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제10차 총회 주제가 아시아교회 의견을 대폭 반영한 ‘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우리를 이끄소서’로 결정됐다. 하지만 주제가 결정되기까지 아시아교회와 서구교회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박성원 목사가 밝혔다.
▲박성원 목사(WCC 중앙위원) ⓒoikoumene.org |
그는 “아시아교회는 한국교회가 제기한 ‘생명’ 문제와 더불어 ‘정의·평화’ 문제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는 데 합의를 했다”며 그러나 서구교회는 “정의·평화 문제, 심지어 생명 문제까지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며 조금 발을 빼는 형국이었다”고 말했다. 유럽을 위시한 서구교회는 ‘교회 일치’를 강조하자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 이유를 그는 서구교회의 입지 약화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교회가 WCC에서 정치적 역할을 하게 되는 등, 구라파 서구교회가 에큐메니컬 세계에서 소위 ‘뿌리가 없는 상황’이 되면서 점점 관료주의화 되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자꾸 ‘교회 일치’ 문제로 가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론은 아시아 쪽으로 기울어졌다. 박 교수는 “아시아교회가 제안한 주제의 반대 제안으로 ‘교회 일치’ 문제가 나와서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막상 전체 중앙위원회에서 뚜껑을 열어 보니 ‘교회 일치’는 이제 신물이 난다는 분위기였다 아시아가 정의, 평화 문제로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교회 일치’로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토론이 안 될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치’를 넣자는 주장이 있어서 두 개 주장을 합쳐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와 일치로 이끄소서’라는 대안도 제시됐지만 “정의, 평화, 생명에의 초점을 흐려서는 안 된다고 해서 빼게 됐다”고 밝혔다. “총무(울라프 트비트 WCC 총무)도 ‘일치’로 가고 싶어 했는데, 전체 분위기가 그게 아니니까 포기해버렸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발제에서 그는, 이번 총회가 “생명중심의 문명(Life-giving civilization)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이후면 컴퓨터공학, 뇌 과학, 인공지능 등 모든 기술을 융합하여 사람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미국과학재단은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한 연구에 이미 착수했다”며 “이러한 시대에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이 아닌 기계적인 소모품으로 인식되게 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전쟁 기술의 개발 등도 인간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2013년 부산총회는 우주를 유기적이고 상생적인 사고로 인식하는 아시아적 인식론으로 신학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을 포함하여, 생명중심의 문명이라는 새로운 대안적 패러다임을 찾아가는 선교적 행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