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거룩한 의심' 신앙성숙 도모…이성의 능력 배제 말자”

열린 복음주의 지향하는 감신대 김홍기 총장 인터뷰

“WCC 신학은 성숙한 신학, 사회 책임적인 신학”
“WCC는 타 종교에 고백론적으로 접근한 적 없어”
“인류역사 자유 완성을 위한 상황신학의 가치 귀해"
“거룩한 의심은 신앙적 성숙을 도모…이성의 능력 활용해야”
“웨슬리의 내면적 성화·사회적 성화, 감신의 전통 만들어”

▲1일 오후 4시 감신대 총장실에서 김홍기 총장을 만났다. ⓒ김태양 기자

열린 복음주의를 지향하는 감리교신학대학교(총장 김홍기, 이하 감신대)는 창학 이후로 교회 부흥 운동, 사회 변혁 운동 양쪽 모두에 두각을 나타내며 교회와 사회 발전에 기여를 해왔다. 1일 만난 김홍기 총장은 감신대의 이 같은 균형있고, 풍부한 신학적 자원이 2013년 한국에서 개최될 WCC 총회에 많은 기여를 하리라 내다봤다.

김 총장은 특히 감신대의 신학적 전통은 웨슬리의 내면적 성화와 사회적 성화의 통전적 이해가 그 밑바탕이 되었다고 주장했으며 교회 부흥 운동과 사회 변혁 운동이 조화롭게 공존한 한국교회의 역사를 WCC 총회를 계기로 세계교회에 알려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WCC 총회 유치를 계기로 열띤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보수-진보 신학자들 간 견해차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성의 능력’에 관한 새로운 성찰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에 덧붙여, 김 총장은 ‘이성’을 더 이상 배제만 해선 안된다며 ‘거룩한 의심’은 오히려 신앙의 성숙을 도모한다고 역설했다.

- WCC 총회 유치 이후 진보, 보수 신학자들 간 수차례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총장님 역시 큰 관심을 갖고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화제가 되고 있는 WCC의 신학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첫째로 WCC 신학은 성숙한 신학이다. 사회선교에 강조점을 두고 있지만, 사회선교에만 관심이 있고, 개인의 영혼 구원·개인 전도에는 관심이 없다는 생각은 오해다. 많은 보수 신학자들이 이 부분에서 WCC 신학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듯이 WCC는 1차 총회 때부터 선교에 관한 분과를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 그만큼 개인구원에도 큰 관심을 갖고 출발했음을 알려준다. WCC 신학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로 요약된다. WCC는 총체적 복음, 총체적 교회를 말한다.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을 함께 말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WCC 신학은 책임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어떤 사람들은 WCC가 용공이라고 비판하지만 그렇지 않다. WCC는 자본주의로 인해 야기된 인간의 소외현상을 놓고 자본주의를 비판했지만, 분배의 원칙만 강조한 공산주의 역시 비판했다. 개인이 일한 만큼 받아가는 사유재산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갭(Gap)이 벌어지면서 야기된 양극화 현상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가진 자의 내려놓음을 종용한 것이다. WCC가 말하는 책임있는 사회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 어느 세미나에선 WCC의 종교 다원주의 논란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WCC는 종교다원주의"라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WCC가 말하는 종교 간 대화에는 확실한 원칙이 있다. WCC는 고백론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인식론적 차원에서 타 종교와 접촉하고 대화한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WCC가 종교다원주의"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WCC가 자기 정체성을 버리고, 타 종교에 접근한다는 생각에서 기안한 것으로 보인다.

WCC는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고백을 결코 버리지도 뒤로 숨기지도 않는다.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서 타 종교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로 대화에 나서며 타 종교들과 연대해 역사발전과 사회발전을 꾀하고 있다. 
 
요즘 화두에 떠오른 이슬람 선교에 대한 접근도 WCC는 이 같은 자세에서 출발한다.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인 십자군적인, 공격적인 선교로는 이슬람 선교에서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다.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이해하고, 그들을 알아가는데서 부터 출발해야 선교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 신학은 시대의 물음에 응답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상황신학이라고도 불리는 WCC의 에큐메니컬 신학이 지닌 가치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흑인해방신학, 남미해방신학, 민중신학 등은 WCC의 상황신학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인권을 유린 당하고, 억압받는 흑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을 해방시키려 했던 흑인해방신학, 남미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지배 권력의 이데올로기에 억압받는 백성들을 해방시키려 했던 남미해방신학, 대한민국 독재정권 시절 핍박받는 우리 국민들에게 자유와 민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려 했던 민중신학. 이들 모두 역사적 상황. 컨텍스트(Context)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기반으로 신앙운동을 일으켰다. 이들의 운동은 역사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헤겔은 인류 역사의 자유 완성을 말했다. 모든 사람이 정의와 사랑 그리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하나님 나라의 도래로 생각하며 역사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WCC의 신학은 중요하다.

- 이 에큐메니컬 신학과 복음주의 신학이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하려면 쌍방간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오래전부터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이성의 능력’을 중심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감신대 김홍기 총장은 "거룩한 의심은 신앙적 성숙을 가져온다"며 이성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감신대의 (이성의 능력을 활용하는)이 같은 신학적 전통은 웨슬리의 내면적 성화와 사회적 성화의 통전적 이해가 그 밑바탕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김태양 기자

에반젤리컬-에큐메니컬. 1990년대 이후로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본다. 통일, 북한선교에 양쪽 모두 관심을 가졌던 것도 한 요인이 되었고, 한국교회 진보의 메카 NCCK가 헌장에 기존 사회구원에 개인구원을 덧붙여 보수적인 교단을 회원교단으로 받아들인 것도 유효했다.

에큐메니컬은 인간의 책임성, 인간의 해방, 역사 자유의 완성을 중요시하며 그 과정 가운데 이성의 역할을 중요시한다. 반면, 복음주의는 여러모로 ‘이성의 능력’을 배제해왔다. 그러나 나는 (이성을 이용한)‘거룩한 의심’은 신앙적 성숙을 도모한다고 생각한다. 감신은 열린 복음주의를 지향한다. 평소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에서 나는 거침 없이 ‘거룩한 의심’을 하라고 말한다. 신앙을 전제로 한 거룩한 의심은 신앙인의 영적 성숙을 가져온다고 본다.

앎에서 믿음에 이르는 것이다. 생각없이 무조건 믿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요즘 같이 지식이 발달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전도할 때도 그렇다. 누군가가 물어올 것을 대비해 변증의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복음주의 역시 이 ‘이성의 능력’을 새로 평가했으면 좋겠다. 감신은 일찍부터 이성의 능력을 신학의 한 방법론으로 인식하는 전통을 세웠다.
 
- 감신에는 진보-보수, 에큐메니컬-복음주의 정신이 공존하고 있음을 봅니다. 감신 출신 선배들 중에는 교회 부흥에도 사회 변혁에도 큰 공헌을 한 인물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회 부흥 운동에 있어선 감신 출신 이용도 목사가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집회에는 성결교, 장로교 등 교단을 망라하고 수 많은 교인들, 목회자들이 참여해 성령을 체험하는 역사가 있었다.  

사회변혁에도 감신 출신 선배들은 두각을 나타냈다. 헤이그 밀사 때, 이준 열사를 파송한 상동교회 전덕희 목사는 감신 출신이다. 민족대표 33인 중에 7명이 감신 출신이고, 상록수의 주인공인 최용신 여사 또한 감신 출신이었다. 이것은 웨슬리의 내면적 성화와 사회적 성화의 통전성을 이해한 덕분이다. 이 같은 전통에 힘입어 감신은 교회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해왔다.

- 감신의 이 같이 조화롭고, 풍부한 신학적 자원은 요즘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강조되고 있는 ‘교회의 연합과 일치 운동’에도 큰 기여를 하리라 생각됩니다. 연장선 상에서 2013년 WCC 총회 유치에 있어 감리교의 역할 그리고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웨슬리 신학에  ‘새 창조’(New Creation)란 개념이 있다. 늑대와 새끼 양이 함께 풀을 뜯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뱀이 흙을 먹이로 삼는 그런 날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속에서 완전한 성화가 이뤄짐을 뜻한다. 웨슬리는 인간을 넘어 자연과 우주만물을 성화시키는 운동으로 평화와 상생의 새 세계가 열릴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요즘 생태학적 생명운동, 평화운동에 교회와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웨슬리의 평화와 상생에 관한 신학적 통찰이 WCC 세계대회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2013년 WCC 총회 주제를 제안하는 데 있어 여러차례 토론 끝에 평화와 생명을 주제로 정하자는 안이 통과됐다. 그런 면에서 웨슬리의 이 같은 신학적 통찰이 주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한국교회에는 부흥운동의 전통도 있지만, 사회참여적인 전통도 있었다. 그런 양면적인 조화를 이뤘던 한국교회의 역사를 WCC 총회를 맞이해 세계교회에 알릴 필요성이 있다. 

- 본지와 총장 취임 인터뷰시 교육 커리큘럼 중 실천신학이 약하다는 평을 내린 바 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교육 커리큘럼에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까?

선교신학 교수를 두명 모셨다. 선교 분야가 강화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였고, 설교 분야에서도 전임 교수를 한 분 모실 계획이며 가까운 시일 내 설교에 관한 전문 강의도 기대해봄직 하다.

또 영성 수련이 실천신학의 바탕이 된다는 생각에 꾸준히 영성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교회 목회자들과 학생들을 멘토링 관계로 묶어 영성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아차도에 영성 수련 센터를 건립해 학생들이 지속적인 침묵 수련, 말씀 묵상 수련을 통해 예수의 성품을 닮도록 돕고 싶다.

- 제 2창학의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도 했는데 남은 임기 중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는 것이 있다면.

현재까지 모금된 대학원생 장학금이 22억여 원 가량이다. 임기 중 300억원의 장학금을 만들어 대학원생 전액 장학금 시대를 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는 12월 16일 채플실에서 후원인들을 초청해 모금 만찬을 가질 계획도 있다. 현재까지 대학발전 위원 22명이 세워졌는데 1,000명까지 확대하는 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이다.

이밖에도 학원 홍보를 위해 서대문역을 감신대역으로 바꾸는 운동을 해 나갈 것이며 교회 음악관 건립, 역사 박물관 건립, 장원 캠퍼스를 국제선교센터로 리모델링 하는 일들을 추진할 것이다.   

국제선교센터 사업은 특히 교내 늘어나는 외국인 학생들을 수용하고, 해외선교를 하다 안식년을 맞이한 감리교 선교사들에게 짧은 시간이라도 쉴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 서대문 인근에 소재한 기독교 대학 이화여대, 연세대, 감신대를 잇는 올레길 논의가 총장 모임 중에 있었는데 이것이 구체화 된다면 미션 스쿨이 지역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데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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