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생태 위기 앞에 여성의 역할을 논하다

‘에콜로지와 여성학’ 연세대 김현미 교수 강연

“자연과 문명을 매개하는 중간자적 존재인 여성은 인류의 대안적 삶을 구성하는 사회 논리와 기치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고 있고, 이런 비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난 18일 연세대 신과대 부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이하 기문연) 연속공개강좌 네번째 시간. 강사로 초청된 김현미 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가 인류가 처한 지구적 문제인 생태 위기 앞에 여성의 역할을 다뤘다.

‘에콜로지와 여성학’이란 주제로 강연한 김 교수는 생태여성주의. 즉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의 용어 설명을 시작으로 그 발전사를 돌아봤으며, 앞으로의 과제 등을 논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에코페미니즘이란 용어는 1974년 프랑스 페미니스트인 프랑소와 돈본느(Francoise d'Eaubonne)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김 교수는 "생태여성주의 또는 에코페미니즘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가부장제적 성차별주의와 자연파괴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며 시작됐다"며 "여성이 왜 환경적 ‘의식’을 가져야 하고 환경 문제에 입장을 갖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가의 논의와 논쟁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성적·종교적 관점에서 본 생태여성주의에 대해 김 교수는 "생태여성주의는 여성과 남성의 '다름'에 긍정성과 가치를 부여하며 생태위기를 극복하는 주체로서 여성을 바라본다"며 "영성의 전통은 여신 숭배나 땅에 뿌리를 둔 상징주의를 포함한 다양한 실천을 통해 자연과의 본원적 연결성을 강조하며 ‘생명’ 중심의 종교관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문화생태여성주의라 불리는 이런 흐름에 대해 "여성적 정체성의 긍정성 회복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이 미래사회를 열 수 있다는데 적극적 가치를 부여한다"며 "자연에 군림하는 남성적 지배의 가치관과는 달리 여성적 원리는 '생명을 살리는' 가치관이고 이 때문에 배려와 보살핌의 가치를 인정한다"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모성적’ ‘여성적’ 사유에 근거한 이런 운동이 본질주의적 여성관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 진영 내 비판을 받아왔다는 사실도 덧붙인 김 교수는 그러나 "여성의 재생산 능력에 기초를 둔 감정이입, 양육, 타인과 자연에 대한 연결성에 대한 예민한 감각, 서로 다른 것을 유지하는 협동적 능력과 덕목들이 생태계의 유기적 통합성을 지각하고 관계 속에서 생명을 살려내는 능력이 환경 친화적 능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했다.

생태여성주의와 한계와 극복해야 할 과제도 논했다. 특히 한국의 여성환경운동을 살펴본 김 교수는 "사회 구성과 발전 논리에 내재한 남성중심적 관점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결여한 채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생활과제 운동 차원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쉽게 ‘운동’의 동원대상이 되지만 종종 ‘운동’의 방향이나 전략을 결정하는 위치에 가지 못하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태여성주의의 정책적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증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각국 정부, 학계 등에서 이 관점이 종종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오늘날 생태 위기적 상황에 대해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문명과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자연과 비인간 타자를 정복하고 가공하고 인간의 이해에 맞게 개조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문연 전현식 소장이 사회를 본 이날 세미나에선 김현미 교수의 발제 후 이인경 교수(계명대학교)가 논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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