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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칼럼]한기총 지도부는 교만, 태만, 기만 병에서 벗어나라

숨밭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삭개오작은교회 원로목사)


▲본지 자문위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인간의 죄 중에 교만(驕慢)은 잘난 체 하고 뽐내고 버릇없이 구는 것을 말한다. 교만이 종교인에게는 치명적이어서 겸손할 줄 모르고 ‘경건한 교만병’에 걸리면 거의  치유가능이 없을 정도이다. 교만은 대체로 힘있거나 잘난 사람들, 지위가 높은 사람들, 일시 성공한 사람에게 마약처럼 스며든다. 교만병의 병색은 독선과 독단이라는 증세로서 나타난다. 자기만이 옳고, 자기집단만이 가장 선한고 정의로운 진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장담하면서 자기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공격한다. 요즘 말로 삶의 다양성과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획일적 사고를 좋아한다. 
 
교만과 정반대 죄성이 태만(怠慢)인데, 사실은 교만 못지않게 깊은 죄성의 뿌리이다. 태만은 겸손으로 위장하면서 아예 가능성을 포기하거나 자기개발이나 선을 행할 능력을 활용하지 않는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여”라고 핑계대면서 실천적 수행마저도 포기하여 ‘싸구려 은총신앙’에 만족한다.  태만은 심신이 약한 자에게 보다는 보통 중산층 사람에게 파고든다. 창조적 모험과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  
 
기만(欺瞞)은 남을 그럴듯하게 속이는 죄인데, 남을 속이는 것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자기 자신이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면서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 자기기만(自己欺瞞)이라는 것이다. 교만과 태만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본래적 인간성에서 이탈한 것임을 양심이 깊은 곳에서 눈치채고 있기에, 영악한 인간은 양심가책을 은폐하려고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자기기만에 몰입한다.
  
요즘 교계 소식통은 물론이요 일반사회 언론에서도 한기총 지도부의 사고와 행태에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넘어서 이젠 비판과 멸시를 서슴지 않고, 한기총을 우리사회의 문제집단으로 한국지성사회는 보고있다. 그 이유는 한기총 지도부가 앞서 언급한 교만, 태만, 그리고 기만 죄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벌여온 중도보수적 교계지성인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기총은 존재이유가 없으니 해체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하겠는가? 나는 손봉호 명예교수의 주장이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하여 적극적 찬성을 표하고 싶은 것이다. 오늘의 ‘한기총’을  탄생시키는 데 산파 역할을 하셨던 타계하신 한경직 목사가 오늘의 ‘한기총’의 모습을 천국에서 보신다면 같은 생각이라고 하실 것이다.
  
중세기의 ‘성직매매’ 행위나  다름없는 한기총 임원선거나 조직운영을 둘러싸고 연일 폭로되는 금권선거와 계파 간 권력싸움은 너무 많은 사회의 지탄 대상이 되어서 부끄러워 더 이상 언급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사실 깊이 들여다보면, 도덕적 타락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종교적 교만, 태만 기만 병에 걸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기독교교회를 중세기 십자군을 일으키던 시대의 집단체로 오도하여 이슬람문화권과 그 사회의 종교를 적대적 대상으로 삼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이슬람채권법’이 국회 안건으로 상정되는 것을 반대하고 막으면서 개신교 보수교단이 선거표심을 이용하여 저지시킨 사건을 가지고 세간에서는 말이 많다. 비판요지는 정교분리 원칙을 무시했다는 것과 종교지도자가 ‘이슬람채권법’을 국회상정하고 통과시킨다면 대통령 하야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발언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종교인의 오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이슬람채권법’ 상정을 저지시켜 금융사업계나 국가 경제정책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데 있지 않다. 또한,  MB 정권 탄생에 큰 공로를 세운 한국 보수계기독교 최고지도자라 할 만한 사람이, 청와대도 깜짝 놀랄만한 ‘대통령퇴진운동’ 같은 금계수위 발언까지 했다는 충격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 아니다.
  
진정한 문제의 심각성은 한국 ‘한기총’의 지도부가 아브라함종교의 뿌리에서 나온 이슬람종교를 기독교의 적대세력으로 간주하고, ‘이슬람채권법’ 통과 후에 한국에 들어오는 이슬람 중동국가의 금융자산과 함께, 이슬람종교 세력이 물밀듯이 올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반대를 한다는 데 있다. 이슬람 중동국가들의 금융자산과 이슬람종교와 이슬람테러집단을 잠정적 연계 고리로 묶어서  이슬람문화 및 종교와의 적대적 종교전쟁을 선전포고 하는 것과 같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중동 산유국 이슬람국가들의 반응이 벌써 심상치 않다.  
 
지구촌은 종교문화의 다양성을 상호 존중하고, 타문화 인종 종교에 관용과 이해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돌아선 지 이미 반세기가 지났다. 그 가장 뚜렷한 이정표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였다. 그런데, 눈먼 지도자들처럼 한기총 지도부만이 이슬람종교를 배타적 대상종교로 바라보며,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시대착오적 발언과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 신문보도에 의하면(한겨레, 3월3일자 종교면 기사),  지금 금권선거로 분쟁에 휩싸인 한기총 길자연 목사 지도부는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 반대운동을 펼칠것으로 보도되는데, 그 반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세계교회협의회가 이웃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용인하고 사회정의 문제에 너무 관심을 쏟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 불교계와 항상 충돌을 일으켜온 한기총 보수지도자들이 이번엔 13억 인구를 가진 지구촌 이슬람 문화권을 적대적 문명사회로, 이교적 우상숭배 국가들로서 매도하며 싸움을 걸자는 것이다. 교만, 태만 기만의 극치를 보는 듯하여 기가 막히다. 한기총 지도부 인사들이여, 눈을 바로 뜨고 세계를 바로 보시라. 순박한 하나님의 자녀들을  ‘복음주의 노선’ 이라는 그럴듯한 동굴 속에 가두어 ‘닫힌 종교’ 신도들로 만들지 말고,  ‘열린 종교’의 자유인으로 해방시켜, 세상 한복판에서 빛의 자녀들로서 이웃 종교인들과도 대화하고 협력하고 사랑하면서 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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