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가 칼뱅은 인간의 영적인 병들을 가리켜 '치명적이고 저주받은 병'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영적 병들이란 교만, 망상, 우상숭배와 미신, 태만, 불순종 등을 말한다.
그리스도대학교 이오갑 교수가 최근 발표한 「칼뱅의 죄인 이해」논문에 따르면, 인간의 이러한 병들은 근본적으로 '죄'에서 기인했으며 치료가능성도 매우 희박한 수준이다.
논문에 따르면 칼뱅이 꼽은 심각한 영적 병들 중 하나는 교만으로, 이것은 '허튼상상을 가지고 자신이 무엇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하나님마저도 강제하고 우상이나 미신까지도 만들어내는 인간의 치명적인 병'이며, 칼뱅은 이에 대해 "너무 뿌리깊은 병이어서 하나님은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독같은 것을 사용해야 할 정도"라고 표현했다.
망상도 심각한 병으로 소개됐는데 인간의 가장 심각한 망상은 하나님에 대한 망상으로 인간들이 자신들의 생각에 몰두해 하나님을 변형시키는 증상이 있으며, 칼뱅은 이에 대해 "우리는 하나님을 실제로 알아야지 망상으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상숭배와 미신은 지병으로 소개됐다. 칼뱅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망상에 따라 언제나 '자신들과 화합하는 신'들을 찾아낸다고 지적했으며, 이러한 것은 '타락한 종교에 대한 미친 열망'으로부터 기인된다고 분석했다.
자기중심성이라는 병도 있는데 이것은 인간이 철저하게 자기위주로 생각하고 자기만을 위하며 그러한 자신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진리마저도 거부하거나 거짓으로 만들어버리는 병이다.
칼뱅은 이러한 병들로 인간이 '병자'가 된 것은 죄때문이라고 했으며 이 죄는 아담과 하와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열매'를 따먹은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앎'에 대한 문제로 인간이 하나님이 알리지 않으려고 했던 것까지 알려고 하면서 하나님과 같아지고 스스로 하나님이 되려는, 일종의 교만한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런데 병을 진단한 칼뱅이 병들이 사실상 치료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논문에 따르면 치유될 수 있는 칼뱅이 가능성을 열어놓긴 했지만 완전히 죽을 지경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했으며, 이러한 경우도 자기 스스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로 돌아감으로써 하나님에 의해서 치유가 된다는 것이 칼뱅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칼뱅의 이러한 병의 진단과 처방들이 종교개혁의 대의와 관계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치명적인 병은 면죄부를 통한 구원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의 구원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영적인 병들의 치유가 어렵다고 처방한 이유는 당시 로마가톨릭교회가 교만· 망상·우상숭배와 미신 등 영적 병들과 직결되어 있었던만큼 어떤 타협이나 동정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당시 개혁대상이었던 로마가톨릭교회의 '치명적이고 저주받은' 영적인 병들로부터 한국교회는 그리고 우리자신은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