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사태를 묻는다1]
“성숙한 시민사회, 교회에 대한 날선 비판적 안목가져”
한기총 이름으로의 개혁에 “시민사회, 진정성 안받아들일 것”
“큰 교회, 큰 교단으로부터 예수의 정신이 살아있는 작은 교회로 눈 돌려야”
“큰 교회, 규모의 논리 따르기 보다 불편함 감수해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 그는 한기총 사태에 "개혁은 이미 늦었고 해체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수 기자 |
한기총개혁을위한기독인네트워크(이하 한기총개혁네트워크)가 지난 3일 한기총의 금권선거 파문과 관련, 한기총의 대책을 묻는 ‘한기총 사태에 대한 대책 질의서’를 발표한 가운데 4일 한기총개혁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 중 하나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의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를 만나 현 한기총 사태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개혁’이 없다면 ‘탈퇴’ 운동을 불사하겠다는 한기총개혁네트워크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김 목사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개혁’의 효력에까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기총이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평가였다. 또 설혹 한기총 지도부가 죄책 고백을 하고, 개혁을 외친다 해도 우리사회는 그리고 교회는 그 진정성을 받아들여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오늘 한국교회의 부패상을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한 그는 그럼에도 불구, 이처럼 사회에서의 교회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현상에 "사회가 교회를 보는 시선이 좀더 구체화 되었다"면서 "옛날에는 (교회에서 문제가 터질때마다)대충 얼버무리고 넘어 가곤 했는데 지금은 좀 더 (사회가 교회를)냉철하게 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제자리를 고수하며 변혁보다 현실에 안주하기를 반기는 보수 개신교계를 오늘의 지성사회가 보다 더 세련되고 비판적인 안목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는 얘기였다.
김 목사는 "역사를 캐물어보면 한국 개신교의 추문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초기부터 그래왔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형편이 좀 나아진 것이다"라며 "그런데 이제 시민사회가 더 이상 기독교를 어떤 선망이나 모방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갖고 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의 개신교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식을 잠시 논한 그는 우리나라가 일제식민지 해방, 한국 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을 근대화의 표상으로만 보았고, 미국의 정신과 문화를 담고 있는 종교인 개신교를 선망의 대상으로만 보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개신교가 가져다 준 민주주의 가치가 시민사회를 성숙시켰고, 성숙한 시민사회는 개신교를, 특히 보수 개신교를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지지하기 보다 이제는 날선 비판적 안목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시민사회의 비판적 시각이 사회와 소통이 가능한 상식적 수준의 한국교회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않겠느냐는 취지로 "교회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느냐"고 묻자 김 목사는 "항상 위기는 기회일 수 있는데 현재 한국교회가 위기의식에 대응하는 방법을 보면 그렇게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속살이 훤히 드러난 한국교회의 치부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개혁 의지에 낙제 점수를 줬다.
교회 밖에서 비판적 거리를 두고, 교회와 시민사회 양쪽으로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해온 그는 오늘의 시민사회가 교회를 대하는 정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음을 경고했으며 또 한기총의 개선을 바라기는 늦은감이 있다는 평도 내렸다. "밖의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독교에 비관적이다"라고 말한 김 목사는 "한기총 지도자들이 무엇인가를 다시 하고 싶다면 해체하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해야 할 것"이라며 "한기총이란 이름을 가지고 뭘 하겠다는 것은 늦은 것 같다. 설사 그들이 정말 변한다 해도 사람들이 관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기총의 태생적 한계도 지적했다. 김 목사는 "사실 20년 전 한기총이 처음 등장할 때도 시민사회의 책임있는 집단으로 자기를 표현하고자 등장한게 아니었다"며 "NCCK의 통일운동에 대한 위기 의식으로 보수 교회들이 결속한 것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기총은 등장부터 불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NCCK가 그렇다고 다 옳다고 볼 수도 없지만 그런 NCCK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의 등장은 한국 기독교의 유아적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며 "한기총의 모습이 갈수록 한국 기독교의 평균보다 못하며 한국 기독교 전체를 욕먹이는 일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갱신을 하겠는가. 갱신은 못한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한기총 사태 이후 어디에 한국교회 희망의 촛대를 어디로 옮겨 놓을지에 대해 "로마제국에서 예수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초라한 여느 이름에 불과했다"며 "그러나 예수의 작은 행동이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지 않은가. 큰 교회, 큰 교단이 아닌 작지만 예수의 정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신학적으로 삶으로 다듬어가는 노력을 하고 있는 교회 공동체, 그리스도인들이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기존 큰 교회의 구조적 갱신도 병행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규모는 댓가를 치른다'는 자각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 아래 규모의 논리에 사로잡힌 큰 교회들을 예수 시대 예루살렘 성전에 빗대어 그는 오늘의 한국교회와 예루살렘 성전과의 공통점을 ‘소비의 도시’에서 찾았다.
김 목사에 따르면, 예수 시대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제사를 통한 죄사함을 얻기 위해 모여드는 순례자들의 최종 행선지였다. 순례자들은 양, 소, 비둘기 등을 번제해 바쳐야 하는데 성전을 독점 운영하는 종교 관리인들에게 거액의 선납금을 지불하곤 했다. 이 뿐 아니라 예루살렘 성지로 이어지는 산지가 많아 물류비용도 적지않게 들었으며 산지 곳곳에 숨어있는 산적들의 위협 때문에 물류비용 못지 않은 경호비용까지 내야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그들은 가져온 번제물로 제사를 드리는 것으로 죄사함의 의식을 마쳤다. 예루살렘은 생산성이 없는 철저한 ‘소비의 도시’였던 것이다.
이 같이 제사의식을 통해 거대한 규모를 추구했던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켜 예수님은 "강도의 굴혈"이라고 비난했던 것이며 세례 요한은 죄사함 의식을 ‘제사’가 아닌 ‘물세례’로 대체함으로써 예루살렘 성전에 반기를 들었다. 하나 같이 파격적인 말이요 행동이었다.
"한국교회가 예수님 시대의 성전과 다를게 무엇이냐"고 반문한 김 목사는 "강도의 소굴이라는 비난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교회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형교회를 향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며 "(시민사회의 책임있는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이제는 교회가 앞장서서 (불편함을)감수해야 하는데 안하면 방법이 없다. 댓가를 치르지 않고서 뭘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