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RP 종교간대화위원장 이정배 교수(감신대)가 제26차 정기총회에서 구제역과 관련해 종교인들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해 줄 것을 제안했다. ⓒ김진한 기자 |
범종교인들의 상생과 공존의 장을 열어 온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24일 서울 정동 프란시스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26차 총회에서 구제역 사태에 관한 범종교인들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했다.
KCRP는 성명서에서 구제역과 조류독감 같은 질병들이 인간의 행위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KCRP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과 공존해 온 동물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고자 했던 인간 탐욕이 문제였다"며 "이처럼 타자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했던 인간 중심의 사고를 철저히 회개하며 특히 종교인으로서 동물을 향했던 인간의 탐욕이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왔음을 알지 못한 무지를 반성한다"고 했다.
종교인으로서 동물의 생명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KCRP는 "일체 동물이 먹이사슬의 순환 고리에 얽혀있는 생명체임을 망각하고 인위적으로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린 것을 깊이 참회한다"며 향후 종교인들이 생명체 동물을 형제처럼 소중히 여길 것을 알렸다.
구제역 조치 미흡에 대한 정부의 각성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안이한 태도와 정책 부재로 인해 구제역은 전국토로 확산되었으며 법규에 따른 안락사를 이행하지 않거나 근육이완제 주사만 놓은 채로 동물을 생매장하는 비인도적인 처사를 자행했다"며 "내장 파열로 인한 동물의 비명과 산채로 묻히는 동물의 고통은 하늘의 비명이자 고통"이라고 했다.
아울러 동물의 생매장으로 주변환경이 훼손되고 있음을 알렸다. KCRP는 "매장으로 인한 침출수 유출에 의한 토양 및 지하수의 극심한 오염은 환경을 악화시키고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에 정부의 각성을 긴급히 촉구하며, 방역 및 예방조치를 인도적으로 새롭게 정비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KCRP는 ▲반생명적 축산 산업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인류의 육식 문화에 대한 총체적 반성을 촉구하고, ▲생명에 대한 인식의 문명사적 전환이 강력히 요청된다고 밝혔다.
특히, 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며 "동물의 권리장전 선언으로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상대의 절대의 위치에서 보게 하는 경외의 생명관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2011년 사업계획안이 확정됐다.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KCRP는 올해 △종교간 대화 연구모임 및 이웃종교이해강좌 △소통과 화합을 위한 종교 대토론회 △종교청년교육 및 평화캠프 △전국종교인교류대회 및 KCRP 창립 25주년 기념행사 등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