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혀는 곧 불이요...이태원 참사 유가족 혐오 멈춰야"

4대 종단 단체들,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종교인 대국민 호소문' 발표

itaewon
(Photo : Ⓒ베리타스 DB)
▲지난 16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사고 현장인 이태원역 1번 출구 대로변에서 ‘49일 시민 추모제’를 열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모습.

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4대 종단이 최근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종교인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혐오와 비하 그리고 모욕을 2차 가해로 규정하고 이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먼저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158개의 별들이 이태원 하늘 위에서 빛을 감췄다"며 "충격과 공포에 놀란 국민들의 탄식은 하늘에 사무치고 사랑하는 자식 잃은 부모들은 비탄과 절망 속에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울부짖고 있다. 이 괴로움은 비할 단어조차 없이 참혹하고 슬픈 일이라 우리는 겨우 '참척(慘慽)'이라고 부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 희생자를 향한 입에도 담기 힘든 무차별적인 혐오, 비하, 모욕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분향소를 지키며 고통을 삼키고 있는 어느 희생자의 어머니가 면전에 쏟아지는 조롱에 충격을 받아 실신하는 사건까지 생기고 말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경은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몸을 더럽히고 삶의 수레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야고보서 3:6)"고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며 "손을 맞잡고 함께 울어도 간장을 도려내는 듯할 아픔이 덜해지지 않을 유가족들에게 오히려 저주를 퍼붓는 그들을 보며 우리는 공동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묻게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가족을 향한 저열한 언어폭력을 바라보며 일어나는 분노와 솟구치는 좌절 속에서도 우리는 고개를 들어 희망을 찾고자 한다"며 "희생자의 영전에 올려진 이름 없는 국화꽃 한 송이는 그들이 남이 아니라 우리와 한 몸이기에 절로 우러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발현이며, 유가족의 애끓는 절규를 보며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남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之心)에서 시작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끝으로 "유가족은 우리와 서로 없어서는 살지 못할 소중한 이웃이자 가족이다. 비하, 질책과 책임 전가 비난과 조롱 등의 모욕적인 언어폭력을 즉각 멈출 것을 요청한다"며 "2차 가해에 대한 경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요청한다. 정부는 유가족의 사회적 보호를 위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 저희는 끝까지 유가족의 곁에 서서 모든 정성과 역량을 다해 신앙적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전했다.

호소문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천주교예수회 인권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등 4대 종단 산하 단체들이 참여했다.

admin@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한국 개신교...은총의 빈곤 초래"

칼빈주의 장로교 전통이 강한 한국 개신교가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탓에 '은총'에 대한 신학적 빈곤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3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줄이는 것도 에너지 필요"

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배현주 박사(전 WCC 중앙위원,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바르트의 인간론, 자연과학적 인간 이해와 대립하지 않아"

바르트의 인간론을 기초로 인간 본성에 대한 자연의 신학적 이해를 시도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이용주 박사(숭실대, 부교수)는 최근에 발행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여성 혐오의 뿌리는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이원론"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며 성서적인 교회론 확립을 모색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조안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세속화와 신성화라는 이중의 덫에 걸린 한국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영 목사가 기장 회보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기장이 발표한 제7문서의 내용 중 교회론, 이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치를 외면하고 지상의 순례길 통과할 수 없어"

3월 NCCK '사건과 신학'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월의 꽃, 총선'이란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선거 참여와 정치 참여'란 제목의 글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기독교가 물질 배제하고 내세만 추구해선 안돼"

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