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현주 박사(전 WCC 중앙위원,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얼마 전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위원회와 크리스챤아카데미,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가 공동 주최한 「과학과 종교」 연속 심포지엄의 주강사로 나서 '지구 속의 인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배 박사는 이 발표에서 "지금 정말 무감각한 교만과 이기주의로 바벨탑을 쌓는 분들도 있고 치명적인 수동성이다. 이럴 정도로 무기력과 무감각 속에서 개인의 삶을 사는 분들도 있다"면서 "그런데 이미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고 다시 닫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배 박사는 "히로시마에서 터진 그 어마어마한 원자핵이 그리고 그리스도의 빛 사이에서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선택을 내리는 그런 시대인데 이제 자유로 인해 자멸의 길에 들어선 이런 시대에 조차도 우리가 과연 자유로운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하 하나님의 은혜를 신뢰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지속적으로 기다리며 우리의 가슴 안에 하나님을 지속적으로 찬양하는 것 자체가 자유의 증거 아닐까"라는 루카스 피셔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어 WCC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거둔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배 박사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표된 지 33년 만에 오존층에 지금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고 있다"며 "지구촌의 연대를 통해서 힘을 합쳐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렸음에도 선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배 박사는 밝혔다.
기후위기 시대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인간의 구체적인 실존 방식에 대해서도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불편을 감수하자. 에너지를 줄여서 우리가 좁은 문으로 들어가자. 이것도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새로운 삶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라고 물으며 토마스 베리의 『우주 이야기』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지구는 마치 존재의 즐거움을 경축하려는 아주 단순한 목적으로 위해 진화하는 실재처럼 보인다. 이것은 다양한 식문들과 동물들의 배색에서뿐만 아니라 만개한 봄꽃과 철에 따라 이동하는 제비들의 비행에서도 볼 수 있다"
이에 배 박사는 "우리가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려먼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럴 수 있는 에너지를 존재의 기쁨이라는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며 "과학은 정신의 문을 열고 정신은 사랑의 길을 닦아야 한다"는 일리아 델리오의 『울트라휴머니즘』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발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