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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생각, 설 자리 없어져야 한다”
인터뷰] 신학과 교수 성폭력 털어 놓은 한신대 피해경험자

입력 May 18, 2021 03:10 PM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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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한신대 신학부 전·현직 교수가 시간강사를 수년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기장성폭력대책위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폭력 가해자를 규탄하는 한편 기장 총회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기사수정 보강 2021.05.18.22:18] 

한신대학교 시간강사가 이 학교 신학부 전·현직 교수에게 수년 간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한신대에서 성폭력이 불거진 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월 이 학교 신학과 박경철 전 교수가 대학원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박 전 교수는 징역 2년 6월 형이 확정된 상태다. 앞서 한신대는 박 전 교수를 파면 조치했다.

놀라운 건, 이번 시간강사 상대 성폭력 사건 발생 시점이 박 전 교수 성폭력 사건과 겹친다는 점이다. 박 전 교수 성폭력 사건 당시 한신대 신학대학 교수단은 성윤리에 관련한 기강을 엄정하게 확립하고, 성윤리를 체화하고 실천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전·현직 교수의 시간강사 성희롱·성추행 파문은 이 같은 약속을 무색하게 한다.

이 시간강사는 자신을 피해경험자로 불러주기 원했다. 피해경험자는 처음엔 학내에서 피해를 호소하며 문제해결을 원했다. 이에 대해 학교 당국은 무조건 덮기에 급급했다고 피해경험자는 주장했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일을 공론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와 관련, ‘기장 내 성희롱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아래 기장성폭력대책위)는 "가해 교수는 사과하지 않았고, 회유하려 했다. 피해경험자는 가해 교수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을 보며 침묵하면 피해경험자가 또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신고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피해경험자는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피해경험자는 지난 14일 여의도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이 당한 일을 털어 놓았다. 피해경험자는 인터뷰를 통해 약자인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교단·신학교 어디에서도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인터뷰 일문일답

-. 지난 4월 한 교계 언론을 통해 피해사실을 알렸다. 폭로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 A 교수와 B 교수가 수년 간 성희롱·성추행을 가했다. 한 번은 박경철 전 교수의 성폭력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신대 신학과의 인식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외부로 알려진 사례 말고 또 다른 교수가 성폭력을 가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가해교수 A는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가했다. 다른 B 교수는 박 전 교수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성추행을 가했다. 이번 사건을 공론화 하고 난 뒤 A, B 교수가 이전부터 위태로운(?) 행보를 보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저간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전반적인 분위기란 생각마저 든다.

-.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큰 파장이 이는 듯하다. 우선 기장성폭력대책위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다음 날인 12일 한신대 대학본부에서 성명을 내고 성윤리위원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학본부가 발표한 성명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밝혀두고자 한다. 성윤리위원회는 총장 지시로 소집되지 않았다. 2년 전인 2019년 가해 B 교수가 성희롱을 가했고, 난 이를 교목에게 털어 놓았다. 그런데 1주일 쯤 뒤 B 교수는 내게 전화를 걸어 "총장이 불쾌한 이야기를 했다, 총장이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았냐?"는 식으로 물었다. 내가 알린 내용이 연 총장 쪽으로 흘러갔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 이에 대해 기장 성폭력대책위는 "성윤리위원회 진상조사위원회는 2021년4월16일 피해경험자가 교육부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신고서와 한신대 인권센터 신고를 함으로 구성됐다"고 반박했다. 기자는 연규홍 총장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연 총장은 의혹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뿐, 입장 표명은 없었다. 

피해 호소했더니 이미지 실추부터 걱정하는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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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한신대 신학부 전·현직 교수가 시간강사를 수년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기장성폭력대책위는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한 뒤 김창주 총무에게 정당한 치리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 공론화 이전에 학내에서 해결을 모색했나?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먼저 지금은 강의를 나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공론화 이전부터 가해교수들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돌연 2019년 8월 시간강사 임용에서 탈락했다. 임용 심사위원회 위원이 셋이었는데, 그 중 둘이 가해교수인 A, B였다. 그래서 가해교수들에게 인사보복 아니냐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는 답이 없었고 B는 부인했다. 그래서 성폭력 행위를 공개하겠다고 하니 그때부터 회유하기 시작했다.

공론화 직전엔 한신대 이사회 ㅂ 이사와 총무를 차례로 찾았다. 하지만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ㅂ이사는 처음엔 엄정대응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사장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기류가 달라졌다. 이사장은 가해 교수에게 1년 정직을 제안했다고 ㅂ이사가 전했다.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교단 총무는 기장 교단과 학교의 명예실추를 먼저 걱정했다. 교단이나 학교 모두 경각심이 없어 보였다. 내가 분노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 한신대학교, 그리고 모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은 진보성향의 교단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인의 시선에서 볼 때, 한신대에서 성폭력이 빈발한다는 점이 사뭇 이해하기 어렵다.

교단이나 학교 안에 정의롭고 인권 증진에 앞장서는 훌륭한 분은 많다. 하지만 목회자나 교수 일부는 타락했다고 본다.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인 현직 B 교수는 민중신학을 공부한 이다. 학문적 수준과 별개로 삶은 민주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아 보인다.

-. 끝으로 이번 일이 어떻게 마무리 되기 바라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학교나 교단 모두 ‘너만 침묵하면 대외적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은 없다'는 식으로 압박했다. 그리고 가해자는 시간강사 임용권한을 쥔 이들이었다.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강의를 줫다 뺏는 식으로 약자를 아무렇게 다뤄도 좋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난 한신대와 기장 교단이 이런 분위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이나 시간강사 모두 부당한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

그리고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면 ‘별 것 아니네'란 인식이 생겨 언제고 유사사례가 재발한다. 그래서 공론화를 하면서 형사처벌을 염두에 두고 가해교수를 관할 경찰서에 고소했다.

또 하나, 박 전 교수 성폭력 이후 교단과 학교는 매뉴얼을 정비한 듯 선전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보니 관련 절차나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걸 실감한다. 인권의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교단과 학교에서 정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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