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몰락하는 대학 살리려면? ‘신학’ 되찾아야”

신간 『대학의 몰락』

 ▲신간 '대학의 몰락'

대학의 몰락 ㅣ 서보명 지음 ㅣ 동연출판사 ㅣ 264쪽 ㅣ 1만 2천원

미국 시카고신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재미교포 서보명 교수는 몇 해 전 안식학기를 맞아 한국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때 한국은 “사회의 모든 분야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는데”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대학마저도 “이제는 사정없이 자본주의 세계화의 펀치를 맞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하게 되었다.

그는 한국의 대학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하고, 그 원인을 신학자이자 철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이 자본주의에 함몰돼 몰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학’과 ‘철학’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신간 『대학의 몰락』에서 편다.

몰락을 말하는 이유

대학의 견고한 체제에 ‘몰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이유는, 대학이 진리를 추구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세 대학의 가장 큰 유산은 변증과 논증을 통한 치열한 학문의 자세와 (기독교) 세계관의 이상을 통해 전체를 이해하는 이상주의”였는데 지금은 이러한 치열함을 상실했다고 보았다.

또 진리 추구와 지식 창출이라는 대학의 기능은 ‘대학의 자율과 자치 제도’를 통해 세상 권력과 거리를 둘 수 있었지만 지금의 대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학문적으로도 “중세 때는 신학이라는 형이상학으로, 근대에는 순수한 과학과 문화라는 이념으로 세상 권력과 거리를 둘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자본주의 바깥에서는 이해될 수 없는” 대학 체제로 변질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한때는 대학의 전유물로 생각되었지만, 이제 대학은 자본 창출의 선두 기지로의 전환을 요구 받고 있다”며 “그 시작은 1980년대 전후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및 영국의 대처리즘의 등장과 맥을 같이 하며, 사회와 경제에서 보수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적 이론으로 등장하면서 대학의 자본화가 가속화되었다. 이후 1989년 사회주의 계열의 몰락으로 신자유주의라는 극한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자본과 경쟁의 체제로 돌입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신자유주의로의 흡수는 ‘교회’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의 등장은 모든 종교의 찬란한 실패를 의미한다“며 “오랫동안 기독교에서는 이윤 추구 행위의 통제를 정의로운 경제 질서의 출발점이라고 이해했지만, 지금은 그에 대한 기억마저 상실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대학의 회복위해 '신학' 재고 필요해  

그는 대학을 회복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신학’의 중요성을 대학이 재고할 것을 말했다. 지나치게 세속화된 대학에 ‘신학’이 정화 기능을 제공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신학이 서구에서 대학의 역사를 열었다고 해도,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지식을 중시하는 지금의 대학에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까?

그는 “신학이 대학에 필요한 학문이라는 것은, 신학이 대학의 학문을 통제한 시대에 대한 향수 때문만은 아니”라며 “신학의 내적인 요구는 ‘지성’과 ‘비판의식’이다. 대학이 지성과 비판의식의 공간이 되려면 신학이 대학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거스틴에게서 신학과 타 학문의 공명 가능성을 찾았다. 대학이란 제도가 생기기 이미 800년 전에 기독교 밖 세속 교육에 신랄한 비판을 가한 어거스틴은 “학문적 배움을 통해 자신의 인기를 높이는 데 급급했고, 수사학을 가르친다면서 남을 이기는 기술을 팔았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이 같은 세속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성’의 한계에 있었다. 이에 그는 이성보다 신앙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학문으로서의 신학은 타 학문을 타락에서 일깨우고 진리라는 목적으로 이끄는 통합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가르쳤다.

대학의 변화를 위해 ‘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교회가 ‘대안적 공간’이라는 본래적 의미를 회복하여, 국가의 권력과 기업의 이윤 논리에 의거한 지식을 생산해내는 대학을 변화시키려 해야 한다”고 한 스텐리 하워와스(『대학의 현황』을 쓴 미국의 신학자)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대학을 개혁하자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현실을 위한 개혁이다…인간, 이상, 진리와 같은 한가한 주제들은 의제로도 끼지 못한다”며 “그런 주제들이 중요하다고 인식되려면 자본, 시장, 경쟁이라는 이 시대 우상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학 개혁의 핵심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데 있음을 강조했다. 


차례

1장 대학의 현실
대학이란?
경쟁
대학과 경쟁
대학의 몰락
대학과 인간 그리고 인문학
대학의 미래

2장 대학의 역사에서
대학의 출발
마틴 루터의 중세 대학 비판
칸트와 이성의 대학
베를린 대학
미국의 대학
미국과 한국의 대학
한국 대학의 역사와 현실

3장 대학과 철학
하이데거의 환상
리오타르와 데리다
알란 블룸의 꿈
매킨타이어의 대학

4장 학문론
공부란 무엇인가
대학과 감옥
레비나스와 타인에게 배움
언어와 학문

5장 대학에서 신학과 인문학
신학의 운명
신학과 인문학
시장의 신과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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