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여성 혐오의 뿌리는 철학과 기독교 사상의 이원론"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4집,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연구논문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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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조직신학회)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4집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논의를 통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며 성서적인 교회론 확립을 모색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조안나 박사(서울신대, 학술연구교수)는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4집(2024년 3월호)에 '여성 혐오와 여성신학: 언어, 젠더의 수행성'이란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조 박사는 해당 논문에 대해 "여성 신학이 여성 혐오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가정한다"며 "여성 혐오에 관해 살펴보는 것은 교회 공동체 안의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불평등, 배제, 비하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아울러 건설적인 여성 신학을 세우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에서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한 연구가 미비한 점을 강조한 그는 "혐오의 기저를 이루는 언어-사회적 구조에 대한 인식, 즉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 혐오를 조장하고 발언하며 수행하는지에 관한 언어적 고찰이 필수적인데 아쉽게도 국내에서 여성 혐오와 여성 신학에 관하여 언어적인 접근으로 연구한 논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성 혐오의 기저를 이루는 구조적 분석을 언어를 매개로 연구한 이 논문에서 조 박사는 "목소리(언어)는 행위"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한 번 "여자는 불완전하고 형편없는 존재다"라고 여성을 비하한 것이 여성 혐오가 되지는 않지만 이 발언이 반복적으로 여성을 불완전하고 형편없는 존재로 부르며 비하한 역사와 그것을 동조하고 지지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목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혐오가 되는 것이다.

여성 혐오가 철학과 기독교 사상가들에 의해 발전되었다고 보며 이러한 사상들의 뿌리에 이원론적인 사고가 똬리를 틀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조 박사는 "이러한 사상들은 이원론적 사고의 전통 속에서 정신과 육체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로서 육체 혐오 사상을, 육체 혐오 사상은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여 여성 혐오 사상으로 귀결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철학 사조 속에 남성은 정신적 영역에 속하는 선한 것으로, 여성은 육체적이며 악한 것으로 간주하여 우리의 의식과 사회구조, 제도 속에 스며들었다"며 "여성 혐오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여성 혐오 언어가 발화될 때 사회적으로 여성은 열등하고 불결한 존재로 간주하여 공동체 안에서 억압과 불평등, 차별과 배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아담 설화를 통해 나타난 기독교 전통 역시 여성 혐오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조 박사는 "기독교 역시 하와가 아담을 꾀하여 죄를 짓게 하였다는 점과 성경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이 언급되고 있는 점 그리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고백하는 신앙의 고백은 암묵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남성 중심적 사고와 가치체계, 구조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남성 중심적 사고는 남성을 보편적, 규범적 인간으로 만들며 기독교 안에서도 남성의 이미지가 규범적인 신의 이미지로 상징되며 교회와 전통과 목회의 영역에서 남성 중심적인 체계를 확립했다"며 "이러한 남성 중심주의와 가부장제는 여성 혐오 언어로부터 그 힘을 축적하고 힘을 실행해 왔으며 역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억압과 불평등의 사회체계와 구조를 확립했다"고도 전했다.

여성 억압구조 속에서 교단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신학의 현실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조 박사는 "여성신학은 합의되고 제도화된 교회법으로서 형성되는 신학이 아니라 여성의 억압과 차별의 역사적 경험과 상황으로부터 나오는 신학이기에 한국의 상황상 신학 체계를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금은 점차 여성 신학자와 여성 목회자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그 수가 신학적 논의나 교회, 교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는 그동안 신학과 교회의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한 결과 한국의 여성 신학을 구축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교단을 이끄는 지도자의 반열에 여성이 관여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학교에 여성 신학자는 정교수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흔치 않고 대부분 시간제의 강사로서 활동한다"고도 조 박사는 덧붙였다.

여성 혐오 문제와 여성 신학의 과제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조 박사는 "여성 혐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학과 교회, 사회적인 측면에서 여성 신학자와 남성 신학자들의 열린 토론과 협업이 필요하다"며 "억압자와 피억압자는 한 종교 안에서도 동일한 경험이 아닌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며 경험에 따른 현상에 대한 인식 역시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무엇보다 피억압자, 약자의 목소리에 주의를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언어가 지는 수행성과 언어가 구축하는 사회구조와 제도의 수행은 그 자체로 관습적이기에 권력을 행사한다"며 "그러므로 여성 혐오의 기제를 무너뜨리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양쪽 날개의 신학, 즉 진정한 여성 신학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 신학은 목소리를 내고 이 목소리를 받쳐주고 지지해 주는 남성 신학자들의 목소리와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여성 혐오가 만연한 이 시대 여성 신학의 과제로 조 박사는 ▲여성(신학)의 목소리 내기 ▲남성의 목소리로 여성의 목소리를 들리게 하기 ▲여성과 남성의 공동체 의식이 올바른 '성경적 가르침과 기독교 가치'와 함께하기 등을 제시하며 글을 맺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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