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한국 개신교...은총의 빈곤 초래"

한국신학아카데미, '믿기만 하면 구원 받는가?' 2024 봄학기 학술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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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제공)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가 한국신학아카데미 2024 봄학기 학술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칼빈주의 장로교 전통이 강한 한국 개신교가 '믿음'을 파편적으로 이해한 탓에 '은총'에 대한 신학적 빈곤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오후 서울 안암동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동연구소 봄학기 세미나에 참석한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는 이 같이 주장하며 한국 개신교의 '은총'의 물상화를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해 세미나 말미에 마이크를 잡은 김 박사는 오래된 신학적 주제만 붙들고 늘어지면서 게토화를 초래하는 신학 현실을 우려하며 개신교의 핵심 용어인 믿음, 은총 등을 가지고 교회 바깥 현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재했음을 안타까워 했다.

김 박사는 특히 "개신교는 은총의 종교다. 그러나 '오직 믿음'이란 구호에 집착한 나머지 '오직 은총'이란 구원의 또 다른 이면을 놓쳤고 은총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에 이르렀다"며 "방언 등 하나님이 주시는 은사 정도로 은총을 이해하는 한편, 은총을 물질적인 축복과 동일시 하는 등 은총의 물상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종교개혁 전통에서의 구원론과 관련해 은총에 대한 이해가 빈곤한 것은 구원에 대한 통전적 이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한편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 한국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는 '코메니우스의 구원론: 믿음, 소망, 사랑과 이신칭의와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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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제공)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한국신학아카데미 2024 봄학기 학술세미나 발제자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정 박사에 따르면 17세기 유럽에서 활동했던 철학자요, 교육학자요, 신학자였던 코메니우스(J. A. Comenius)는 몰트만(J. Moltmann) 이전의 희망의 신학자로 알려져 있다.

정 박사는 "코메니우스는 이신칭의의 구원론을 단순히 믿음 하나의 관점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과 연관된 통전적 시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믿음, 소망, 사랑을 중심에 둔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은 전인적이며, 윤리적이며, 영성과 관계된 전체를 포괄하는 총체적인 기독교 구원의 실천적인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메니우스는 칭의를 하나님 안에서 온전함을 향한 우리 신앙의 움직임의 출발점으로 이해하며, 칭의와 온전함(성화)은 마찬가지로 믿음과 소망처럼 불가분리의 관계로 예속된 것으로 이해했다"며 "그것은 믿음처럼 그렇게 우리가 먼저 행동하는 사랑의 움직임 안에서 갈망했던 언약을 향해 움직일 수 있는 근본토대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완전함을 향한 칭의와 성화(영화)의 통전은 코메니우스의 교육 선교론에서도 확인된다(골1:28)"며 "우리는 여기서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은 칭의론에서 믿음과 행함이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칭의와 성화 사이도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고 했다.

정 박사는 또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에서 믿음, 소망, 사랑은 통전적인 의미를 지닌 기독교 구원 신앙의 본질"이라며 "믿음은 구원의 출발이며, 동시에 그 믿음은 소망과 사랑과 함께 부름받은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백성으로서 신앙의 삶을 자유롭고 책임 있게 살게되는 신앙의 원동력이며, 그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일꾼의 사명을 수행하는 실천적인 신앙의 역동성"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날 제2의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요청받는 한국교회는 믿음과 행함의 분리 문제의 극복뿐만 아니라,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의 올바른 이해로 그간 한국교회가 상실한 신앙의 원동력과 역동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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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제공)
▲김주한 박사(한신대 교수)가 한국신학아카데미 2024 봄학기 학술세미나 논평자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논평자로 참여한 김주한 박사(한신대 역사신학)는 "발제자는 종교개혁 이후 프로테스탄트 신학계에서 쟁점이 되어 온 믿음과 행함, 칭의와 성화의 이분법적인 이해와 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신교 구원관의 본질적이고 통전적인 이해를 촉구한다"며 "그러한 이해를 위한 중요한 사례로 정 박사님은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을 논의한다"고 했다.

또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은 이신칭의 사상을 법정적인 차원에서만 아니라 종말론적인 차원으로 확장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며 "의롭다 칭함을 받은 그리스도인 각자는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통해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며 이 과정은 미래로부터 오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다는 신앙이야 말로 믿음이냐, 행위냐의 이분법을 넘어 도덕적인 침묵주의를 극복하고 경건의 능력과 신앙의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신학적 근거요 토대로 작용한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이 밖에도 그는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이 실추되고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게토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신학"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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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한국신학아카데미 제공)
▲13일 오후 서울 안암동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 박사)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동연구소 봄학기 학술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또 다른 논평자로 참여한 박재순 박사(씨알사상연구소 소장)는 "성경, 신학, 신앙, 삶에 대한 코메니우스의 통전적이고 종합적인 신학은 대립과 역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개신교의 신학과 관행을 치유하고 보완하는데 큰 가르침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코메니우스는 예수와 바울에게서 뚜렷이 드러나는 복음과 율법, 믿음과 행위 사이의 긴장과 대립을 충분히 고민했는가? 자연과 인간과 신에 대한 코메니우스의 낙관적이고 조화로우며 통합적인 관점은 고대와 중세의 이성적 합리주의의 낙관적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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