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구약의 하나님, 강한 줄만 알았는데…사실 약했다?!”

김은규 교수의 ‘구약성서 뒤집어 보기’

구약의 하나님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통상 심판의 하나님으로 점철되는 ‘강한’ 하나님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구약의 하나님이 본래는 강한 하나님이었다기 보다 오히려 ‘약한’ 하나님이었다는 주장이 나와 신학도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성공회대 김은규 교수가 ‘구약성서 뒤집어 보기’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감신대, 구세군사관학교, 성공회대, 연신원, 장신대, 한신대 등 6개 신학생들이 참여하는 ‘신학생을 위한 2학기 공동수업’에서 강사로 나선 김은규 교수(성공회대)는 구약을 ‘똑바로’가 아닌 ‘거꾸로’ 뒤집어 보기를 시도했다.

김 교수는 먼저 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오해부터 풀었다. 그는 “사실 구약성서의 하나님은 그렇게 절대 권력을 가진 분이 아니었다”며 “이스라엘의 지리적 위치가 강대국가들에 둘러싸여 휘둘린 것처럼, 이스라엘의 하나님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약한 분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영광’이 아닌 ‘고난의 종’으로 오신 예수의 모습도 살폈다. 김 교수는 “예수도 인간의 가장 낮은 자리로 오셔서, 인간들에게 매 맞고, 채찍 맞고, 창에 찔려 돌아가신 분이었다”며 “그래서 성서 안에 비추어진 이들의 모습과 성서 밖에서 세속권력, 교회권력 그리고 교리로 무장한 하나님과 예수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지정학적으로 이스라엘은 강대국에 둘러싸여 끊임없이 정복과 박해를 받던 국가이고, 구약의 신도 이런 박해받는 민족의 고통을 싸매주고 결속하게 하는 ‘방패의 종교’였다. 그러나 로마제국 하에 그리스도교 처음에 박해를 받으며 숨어지내던 처지에서 지내던 처지에서 벗어나 합법화 이후 ‘공격적인 종교’로 변모한 이래 그리스도교는 항상 세계사의 정치, 군사, 권력의 중심에 있어왔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그리스도교의 신학 역시 창의 논리로 나갔을 수도 그리고 나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즉 원래의 본문이 방어적 상황이었을 때 쓰여졌는데, 공격적 혹은 지배적 상황으로 바뀌었을 때, 그 본문의 쓰임새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배권력의 심장부에 자리잡은 초기 그리스도교가 시도한 것은 성경을 ‘정경’이라는 권위 속에 가두는 일이었다. 김 교수는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에 교회와 신학은 성서를 ‘정경’(canon)이라는 권위 속에 가두고 절대화시켜서 성서의 내용들을 과거로만 제한시켰기에, 그 이후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했다”며 “그럼으로써 절대성만을 주장하다 보니까, 중세, 근세, 현대에 이르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가치관의 변화들에 계속해서 맞지 않아 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정경’에 깃든 배타성으로 인한 이웃 종교와의 갈등도 문제였다.

‘정경’의 문제를 지적한 김 교수는 “정경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성서에 전혀 오류가 없다는 성서무오설을 신봉하게 되고, 교회권력과 함께 상대 종교인들에게 공격적이되고 파괴력까지 보일 수 있다”며 “기독교 역사에서 볼 때에도 불행히도 성경이 정경으로 선포된 순간 일체의 사상과 철학, 문학, 역사의 수용이 거절되었으며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그 생동감과 유연함을 상실하고 오직 로마제국의 국가종교라는 지배적 위치에서 해석해야만 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성서의 정경이 최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적으로 약의 역할보다는 독으로서 세계 민족들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며 “여기에 성직 계급은 참다운 종교의 본질과 가치를 찾기보다는, 폐쇄적인 교리와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의 힘으로 백성들을 박해하고, 전쟁에 동원하는 수단으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성경의 권위를 지키기 보다 오히려 무너뜨리는 성서의 ‘정경’에 김 교수는 “앞으로 한국신학에서 그리스도교 정경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정경으로 묵어놓은 초대 그리스도교 시대의 족쇄는 이제 벗겨져야 한다”며 “성서는 새롭게 각색되고 쓰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것은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보편 타당한 그리고 사회적, 공동체적 신뢰감이 있는 집단들이 그 역사적 상황을 이해하고, 그 작업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교단과 교리의 권력에 갇혀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재구성하는 것은 또 다른 지배와 통제를 만드는 것이며 사회적, 종교적 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NCCK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 주최로 열린 이번 공동수업은 9일 임성빈 교수(장신대)의 ‘기독교 문화’ 16일 정종훈 교수(연세대)의 ‘하나님나라에 비추어 본 기독교윤리의 과제’란 주제의 강연을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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