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계약신학에서 창조신학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김희헌 박사, 제2회 기장 생태목회자대회서 기조강연

▲제 2회 기장 생태목회자대회에서 김희헌 박사(한신대 연구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대부분의 교회는 낡은 세계관에 고착된 교리주의와 창조적 모험을 위험시하는 교권주의를 고수하며 스스로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그럴수록, 교회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으로 구원받아야 할 가련한 대상이 되어갔다.”

14일 제 2회 기장 생태목회자대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김희헌 박사(한신대 연구교수)가 교회의 낡은 신앙관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앙관의 변화 없이는 신앙 행동 양식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김 박사는 한국교회가 내포하고 있는 낡은 정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과감한 비판을 시도했다.

기독교 신학의 패러다임 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무엇보다 오늘날 대다수 보수적인 교회들이 유지하고 있는 계약신학의 전통으로부터 창조신학으로의 신학적 패러다임 이동을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기독교 신학은 오랫동안 계약신학(Covenant theology)의 전통 위에서 신앙을 해석해 왔다. 성경의 이 계약사상은 두 가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첫째, 계약이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고, 둘째, 계약은 계약 백성의 '신실성'의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김 박사는 그러나 전통적인 계약신학이 야기한 폐단도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의 역사에서 계약신학은 선민사상으로 구원의 확실성에 대한 증언이 교회 중심주의나 기독교 배타주의에 대한 옹호로 변질되곤 했다"고 말했으며 또 "근대의 교회가 역사의 창조를 주도하기보다는 제도와 집단의 보전이란 관심에 순응하면서 신실한 신앙에로의 촉구는 교리주의와 문자주의로 오해되어 길들여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 이후 진보적 학풍의 영향으로 계약신학에서 창조신학으로의 의식의 전환이 있었음을 확인한 김 박사는 "신학뿐만 아니라 여타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역시 사물의 관계성과 생명의 유기체적 창조성을 중시하는 방향에서 전개됐다"며 "인간과 세계 대한 의식의 혁명이라고 불릴만한 이 변화는 계약신학에 기초한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의 틀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시대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오늘날의 신학은 기독교 영성이 폐쇄된 신앙구조 안에서의 충실성(fidelity)이란 가치보다, 창조 세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누릴 평화에 대한 감수성(sensibility)의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창조신학의 기본적인 속성인 감수성이 오늘의 신학계에서 각광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김 박사는 창조신앙이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조명했다. 장공의 표현을 빌린 그는 "기독교 신학은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확립해야 한다"며 "이 비전을 상실할 때 신학은 자신의 고상한 어록에서 지독한 세속성을 드러내고 말며, 교회는 지켜야 할 배타성과 허용해야 할 포괄성을 분간치 못하는 조악함으로 신앙을 저열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또 창조신앙을 드높여 선교(목회)적 무기력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창조신앙은 제사장적 영성과 예언자적 영성의 조화로움 가운데 꽃핀다"며 "사두개적 교권주의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킨 예언자적 제사장과 바리새적 교리주의에 취하지 않은 제사장적 예언자가 등장해야 한다. 이 예언자적 제사장과 제사장적 예언자는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되어 "모든 생명의 정의로운 관계를 통해서 평화를 누리게 되는" 비전을 이루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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