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예수의 대속은 지배권력 폭정 폭로한 것"

한신대 이서영 교수,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글 기고

passion
(Photo : ⓒ영화 포스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배경

한신대 이서영 교수(신약학)가 마가복음 10장 41절에서 45절에 나오는 '섬기러 왔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한다'는 예수의 말씀에 대해 "제국에 맞서 예수는 제국의 폭력 아래에서 모욕적인 노예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기 몸을 대속물로 내어놓아 지배권력의 폭정을 폭로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최근 「기독교사상」(8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이 밝히며 예수의 '대속'과 '섬김'은 "식민지 트라우마 때문에 제국의 권력을 모방하고 싶은 식민지 제자들의 정치적, 사회적 욕구를 비판하고, 지배받는 식민지 백성의 경험을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위한 대안적 가치로 옹호한다"고 주장했다.

'예수, 피해자가 되다:트라우마와 정치(막 10:41-45)'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제국의 폭정을 기억하는 제자들이 제국의 '첫째' 계급을 지향할 때, 그들의 다음 행보는 자신들이 당한 폭력과 억압을 모방하여 복수하는 것일 수 있다"며 "트라우마 피해자가 가진 하나의 환상은 복수를 통하여 외상 사건이 일으키는 "공포, 수치심, 고통을 제거할 수 있고,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겪은 해악을 인식"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제자들은 예수가 권력을 잡았을 때 그 권력에 올라타 자신들이 당한 폭력과 위협을 같은 방식으로 행사하여 '꼴찌' 됨의 수치심을 해소하고 복수하는 상상을 펼쳤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수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변화시킨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복수하는 순간 피해자의 위치는 가해의 책임을 안고 사는 "가피해자"가 된다"며 "피해자가 가피해자로 될 때, 가해와 피해, 정의와 불의, 화해와 분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이것들은 깊이 뒤섞이게 된다. 이 틈을 이용하여 악은 자기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진실은 점점 가려지게 된다. 그리하여 어디서부터 정의, 화해, 공존을 주장해야 할지 미궁에 빠지고, '점점 더 많은 폭력을 사용하는 폭력의 상승과 나선형 구조'에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제자들이 '가해자'로 변할 수 있는 순간 예수가 식민지 제자들의 폭력적인 정치적 욕구를 단호하게 바로 잡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그들이 첫째가 되는 순간 피해의 역사와 정체성을 안고 사는 그들의 삶은 가해자 제국의 폭력과 죽음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라며 "제자들이 지켜온 하나님 나라의 가치는 지배와 폭력 이데올로기에 가려지고 둘의 구분은 모호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예수는 로마제국의 위협과 공포를 계속하여 목격해온 식민지 피해자들의 정치 사회적 위치를 지지하고, 그들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식민지민은 결코 첫째 계급이 될 수 없는 제국주의의 지배 질서를 통찰한 예수는, 제국이 할 수 없는 식민지민의 사회적 역할을 통해 식민지 제자들이 수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예수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수용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예수는 로마제국의 피해자로서 수치와 굴욕의 삶을 살아가는 꼴찌 노예들이 첫째가 되는 하나님 나라의 대안적 질서를 이미 주장했다"며 "즉 예수가 노예적 섬김을 주장하는 것은 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이 회피와 망각의 역사에 묻히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국의 억압적 시스템을 반대하며, 지배받는 식민지 피해자들이 생존을 위하여 감당하는 역할을 긍정하고 그들의 정치 사회적 위치를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위한 자기 목표와 위치로 인정한다"며 "즉 피해자의 경험이 제국의 파괴적 질서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동력일 수 있다는 정치적 맥락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예수는 섬김을 받는 위치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자신을 노예와 같이 섬기는 자의 위치로 전락시킨다"며 "예수는 자기 목숨을 식민지 피해자들을 위해 내어놓으며, 로마제국의 십자가에서 죽는 피해자가 된다. 왜냐하면 세상의 끝자리로 떨어진 제국의 피해자들을 살게 하고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들을 섬기는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발적 피해자가 된 예수는 섬김으로 자유와 구원을 위한 그들의 몸값을 대신한다"고 전하며 글을 맺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