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김경재 목사] 왜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넣어야 하는가?

2008년 1월 13일 삭개오작은교회 설교

성경본문

마태복음 9:16∼17

설교문

1. 세계정신문화사 속에 이른 봄, 들판의 새풀처럼 막 돋아난 그리스도 공동체는 자신의 정체성을 점점 뚜렷하게 자각하기 시작하였다. 정통 유대교 테두리 안의 개혁파도 아니고, 세례요한 제자들의 금욕적 신앙공동체와도 다른 그 무엇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을‘생베조각’과‘새 포도주’로 자각하기 시작했다.‘생베조각’을 낡은 헌옷을 깁는데 붙여 놓거나,‘새 포도주’를 이미 늘어난 헌 짐승의 통가죽부대에 넣고 보면, 새 포도주의 발효와 숙성과정에서 발생하는 팽창력을 감당하지 못해 헌가죽부대가 터져버리는 경험을 예로 들었다.

2.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비유를 통하여, 자신들은 헌옷이나 낡은 가죽부대에 걸맞지 않는 새로운 생명공동체임을 자각했다.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고, 성령의 강림을 맘 속에 체험한 영적 공동체는‘새로운 피조물’로서 억누를 수 없는 생명의 충만한 힘, 생기, 새로운 그 무엇, 창조성을 느끼고 있었다. 정통유대교와 금욕적 신비주의 종교단체에는 안정성, 질서, 철저성, 절제와 엄격성 같은 장점도 있지만, 갈릴리 복음공동체가 맛보는 생동감, 신선함, 창조적 모험, 생명의 특징인 자발적 신축성이 그들 공동체에게는 결여되어 있었다. 

3.“생베조각을 낡은 헌 옷에 붙여 깁는 자가 없고,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부대에 담는 사람은 없다.”는 민중들의 생활경험에서 나온 진리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본질적 메시지는‘생명적인 것’과‘비생명적인 것’의 대립적 구별이다. 종교에서만이 아니라 교육, 예술, 정치, 경제 어느 영역에서든지‘생명적인 것’과‘비생명적인 것’의 겨룸은 팽팽하게 진행된다.‘생명적인 것’의 특징은 신축성, 탄력성, 창조성, 새로움, 낯설음, 고통이 따름, 스스로 함, 즐거운 고생, 자발성 등으로 나타난다.‘비생명적인 것’의 특징은 규칙, 제도, 반복, 안정, 획일, 모방, 능률성, 예측 가능성, 계량 가능성 등으로 나타난다.

4. 살아 생동하는 신앙공동체란 무엇인가? 장엄한 예배의식과 고색 찬연한 종교건축물, 정교하고 심원한 교리신학체계들 안에 숨 쉬는 것일까? 수많은 대중집회의 수량적 결집성에서 내뿜는 열기와 불퇴전의 십자군적 정열 속에 숨쉬는 것일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고, 숫자로서 계량하는 실증적 효율성과 능률성이 복음의 진리를 담보하는 것일까? 지표상승과 효율성이 곧바로‘진리’로 착각하는 시대 속에서,‘생명적인 것'의 가치를 소중하게 되찾기를 오늘 성경말씀은 촉구한다. 물질로서 가득한 대우주 속에서 녹색별 생명은 신비롭다. 동물적 약육강식의 생명진화 속에서, 진선미와 양심의 자각, 자기희생적인 사랑과 자비심의 꽃피어 남은 예사스런 사건이 아니다. 복음의 자녀들은 생명가치를 단연코 붙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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