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대한독립 만세 소리처럼, 토건독재에 맞서는 소리 높아질 것”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두물머리 1주년 기념 생명평화미사 봉헌

▲ 유영훈 대표는 그동안 수고해준 사제들과 신자들의 기도에 답례하며 감격했다.

지난 2월 15일 팔당유기농지의 농민들이 양평군청을 상대로 제기한 '하천전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수원지방법원이 "4대강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 점용허가를 시급히 취소할 만큼 공익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가운데, 3월 1일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두물머리 1주년 기념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미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70여 명의 사제들과 1300여 명의 신자가 참석한 가운데, 수원교구 최덕기 주교의 주례와 박창균 신부(마산교구)의 강론으로 진행됐다. 미사를 지켜보던 유영훈 팔당 공대위 위원장은 "1000석이나 되는 의자를 미리 마련해 두었는데, 땅바닥이 질퍽거리는 가운데도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 찾아온 신자들까지 합세해 예상외로 많이들 참석해 가슴 속에 훈풍이 부는듯 하다"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농사도 미사도 멈출 수 없다"며 "4대강 공사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가 높아지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미사에서 최덕기 주교는 이명박 대통령과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정치인들의 회개를 재삼 촉구했다. 최덕기 주교는 "삼일절인 오늘, 전국 각지에서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4대 종교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종단별 종교행사를 갖고 있다"며 "이는 마치 1919년 3월1일, 대한독립 만세 소리가 한반도를 뒤 흔들었듯이, 죽어가는 4대강을 살리기위하여 이명박 정권의 토건독재에 맞서 생명, 평화의 물결이 전국에 퍼져나가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영훈 팔당공대위 대표는, "작년 2월 17일 두물머리에서 시작된 생명평화미사는 1주년 미사를 봉헌하는 오늘까지 단 하루도 거른 적이 없었다. 노래 가사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 그리고 여름 장마와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 또한 추석명절과 설날에도 미사는 이어졌다"며 그동안 미사를 봉헌해 온 천주교연대 사제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사제들이 천주교회 특유의 성실, 끈기의 장점과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미사뿐 아니라 삭발, 단식, 일인시위, 추운날 덕수궁 앞에서 노숙단식등 온몸으로 4대강 사업저지에 투신했기 때문에 지난 2월 15일 정부를 상대로 한 4대강 재판에서 유일하게 팔당농민들이 승소하는 감격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감격스러워 하며, 아울러 지난 1년 동안 이어진 미사에 함께 하며 팔당 농민들에게 사랑과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준 신자들에게도 감사를 표시했다.

▲ 두물머리 미사 1주년을 맞이해 서울, 대구, 광주,  대전, 마산, 수원, 의정부 등 전국에서 사제와 신자들이 모여서 자축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우리 농민들의 정당성을 꺾는 짓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농민들로부터 땅을 빼앗기 위해 농민들이 합법적으로 취득한 경작권, 즉 하천점용허가를 2012년 12월31일까지 아직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소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불법경작자라고 저희 농민들을 고발하고 경찰에 조사받도록 만들었습니다. 수십년 지켜온 농지를, 팔당댐 건설하며 수용당한 뒤 다시 임대를 받아 농사지어온 그 땅을 국가에 소유권이 있으므로 무조건 내놓으라는 겁니다.

졸지에 불법경작자 신세로 전락한 저희 농민들의 처지가 화나고 서글펐습니다. 더구나 저희들을 정말 분노케 하는 일은 유기농업도 수질을 오염시키는 오염원이니 강변에서 농사는 일체 지어서는 안된다는 억지 논리를 막무가내식으로 앞세우는 정부와 경기도 김문수지사의 무지막지함이었습니다. 김문수지사는 물탱크안에서 신부님들이 무슨 기도를 하느냐는 망발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참으로 저희 농민들은 분했습니다. 아무리 농업이 홀대 받는다고 하여도, 유기농으로 팔당호를 지키고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진다는 보람 하나로 살아온 저희들을 어찌 오염원이요 불법자로 내몬단 말입니까? 그래서 저희들은 정부의 하천점용허가취소는 부당하다며 행정재판을 제기했습니다. 농민들이 돈을 모아 변호사도 선임하고 며칠 밤을 세워가며 옛날 자료 뒤져서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유영훈 대표는 "이 재판은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있으며, 1심의 승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그저께 3월3일이 지나면 수용재결이 떨어진다는 통지문이 도착했다"며 이대로 가면 3월말이나 4월초에는 강제집행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미사를 마치면서 참석 사제들과 신자들은 성명서를 발표해 4대강 사업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밤낮없이 강행되는 무리한 공사로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고, 강 생태계와 동물과 식물들은 죽어갔다"며 "정녕 구약성경 탈출기에 나오는 파라오의 오만과 악행이 하느님을 분노케 하여 결국 강물이 피로 변하는 참담한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제역을 비롯한 민생현안에 대한 수습의지도 찾아볼 수 없고 상반기 안에 4대강 토건공사를 단숨에 해치우겠다는 정부에 대해 "전능한 존재인 양 행세하는 MB정권게 국민이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며 개탄했다. 따라서 천주교 연대는 "4대강 사업이 중단되고 원상 복구되어 생명들과 후손들이 누릴 평화로운 세상이 오길 계속 기도할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을 진두지휘한 이 대통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농사짓는다'는 팔당공대위의 계획에 따라서, 미리 갈아놓은 밭에서 함께 감자 모종을 심었다.  천주교연대는 오는 3월 28일 대구에서, 4월 18일에는 낙동강 권역에서, 5월 16일에는 광주에서 연이어 생명평화 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011년 3월 2일 한상봉  isu@nahnews.net


(기사제휴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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