕과 명예욕과 더불어 재산욕까지 첨가한 치명적 삼독(三毒)이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을 양심에 화인 맞은 자 곧 파렴치한, 안하무인, 자존망대, 적그리스도인으로서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시대에 교회가 힘을 모아 전력해야 할 일차적 선교사명은 '기독교 교세확장'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공동체의 실현'이며, '십자군적 영성'이 아니라, '십자가의 영성'이다. 구체적으로 자연생태계의 보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 구현, 그리고 지구촌의 빈곤극복을 위한 청빈과 '예수살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목사는 "<생명평화마당>을 꿈꾸는 진보신학연대 젊은 일꾼들의 화급한 일은 무너져 내리고 파괴 되어가는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지키고, 복원하는 일이다"라고 발제를 마쳤다.

논평을 맡은 김준우 박사(한국기독교연구소장)는 "교회가 한국사회에 대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반지성주의, 권위주의, 배타주의, 우월주의만이 아니라 무한경쟁에서의 성공과 번영을 조장하고 탈정치성을 세뇌시킴으로써 세상의 위기에 대해 외면하고 침묵하도록 만드는 등 권력과 자본의 시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이어 "내세 구원 중심이 아니라 지구공동체 중심으로, 교리 중심이 아니라 실천 중심으로, 돈과 양적 성장 중심이 아니라 생명과 평화 중심으로, 경제 중심의 성공과 번영이 아니라 생태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전통 신학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는 김 목사의 발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신학적 활동과 교회 운동의 시작은 성서의 가르침에서 출발해 현재의 상황을 점검 분석한 뒤, 성서적 대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담론의 시작이 현재의 사회적 현상에서 출발한 점은 아쉽다"며 "생명과 평화, 그리고 정의 개념과 역사성 역시 성서 속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진보 기독교 지식인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생명평화마당>의 다음달 주제는 ‘장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기독교의 교회적, 성서적, 신학적 평가’다. 포럼은 3월 8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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