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세속화와 신성화라는 이중의 덫에 걸린 한국교회

최영 목사, 기장 회보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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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pixabay)
▲교회 전경.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최영 목사가 기장 회보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기장이 발표한 제7문서의 내용 중 교회론, 이른 바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를 집중적으로 해설해 눈길을 끌었다.

'목회와 신학' 섹션에 실은 이 글에서 특히 최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이중의 덫에 대해 논하며 교회의 정체성과 존재 의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최 목사는 먼저 교회의 존재 방식에 대해 "교회는 이 세상에서 '이미'와 '아직 아니'라는 모호한 중간시간 속에서 존재한다"며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알릴 뿐, 하나님의 나라는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승리가 선언되었지만 아직 영광스럽게 표명되지 않은 이 중간시간에서만 존재 이유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중간시간 속에 있는 교회의 상황은 좁고 뾰족한 바위 모서리 위를 걸어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교회가 어느 한쪽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으려면 교회는 항상 하나님 말씀의 지시와 안내를 따라 하나님의 나라라는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이 모서리 위를 걸어가야 한다"고 최 목사는 전했다.

교회가 세속화의 위험과 신성화의 위험라는 이중의 덫에 걸렸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목사는 전자에 대해 "이것은 교회가 세상적인 힘과 유행에 자신을 맞추려고 할 때 일어난다"고 했으며 후자에 대해서는 "교회가 세상 앞에서 자기 영화에 몰입할 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세속화된 교회의 특징으로 "주님을 바라보면서도 불안해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세상을 곁눈질하고 동경한다"고 밝힌 그는 "이러한 교회는 조바심에 가득 차서 자신을 세상과 비교하며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지며 열심히 이쪽에서 저쪽으로 또 저쪽에서 이쪽으로 오가는 접촉점을 찾으려고 노심초사한다. 외부지향적인 '결함이 있는' 교회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 목사는 "여기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교회가 이제는 세상으로부터 지속적인 적응의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며 이미 많은 점에서 교회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 안에서 사람들이 마련해주는 작은 자리만 차지해야 한다. 자리를 지정해준 세상은 교회가 세상에 아직 쓸모가 있으려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처방전까지 교회에 제시한다"고 전했다. 세속화 현상을 교회가 세상에 굴복하고 노예화 되어가는 과정으로 분석한 것이다.

스스로를 영화롭게 하는 교회도 문제다. 최 목사는 "이 교회는 세상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방주처럼 자신을 세상과 독립된 하나의 세계라고 주장한다"며 "내부 지향적인 '과잉의 교회'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등등 장광설을 펼치면서 많은 일을 하지만 결국 어떤 계획, 프로그램, 일, 운동을 전면에 내세우는 교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회는 자기 자신의 유익과 자기 자신이 세상과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고 특성화하기 위해 또한 자기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고 관철시키기 위해 주님을 필요로 할 뿐이다"라고 일갈했다.

한국교회가 걸린 두 가지 덫에 대해 소개한 최 목사는 이어 전통적인 교회론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패러다임이 전환된 교회의 역할 중 화해의 사역에 주목하며 "교회 안에서 진행되는 화해의 교역은 교회의 경계를 넘어서 땅끝까지 그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최 목사는 역설했다.

이어 한국교회 세계교회를 향해 "세상과 연대하고 책임을 다하는 교회가 되자"고 호소한 그는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는 현실적인 지식을 기초로 세상과 대면하되 세상과 연대하며 세상에 책임을 지는 교회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글을 맺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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