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YMCA, 기독교 가르침 토대로 시작한 세계 최초 시민운동"

안재웅 박사, APAY 연례 확대이사회 개회예배서 설교

안재웅 박사(한국YMCA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가 최근 홍콩에서 제주로 새롭게 이전하고 개관식을 가진 아시아태평양YMCA연맹(APAY) 연례 확대이사회 개회예배에서 설교를 전했다. '그들 모두 하나가 되도록'(요한뵥음 17장 21절)를 주제로 전한 설교에서 안 박사는 '아시아태평양YMCA연맹의 시작과 역할, 비전'에 대해 나눴다. 안 박사의 동의를 얻어 한국어 번역본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주

ahnjaewoong
(Photo : ⓒ베리타스 DB)
▲안재웅 박사

오늘 우리는 이곳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본부 준공을 축하하고, 동시에 이 역사적인 자리에서 첫 ECM을 갖기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멀리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으로부터 이 자리에 왕림해주신 내외귀빈과 YMCA 지도자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YMCA는 1844년 런던에서 조지 윌리엄스(George Williams)를 비롯한 열한명의 동료들이 기독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시작한 세계 최초의 시민운동기구입니다. 그후 1855년 파리에서 앙리 뒤낭(Henri Dunant)을 중심으로 당대의 지식인(intellectuals), 교육자(educationists), 기업인(businessmen), 그리고 유지지도자(lay leaders)들이 세계YMCA연맹을 창설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1933년 필리핀의 바귀오(Baguio)에서 아시아 최초로 YMCA지도자협의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모임에 참석자들은 아시아의 현안을 분석하고 YMCA가 해야 할 6대 과제를 다듬어 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YMCA연맹의 필요성을 절감한 나머지 1949년 방콕에서 제2차 아시아YMCA지도자협의회를 개최하고 아시아지역위원회를 결성하였습니다. 아시아YMCA는 상호 친교와 협력을 바탕으로 자립해 가면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지역사회공동체를 튼튼하게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이렇게 조직된 아시아YMCA연맹은 1953년 바귀오에서 제3차 아시아지역위원회를 개최하고 "영성의 강화, 지도력훈련의 강화, 문서 활동의 강화, 상호교류의 강화, 세계적 운동성의 강화, 교육과 기술향상의 강화, 국제적 협력의 강화"를 아시아YMCA의 운동과제로 채택하였습니다.

에큐메니컬 운동의 거장인 존 모트(John R. Mott)는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YMCA를 여러 나라에 소개하였고 뒤를 이어 루터 위셔드(Luther Wishard)가 4년간 아시아 국가를 순방하면서 아시아YMCA를 조직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중국YMCA의 걸출한 지도자인 륭시우차(Leung Siu Chah)가 중심이 되어 1949년 아시아 사무국을 홍콩에 개설하였고 그는 1950년부터 상임총무로 일하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실무지도력이 홍콩사무국에서 일했습니다. 현재 남부원 사무총장은 APAY 이사회 및 소속 국가YMCA들과 오랜 협의를 거쳐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본부를 이곳 제주로 이전하기로 확정하고 마침내 오늘 본부 사무국의 준공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YMCA연맹은 이수민 사무총장과 바트 샤하(Bart Shaha) 사무총장을 세계YMCA연맹 사무총장으로 배출한 기구이기도 합니다.

APAY 본부는 세계금융의 허브 홍콩을 떠나 이곳 세계평화의 섬 제주로 둥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구세주 예수께서는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탄생하셨습니다. 고귀한 생명이 가금류와 어울려 태어나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곳 제주 사무국은 YMCA의 방앗간 노릇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태지역에서 생산한 각종 프로그램 알곡들을 도정하여 생명을 살리는 양식을 제공하는 집이 될 것입니다. 아태지역에 소속한 YMCA가 가진 귀중한 프로그램 원석을 정교하게 다듬어내는 대장간이 될 것입니다. 각 나라의 운동체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의 완성품을 만들어 적시에 공급하는 곳간이 될 것입니다. 베들레헴 마구간에 동방박사들이 찾아왔듯이 아태지역Y 식구들은 물론 세계 도처로부터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몰려오는 명소가 될 것입니다. 이곳은 빛을 발하는 언덕위의 집 곧 비콘 힐(beacon hill)이 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선교방식대로 한동안 이곳 제주에서 "미션 스테이션(mission station)"으로 자리 잡고 일하게 될 것입니다.

1891년에는 YMCA운동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하여 기장(insignia)을 채택하였습니다. 요한복음서 17장 21절 "그들 모두 하나가 되기를(that they may all be one/ut omnes unum sint)" 바라는 그리스도 예수의 기도를 담고 평화를 상징하는 글자 "Pax"를 함께 넣었습니다. YMCA운동은 일치(unity)와 인류애(brotherhood)와 에큐메니즘(ecumenism)을 동시에 이루어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YMCA의 빨간 역삼각형(The Red Triangle) 배지는 영적(spirit), 지적(mind) 그리고 신체적(body)으로 균형 잡힌 전인적 인격을 가춘 인물을 배출하는 기관으로 운동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YMCA는 세계적인 에큐메니컬 운동의 지도자를 무수히 배출한 기구입니다. 이들에 의해서 에큐메니컬 운동이 크게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에큐메니컬 운동의 성서적 근거는 "주도 한 분이시오,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하나"(엡 4:5)라는 고백과 함께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 3:28)라는 보편적인 인식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비록 "교리는 갈라졌지만 봉사는 같이 한다(doctrine divides, service unites)"라는 아름다운 이상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에큐메니컬 운동은 "우주적이면서 (oikoumene)" 또한 "지역적인(oikoudome)" 운동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현실을 이구동성으로 위기라고 말합니다. 우선 기후위기가 대표적인 화두가 되었습니다.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를 초래하게 되었고 기후행동으로 기후붕괴를 막아 기후정의를 이루는 일이 지구시민이 연대하고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평화의 위기 역시 심각한 상황입니다. 과거 군부세력처럼 독제체제나 권위주의로의 회귀 현상이 전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의 현실에 맞서 정의로운 사회건설을 위한 운동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존 롤스(John Rawls)는 "정의는 공평(justice as fairness)"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은 정의로운 사회 또는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복지를 극대화하고(maximizing welfare), 둘째, 자유를 존중하며(respecting freedom), 셋째, 덕성을 증진한다(promoting virtue)"는 것입니다. 또한 가까이 북한을 비롯해 핵무기의 개발과 위협은 온 세계시민들의 위기의식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그 밖에 수많은 위기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곳 평화의 섬 제주에 "생명의 물결" 그리고 "평화의 바람"을 몰고 올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본부가 자리 잡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기도를 담은 YMCA 모토처럼 "그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이 땅에 정의와 평화, 생명과 사랑이 넘치는 공평한 대동 세상을 만들어 가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되기 바랍니다. 그래서 모두가 공존, 공생, 공영하는 공평한 세상을 만드는 공론의 장(a platform of public discourse)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 "내 말을 듣고 그대로 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다 자기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고 할 것이다. 비가 내리고, 홍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서,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그 집을 반석위에 세웠기 때문이다." (마태 7:24-25).

오늘 귀한 준공기념예배와 ECM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두고두고 명심해야 할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님이 주시는 평화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만인·만유구원론 보다는 천국, 지옥 복음 선포해야"

칼뱅의 이중예정론의 결과인 이중심판론에 대한 비판으로 제시되는 몰트만의 만유구원론은 성서 신학적으로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학대학 살아남으려면 여성신학 가르쳐야"

신학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성신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소영 교수(강남대 조교수, 기독교사회윤리학)는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과 사람에게 소외 받은 욥은 멜랑콜리커였다"

욥이 슬픔과 우울을 포괄하는 개념인 멜랑콜리아의 덫에 걸렸고 욥기는 멜랑콜리아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지혜서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