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에 쏟아진 기록적 폭우, 한국사회 그늘 드러내다

[리뷰] 영화 <기생충>, 115년만 집중호우 속 ‘반지하’ 소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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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지하는 115년만의 기록적 폭우를 계기로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2019년작 <기생충>은 비영어권 영화론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영화다.

적어도 미국 등 서구인의 눈으로 볼 때 <기생충>의 이야기는 생소할 수 있다. 특히 주인공 가족이 사는 ‘반지하'란 주거공간이 특히 그렇다.

잠깐 <기생충>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 영화는 변변한 직업 없이 사는 기택(송강호 분) 가족이 부잣집 박 사장과 얽히는 과정을 그린다.

아들 기우(최우식 분)가 먼저 박가정교사로 들어가고, 동생 기정(박소담 분)이 뒤를 잇는다. 이들은 자리를 잡기 무섭게 아버지 기택과 엄마 충숙(장혜진 분)까지 끌어들인다. 두 자녀의 기지 덕에 부모까지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기우·기정 남매는 이렇게 똑똑한데다가 외모도 빼어나다. 이 같은 설정은 ‘가난한 집안' 하면 얼른 떠오르는 선입관을 보기 좋게 깨뜨린다.

<마녀>에서 다소 불량스런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우식의 연기는 더욱 농익은 모습이다. 박소담의 연기도 칭찬이 아깝지 않다.

기택 가족은 박 사장이란 확실한 물주(?)를 잡아 잠시 인생역전에 성공한다. 기택 가족의 ‘성공 스토리'는 99% 빈자들이 1%의 부자에게 악착 같이 달려드는 21세기 풍속도다. 아카데미가 이 영화에 작품상을 준 것도 영상언어로 21세기 세상을 제대로 은유했기 때문이리라고 본다.

폭우 속 펼쳐진 실사판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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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CNN 보도화면 갈무리)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반지하란 주거 공간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CNN 등 주요 외신은 반지하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상징한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기생충>의 이야기가 2022년 8월 서울 도심에서 실제로 펼쳐졌다. 지난 8일과 9일 서울엔 그야말로 물폭탄이 떨어졌다.

이틀사이 내린비의 양은 451.0mm. 연평균 강수량의 30%를 웃도는 양이다. 한 해 동안 내릴 비의 1/3이 이틀 사이 서울에 쏟아졌다는 말이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당연 피해가 따른다. 이 비로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고 지하철역사에도 물이 들어찼다. 반지하에 사는 이들에게 물난리는 생존의 위협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집중호우로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 집이 물이 잠기고, 이러자 기택 가족은 목숨을 걸고 반지하 집을 빠져 나온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세 명이 반지하를 빠져 나오지 못하고 그만 숨진 것이다. 희생자는 40대 발달장애 여성과 그의 여동생, 조카로 알려졌다.

서울 집값은 날로 치솟는 중이다. 전망 좋은 한강변 아파트 가격은 뉴욕 호화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비싼 주거비에 빈곤층은 반지하 같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찾아 나선다.

한편 강남은 서울, 더 나아가 대한민국 번영을 상징하는 장소다. 이런 강남에 비피해가 집중되고, 반지하에서 살던 이들이 물난리로 숨진 건 그늘진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자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렇게 적었다.

"<기생충>은 불편한 진실을 넌지시 말한다. 삼성의 세계기업 도약, K팝의 폭발적 인기 등 국가적 성공은 실로 극적이었다. 반면 많은 한국인들은 고속 성장의 그늘이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봉준호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봉 감독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희망을 상실한 사회를 반영한다."

<기생충>이 고발한 한국 사회의 그늘은 단 3년 만에 현실에서 펼쳐졌다. "희망을 상실한 사회"를 체화한 기정, 기우, 기택은 현실에서 맴돈다. 그리고 재해가 닥치면 죽음의 공포를 느껴야 한다. 관악구 반지하에서 숨진 이들처럼.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빈다.

"반지하는 오랫동안 환기와 배수 불량, 누수, 탈출경로 차단, 벌레, 곰팡이 등의 문제로 가득했다. 하지만 서울의 주거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저가 반지하는 특히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청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Banjihas have long been riddled with problems such as poor ventilation and drainage, water leakage, lack of easy escape routes, insect infestation, and exposure to bacteria. But their low price is a major draw as Seoul becomes more unaffordable -- especially for young people who face stagnating wages, rising rents and a saturated job market. - CNN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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