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교회는 왜 덩치 큰 어린아이가 되었는가

제4회 수표교포럼 ‘한국교회의 쇄신과 성숙’

▲23일 오후 서초동 수표교교회에서 제4회 수표교포럼이 열렸다. 이날 발제자들은 ‘한국교회의 쇄신과 성숙’을 주제로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함께 앞으로의 갈 방향을 제시했다. ⓒ베리타스

‘한국교회의 쇄신과 성숙’을 주제로 수표교교회(담임 김고광 목사)가 제4회 수표교포럼을 열었다. 23일 오후 서초동 수표교교회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이원규 교수(감신대 종교사회학)와 조성돈 교수(실천신대원 목회사회학)가 각각 ‘성장 이후 한국교회의 비전’ ‘성장형 교회에서 성숙한 교회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성장후기(Post-growth)에 접어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제시됐다. 논찬은 김경동 교수(실천신대원 석좌교수)와 이재열 교수(서울대 사회학)가 맡았다. 

물량주의, 성장제일주의 등 세속화 극복 시급한 과제

이원규 교수는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그 원인을 분석하는 한편, 다시 존경받는 교회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종교사회학적 관점에서 규명했다.

1960~70년대 한국교회는 사회적 평판이 좋았다. 보수진영에서는 복음적이고 성령운동적인 신앙운동이 전개되어 교회가 부흥할 수 있었다. 또 진보진영에서는 민주화와 경제적 평등화, 사회적 복지화 등의 사회운동을 활발히 일으키면서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교회의 사회적 평판이 나빠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반기독교 운동까지 확산되면서 교회가 비판받기 시작했다.

▲이원규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베리타스

“한국교회가 사회적 존경과 신뢰를 잃게 된 것은 무엇보다 교회가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성장 부작용’일 수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급성장하면서 너무 자만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교회는 세속화되었고, 순수한 신앙을 잃어버렸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면서 “영성을 말하면서도 부와 권력과 명예를 탐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념과 감투 싸움으로 300개가 넘는 교파로 분열하고, 금권선거로 얼룩진 교단 선거와 교회를 사고 파는 매매행위 등 비성서적 행태들이 한국교회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세속주의에 물든 한국교회는 ‘영성’(spirituality)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말한 영성은 ‘비움의 영성’과 ‘바름의 영성’ ‘나눔의 영성’이다. 겸손하고 정직하게 살면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다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이같은 참된 영성을 찾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지·정·의 균형잡힌 목회와 사회적 책임 추구할 때

조성돈 교수는 한국교회의 쇠퇴 원인이 "감성적 활력목회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교회가 이성과 합리성을 회복하고,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새벽기도, 부활절행사, 여름수련회, 기도특공대 등 끊임없는 행사로 성도들이 감성적 흥분상태가 유지되도록 한 활력목회가 산업화시대에 교회 성장의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이같은 감성적 활력목회는 역효과를 일으켜 교회 성장의 쇠퇴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감성적 흥분상태를 유지시키는 이러한 교회 장치들과 온몸을 진동시키는 드럼, 높은 불륨의 찬양들로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활력목회는 산업화시대 한국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며 “사회에서 경험하는 활력 넘치는 산업화의 분위기와 교회의 성령충만의 활력이 동일한 삶과 신앙의 문법으로 경험되어 교회를 찾은 사람들이 쉽게 정착하고 헌신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력목회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운 나머지 기독교를 감성적 종교로 퇴색시켰고, 산업화시대와 비교해 수준이 높아진 현대인들에게 역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화시대 한국인들은 세상과 다르지 않은 분주함과 활력에서 친밀함을 느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감성의 표출보다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거룩함에 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현대인들은 예전을 강조하는 가톨릭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종교사회학 관점을 빌려 과거 개신교가 중상층, 가톨릭이 중하층으로 계층성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면 지금은 오히려 개신교가 중하층, 가톨릭이 중상층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개신교가 그동안 너무 감성적인 종교로 흘러버린 결과라는 것이다.

실례로 구도자 중심으로 교회 문화를 변화시켰던 ‘경배와 찬양’이 대표적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대형 교회가 된 교회들을 살펴보면 거의 ‘경배와 찬양’에 익숙한 교회들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교회들은 이러한 문화를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경배와 찬양’ 문화가 한국교회에 유행하고 있을 때 한국의 개신교 인구는 줄어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경배와 찬양이라는 문화를 통해서 대형 교회가 출현했고, 대형 교회는 더욱 큰 교회가 되었는데 실제적으로 개신교인은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전도를 통해서 새로운 교인들이 유입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이러한 문화에 익숙한 교인들이 좀 더 화려한 문화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대형 교회로 ‘수평이동’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균형있는 신앙을 회복할 것을 권했다. 조 교수가 말한 균형 있는 신앙은 지식과 감성, 의지가 고루 갖춰진 신앙이다. 그동안 감성이 강조되면서 설교도 이성적 설득보다 감성적 감동만을 추구했다. 그러다 보니 설교가 점점 선동적이고 감각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기독교인들의 삶의 태도와 신앙의 모습, 세계관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직접 성찰하고 경험하기를 원한다. 그만큼 한국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과거 활력목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목회자가 국민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뒤따라가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에 경배와 찬양을 소개했던 교회들은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영성목회로 그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제 작은교회들이 겨우 쫓아가려고 하는데 시대는 변하고, 목회 역시 그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한국교회의 큰 딜레마이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가 덩치는 커졌는데 어린아이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성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성숙한 교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 그는 한국교회가 이제는 그 규모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견해를 밝힌 조 교수는 “사랑과 정의, 평화와 같은 보편적 언어들로 해석된 성경적 가치들이 이 땅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며 “이 가치를 가지고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시민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공공의 장이고, 사랑, 정의, 평화와 같은 언어들로 시민들과 토론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지역교회들이 지역공동체에 책임 있는 주체로 참여할 것을 권장했다. 그는 “주민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며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교회가 함께 참여한다면 이로 인해 한 마을이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일을 6만 한국교회가 감당하고, 860만 기독교인들이 감당한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한국교회로 인해 살기 좋은 사회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7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수표교교회는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수표교포럼을 개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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