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신학자는 흑백 논리 경계하며 다양한 포지션 횡단해야"

박영식 교수,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밝혀

parkyoungsik
(Photo : ⓒ베리타스)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보수 복음주의자로 알려진 빌리 그래함도 "유신 진화론자로 분류된 바 있다"고 주장하며 흑백 논리식 경직된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박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빌리 그래함에 대해 "그렇다고 '유신진화론 비판'을 선동적 구호로 외치는 이들이 주장하듯 그가 창조를 부정하거나 아담의 역사성을 부정하거나 원죄를 부인하거나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부정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빌리 그래함이 유신 진화론자로 분류되는 것은 그가 창조와 진화의 양립 가능성을 주장했기 때문.

박 교수는 이어 빌리 그래함이 쓴 『의심과 확실성』(Doubt and Certainties)의 한 대목을 아래와 같이 인용했다.

"저는 현재의 과학과 성경 사이에는 어떤 충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가 성경을 여러 차례 오해했고, 우리가 성경이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 것들을 성경이 말한다고 해석하려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경이 과학서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은 과학서가 아닙니다. 성경은 구원의 책입니다. 물론 창조 이야기를 받아들입니다. 저는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을 창조하셨으며, 그것이 진화 과정을 통해 왔든 어떤 특정 시점에서 이 사람이나 이 존재를 가져와 생명을 주셨든, 그것이 어떻든간에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바꾸지 않습니다. .. 하나님이 어찌하셨든 인간이 무엇인지와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관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적어도 뭔가를 장황하게 주장하기 전에 구체적인 연구가 선행되었으면 좋겠다"며 "과학과의 대화에 앞장섰던 신학자 판넨베르크는 반지성적인 창조과학의 성서 해석을 '장난스럽다'고 평했다. 그가 창조과학을 비판하고 창조와 진화의 양립 가능성을 주장했다고 해서, 그의 신학이 무로부터의 창조를 부정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부정하고 원죄를 부정한다고 주장한다면, 정말 우습게 되는 노릇인데 그런 주장을 최근 여기저기서 보게 되니, 어찌해야 하나 참으로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신학자는 흑백 논리를 경계하며 다양한 포지션을 횡단하는 위치에 있음도 알렸다. 그는 "신학자는 누구를 절대적으로 추종하거나 어떤 포지션에 절대적으로 머물러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는 하나님의 진리에 이르는 길을 찾고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그 가운데서 이런 저런 주장과 훌륭한 선배들과 도움을 주는 동료들을 만나 대화하며, 자신의 교회와 시대를 위한 길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또 "신학자가 대면하는 교회의 전통은 고여서 썩은 물이 아니라, 생명을 주는 샘물"이라며 "전체를 부정하거나 덮어놓고 전체를 긍정하는 식의 흑백 논리를 경계하며 다양한 포지션을 횡단하고자 한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린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빌리 그래함이 근본주의와 분리되어 다른 길을 걸어간 것은, 두려움에 경직된 근본주의와는 달리 복음에 대한 열정과 함께 유연한 사고를 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며 글을 맺었다.

한편 서울신학대학교(황덕형 총장) 교원징계위원회(오봉석 위원장)는 지난달 25일 박영식 교수 징계 건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다음 기일을 6월 4일로 잡았다. 징계위는 최초 징계 사유로 든 저서 『창조 신학』(2018년)이 징계 시효(3년)를 지나 징계할 수 없게 되자 박 교수가 2023년 9월에 쓴 논문 「성결교회의 창조신학 구성을 위한 기초 작업」을 징계 사유에 포함시켰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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