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원 평화전망대에 전시된 탱크 모형.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제70차 중앙위원회에서 '평화구축과 인간안보'에 관한 공식 성명이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고 NCCK 화해통일위원회(송병구 위원장)가 10일 전했다.
이번 성명은 이란,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콩고민주공화국 등 총 10개 지역의 분쟁 상황을 다루었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반도가 유일하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의 필요성과, 그 에큐메니칼적 의미가 국제적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아래는 이번에 채택된 WCC 중앙위원회 성명 전체 전문.
세계교회협의회(WCC) 70차 중앙위원회 공식 채택 성명
"평화와 인간 안보를 위협하는 시대를 마주하며: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카이로스의 부름"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너는 그 길을 보지 못하는구나. 이는 네가 하나님께서 찾아오신 이 때(카이로스의 시간)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눅 19:42, 44)
세계교회협의회(WCC)는 갈등이 고조되고, 교회가 평화를 위한 증언의 책임을 더욱 깊이 감당해야 하는 전환의 시점에, 새로운 도전들을 마주하며 지난 6월 18일부터 24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중앙위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특별히 이번 회의에서는 '남아프리카 카이로스 문서' 40주년을 기념하며, 제11차 총회에서 발표된 선언문 "평화를 이루는 여정: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는 길"을 다시 마음에 새기고 그 깊은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이 선언은 전쟁이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행위임을 고백하며, 즉각적인 전 세계 휴전이 오늘을 살아가는 인류와 신앙 공동체 모두에게 부여된 영적 책임임을 천명합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흘리신 탄식(눅 19:41-44)을 통해 우리는 오늘의 시대적 징후를 통찰하며, 지금 이 때를 '카이로스의 순간'으로 분별합니다. 이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해, 신앙으로 응답하고 공동체적으로 나아가야 할 시급한 때이며, 만일 우리가 이를 외면한다면 더 깊은 위기와 비극이 닥칠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과 갈등은 재앙적인 수준의 반인도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민간인 보호를 위한 국제법과 인도주의 규범은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습니다. 군사화는 가속화되고, 무기 확산과 핵 위협은 날로 커져가며, 진정성 있는 대화의 공간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의로운 평화'라는 비전은 현실 속에서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세계교회협의회는 다음과 같은 긴급하고도 단호한 호소를 전합니다.
- 전 세계 즉각적 휴전
- 핵무기 해체
- 정의의 회복
- 포괄적이고 참여적인 대화의 보장
- 폭력을 지속시키는 정책과 구조의 종식
이러한 위기에 응답하며, 세계교회협의회는 새로운 에큐메니칼 연대와 예언자적 증언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분열의 경계를 넘어, 상처 입은 공동체들 사이에 화해와 일치의 다리를 놓는 일에 헌신해야 하며, 불의와 억압, 군사주의에 맞서 비폭력적 저항을 더욱 널리 실천해야 합니다. WCC는 또한 국제적으로는 제네바협약, 세계인권선언, 다양한 국제인권조약, 핵무기금지조약(TPNW) 등 국제 인도주의 법체계를 통해 법의 지배를 지켜야 하며, 지역적으로는 일본 헌법 9조와 같이 전쟁을 명확히 거부하는 헌법적 원칙들을 준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천명합니다.
제11차 총회 이후 거의 3년이 지났지만, 세계는 무력 의존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습니다. 군사력은 다시금 국가 이익을 실현하는 주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국제법의 기본 원칙들은 공공연히 무시되고, 핵무기 사용에 대한 오랜 금기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핵 억제'라는 비이성적이고 비도덕적인 교리가 다시 국제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선한 뜻을 가진 이들은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길이 무엇인지"를 분별해야 할 때임을 우리는 분명히 선포합니다. 지금은 단순한 경고의 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향해 담대하고 공동체적인 행동을 결단해야 할 카이로스의 시간입니다.
중동(Iran, Gaza, Lebanon)
중앙위원회 회의 기간 중,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군사공격을 개시하였고, 이에 미국이 이 부당하고 불법적인 전쟁에 개입함으로써,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자행한 대규모 인권침해와 그로 인한 참혹한 결과는 중동을 넘어 전 세계의 불안정과 더 광범위한 분쟁, 심지어 핵전쟁의 위험까지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중앙위원회는 다음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가자지구,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공격과 국제법 위반을 즉각 중단하라.
- 모든 관련 국가는 갈등의 확대와 긴장 고조를 피하라.
-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무모한 이란 공격 및 중동 지역 내 군사행동을 더 이상 지지하거나 지원하지 말라.
중앙위원회는 이스라엘 정부와 군이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가하고 있는 반복적인 폭력과 집단 학살에 깊은 충격과 우려를 표하며, 특히 구호물자 배급소에서 인도적 지원을 기다리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수차례에 걸쳐 살해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우리는 중동의 교회들과, 전 세계 모든 신앙인들, 그리고 선한 뜻을 가진 시민들과 함께 이 지역의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시리아(Syria)
2024년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수십 년간 이어진 폭정과 학살적 탄압이 끝나면서, 정의롭고 포괄적이며 평화로운 시리아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3월, 아사드 정권에 충성하는 세력이 군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매복 공격을 가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 치안군과 친정부 민병대는 알라위파 민간인, 기독교인, 드루즈인을 포함한 1,500명 이상을 무차별 학살하면서, 그 희망은 다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2024년 12월 29일, 시리아의 교회 지도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화해, 대화, 협력, 그리고 희망에 기초한 새로운 시리아의 비전을 세상에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정세 불안은 이 희망의 언어들을 더욱 절박하고 간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종파주의적 논리를 폭력의 정당화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시리아 사회를 심각하게 분열시키고 있으며, 국민적 화해와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위원회는 다음을 요청합니다.
- WCC의 모든 회원 교회와 에큐메니칼 파트너들은 시리아의 교회, 기독교 공동체, 그리고 시민사회 파트너들과 더욱 깊은 연대 속에서 동행하라.
- 모든 정부와 유엔은 시리아 국민의 평등한 권리와 포용적 민주주의, 정의, 사회적 통합을 지지하고, 시리아 내 기독교인들과 교회를 보호하라.
- WCC 총무는 시리아의 회원 교회 및 에큐메니칼 파트너들과 협의하여, 변화된 정세 속에서 WCC가 감당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라.
우크라이나(Ukraine)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주거 지역과 생활 기반시설을 정밀하게 겨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민간인 희생이 날마다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4일 크리비 리히에서는 20명(그중 9명의 아동)이 사망했고, 4월 13일 종려주일에는 수미에서 35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6월 17일 키이우에서도 28명이 사망하고 최소 134명이 부상했습니다. 이 밖에도 민간인을 향한 폭격은 거의 매일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5월 말과 6월 초에는 러시아 브랸스크·쿠르스크 지역에서 여객열차가 공격을 받았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측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몇몇 국가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대화를 중재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정의에 기초하지 않은 대화는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없으며,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 수준의 공격과 공포전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 러시아의 침공과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민간인들에게 깊은 우려를 표하며, 러시아가 자행하는 공포전술과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 종교와 신앙의 자유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 WCC 총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회들과 협력하여, 이 지역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라.
-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신학적 대화를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
수단·남수단(Sudan·South Sudan)
수단에서는 수단군(SAF)과 신속지원군(RSF) 간의 내전이 장기화되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도적 위기 중 하나로 번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약 3분의 2가 긴급한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며, 그 가운데에는 1,600만 명이 넘는 아동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인신매매 위험이 극심하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단의 정치·군사 지도자들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채 전투를 이어가고 있으며, 외부 국가들이 군수 물자와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2011년 독립 이후에도 내전을 겪어온 남수단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의 내전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UN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최근, 남수단의 평화협정이 붕괴 직전에 있으며, 이 나라가 다시 내전으로 회귀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중앙위원회는 다음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 수단과 남수단의 정부 및 군 지도자들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되새기고, 모든 폭력을 중단하며, 대화와 협상의 길로 돌아설 것.
- 외부 세력은 양국 내 분쟁을 부추기는 무기·자금·물자 지원을 즉시 중단할 것.
- 인신매매 조직들이 수단 내 아동과 여성의 극단적 취약성을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에 대한 근절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
- WCC 총무는 수단을 위한 새로운 에큐메니칼 네트워크의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남수단교회협의회를 지원함으로써 두 나라의 교회와 시민들을 동반하고 지지할 방안을 마련할 것.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 (DRC)
콩고민주공화국의 비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복합적인 인도적 위기 중 하나로, 최근 동부 지역에서 다시금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진 콩고 정부군과 다수의 무장세력 간 충돌, 광범위한 인권침해, 성·젠더 기반 폭력은 극심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해 방대한 규모의 인도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불안정 속에서 극단적인 폭력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5년 1월 이후, 르완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M23 반군이 동부 콩고를 공격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동시에, 이 지역의 풍부한 광물 자원을 둘러싸고 다른 무장세력들도 잔혹한 폭력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2월, 북키부 주 카상가에 위치한 한 개신교 교회에서 우간다 출신의 IS 계열 무장조직인 연합민주군(ADF)이 여성과 아동, 노인을 포함한 70명 이상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참수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콩고 동부에서 채굴되는 이른바 "블러드 미네랄"을 둘러싼 국제적 착취 구조가 이러한 갈등을 지속시키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방관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의 중재로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이 잠정적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며, 2025년 6월 27일 장관급 서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협정에는 영토 보존, 적대 행위 중단, 무장세력의 무장해제와 조건부 통합, 공동안보체계 구축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지역의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 콩고 동부에서 폭력과 불안정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기도한다.
- 콩고와 르완다 정부는 잠정 평화협정을 조속히 공식화하고, 즉시 전면적으로 이행하여 이 지역에 평화와 안정을 회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WCC 총무는 지역 교회 및 평화구축 단체들과 협력하여 사회적 결속과 공동체 보호를 강화하고, 에큐메니칼 연대 방문과 순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
에티오피아(Ethiopia)
에티오피아에서는 에티오피아 정교회(EOTC), 에티오피아 복음교회 메카네예수스(EECMY), 에티오피아 가톨릭교회(ECC)가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함께,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 급증하는 인도적 위기, 그리고 날로 심화되는 민족 간 분열과 혐오 발언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습니다.
2023년 11월, WCC가 주관한 역사적인 만남에서 세 교회의 대표들은 인도적 대응을 위한 협력 강화와, 국가 차원의 교회협의회 설립에 합의하였으며, '공동 회복력 파트너십'을 재구성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 이후에도 아직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도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간의 긴장 상황은 계속되었으며, 국내 여러 지역에서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지지와 위로, 그리고 연대를 전합니다.
- 에티오피아의 교회들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여, 그 하나됨의 증언을 통해 분열된 사회 속에서 평화와 일치의 빛을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WCC 총무는 이러한 교회 간 협력이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Korean Peninsula) 해방과 분단 80년, 정전협정 72년의 기로에서
2025년, 한반도는 해방과 분단 80년, 그리고 정전협정 체결 72주년을 맞이합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잠재적 위험이 큰 분쟁지대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으며, 오랜 군사적 긴장과 새로운 갈등이 지역은 물론 세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핵전쟁의 가능성조차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984년 도잔소 평화프로세스의 출범 이후, 지난 40년간 남북한 교회 간의 만남과 대화를 꾸준히 동행해 왔으며, 평화와 통일, 인도적 협력을 위한 한국 교회의 노력에 국제 에큐메니칼 공동체로서 함께 연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남북 간 공식적인 대화 채널은 사실상 중단되었고, 상호 간의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지속되어온 대립과 억제 중심의 대북정책은 대화를 배제하고 적대 상황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이는 한반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 탄핵을 거쳐 새롭게 출범한 대한민국의 민주정부는 북측과의 대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평화지향적 관계 회복을 국정의 주요 방향으로 천명하였습니다. 특히, 2025년 6월 11일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결정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소통의 물꼬를 트는 첫 실천적 조치를 취하였으며, 이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고무적인 신호로 평가됩니다.
이에 세계교회협의회 중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 1989년 모스크바 WCC 중앙위원회와 2013년 제10차 부산 총회에서의 결의를 재확인하며, 한반도가 정의, 화해, 일치의 에큐메니칼 순례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 WCC의 모든 회원 교회들과 에큐메니칼 파트너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에 함께 동참할 것을 요청하며, 매년 8월 15일 직전 주일에 드려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기도주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한다. 기도와 연대,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이 순례에 함께 걸어갈 것을 함께 요청한다.
- WCC 총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한 한국 교회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여정에 동행할 것이며, 북측의 조선그리스도교련맹(KCF)과의 교류 재개를 적극 모색하고, 한반도에큐메니칼포럼(EFK)에 보다 폭넓은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 대북 인도적 협력을 촉진하고, 남북 간 교회 및 시민 사회 차원의 교류와 연대를 가능케 하기 위해, 현재 부과되어 있는 제재 조치와 여행 제한이 완화되거나 철폐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콜롬비아(Colombia)
콜롬비아에서는 60년이 넘는 내전을 지나 비교적 긍정적인 평화의 진전이 이루어졌으며, 현 정부는 포괄적이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EP, Fuerzas Armadas Revolucionarias de Colombia - Ejército del Pueblo) 과 체결한 평화협정의 핵심 조항들이 여전히 이행되지 않음으로써, 이후 평화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총체적 평화' 구상은 여러 무장조직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난관에 부딪히고 있으며, 폭력으로 고통받는 농촌 지역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개선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 임기가 2026년 5월 종료를 앞두고 있는 현재, 평화 대화를 향한 정치적 의지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EP) 내 평화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주요 분파인 '중앙군사사령부'(EMBF, Estado Mayor Central de las FARC) 와 콜롬비아 정부 간의 평화 대화를 동반자로서 지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WCC는 콜롬비아 평화를 위한 교회 간 대화 네트워크(DiPaz, Diálogo Intereclesial por la Paz), 핀란드복음루터교선교회(Felm) 와 협력하여, 2024년 6월 출범한 공동 평화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 콜롬비아 평화 특사로 오랜 기간 헌신해 온 움베르토 시키야 박사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는 페르난도 엔스 교수가 비상주 특사로, 제니 네메가 상주 부특사로 임명되어 그 역할을 이어가게 됨을 확인합니다. 시키야 박사는 평화 자문으로서 계속 협력할 것입니다.
-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향한 콜롬비아의 모든 노력을 WCC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동행하고 지원할 것임을 재확인합니다.
- 모든 국가와 관련 국제기구는 콜롬비아 정부의 평화 노력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후퇴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하며, 이를 위협하는 어떠한 시도도 방지해야 합니다.
- 콜롬비아 정부는 폭력 피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화와 조치를 보장해야 합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적대는 분열을 더욱 깊게 하지만, 대화와 협력, 정의, 상호 존중, 공동 책임이라는 가치는 진정한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확신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간절히 호소합니다:
- 모든 국가는 역사로부터의 교훈을 기억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무기 경쟁을 멈추고 핵 대결의 벼랑 끝에서 물러서십시오. 지속가능한 평화의 참된 기반은 군사력이 아니라, 정의, 인권의 평등, 그리고 공동된 인류애를 기초로 합니다.
- 전 세계의 모든 무력 충돌에 대해,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즉각적인 휴전이 시급히 요청됩니다. 이는 신앙 양심의 부름이며, 평화를 향한 책임 있는 응답입니다. 우리는 모든 국가와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간곡히 촉구합니다.
- 전쟁과 폭력이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등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미치는 고통에 주목하며, 성폭력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사전적 보호조치와 철저한 대응체계 마련을 통해), 전쟁으로 인해 장애를 입은 이들과, 장애인 지원 체계가 무너지면서 이차적 피해를 겪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을 요청합니다.
- 전쟁의 참혹함으로부터 사람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의 기본 원칙들이 반드시 존중되어야 합니다.
- 아직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서명하거나 비준하지 않은 모든 국가들, 특히 핵우산에 의존하거나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은 조약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 기독교 신앙이 세상 속에서 평화를 증언하도록 부름받았다는 점과, '정의로운 평화의 길'을 향한 에큐메니칼 헌신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함께 숙고하고 나누는 에큐메니칼 대화를 다시 시작할 것을 요청합니다.
- 태평양 지역의 교회들과 지역 공동체가, 미국·영국·프랑스의 핵실험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와 함께, 기후위기 및 해수면 상승이라는 실존적 위협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피조세계와의 화해와 정의로운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정의로운 평화의 여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을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 우리는 이 땅의 수많은 갈등과 폭력, 불안정과 위협의 한가운데 서 있는 교회들과 기독교 공동체들과 함께하며, 변함없는 연대와 동행, 지원을 약속합니다.
우리는 다시 기도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 고통받고 분열된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끌어 주시기를, 그리고 폭력과 분열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길을 성찰하지 못하는 이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정의와 평화가 회복되는 길로 나아가기를 간구합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마 5장 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