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대강당을 가득 메운 기도회 참석자들. ⓒ김진한 기자 |
십일조가 면죄부처럼 여겨지고, 성직매매가 태연히 자행되고 있는 등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한국교회에 ‘종교개혁을 다시 한 번!’이라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10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있었던 ‘한국교회와 한기총 개혁을 위한 범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의 기도회에서였다.
물론 범대위 공동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참여자 역시 바알이란 돈에 무릎을 꿇고 입을 맞추며, 한때 그것의 노예가 되기도 했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통회’와 ‘자복’이 있었다.
‘한국교회와 한기총의 공의·개혁·갱신을 위한 특별기도회’에서 예장통합 증경총회장인 이광선 목사(범대위 공동대책위원장)는 "그동안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한기총 대표회장들은 자기합리회 논리, 기름진 입술, 화려한 박사 가운으로 금권선거를 가리면서 세속적 삶을 살았고, 도덕 불감증, 윤리적 공황 상태로 살아왔다"며 "이럼에도 정의를 요구하시는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 1200만 성도들의 거룩한 삶과 5만 목회자의 희생적 삶을 보시고,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한 자들을 보시고, 그의 영으로 한국교회를 개혁하시고자 회개의 영을 주셔서 우리로 모이게 하셨다"고 주장했다.
▲설교를 전하는 최성규 목사. ⓒ김진한 기자 |
과거 선거 과정에서 200만원을 받았다고 양심고백한 송일현 목사(범대위 상임부위원장)는 기도회가 있기까지 경위설명을 하며 "이래서는 안되는데...하고 있었지만 달리 길이 없었다"면서 "이제야 개혁의 계기가 마련됐다. 더 이상 묵과하지 말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개혁하자"고 말했다.
이어 설교를 맡은 최성규 목사(범대위 공동대책위원장)는 ‘나부터 먼저’(마 4:17)란 주제로 메세지를 전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한국교회와 한기총엔 희망이 없다고. 한기총 해체해야 한다고까지. 부패와 타락상만 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사람에게 희망 없어도 예수님은 희망이 있다. 내가 죽으면 예수님이 사시고, 내가 살면 예수님이 죽는다. 나부터 먼저 죽자. 한국교회와 한기총이 예수님 앞에서 철저히 죽으면, 주님이 다 살려주실 줄 믿는다"고 했다.
그는 특히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 옳은 게 좋은 것이다"라며 "좋은 길 아닌 옳은 길 따라야 한다. 한국교회와 한기총을 위한 기도에 우리가 너무 게을렀다"고도 함께 밝혔다.
예장통합 증경총회장 최병두 목사(범대위 고문)는 격려사에서 자리에 서기까지 주변의 만류 등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밝히며 오늘의 한기총 사태가 "연합정신을 위배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됐음을 알렸다. 그는 "고 김기수 목사(예장통합 증경총회장) 이후 한기총 대표회장 임기는 2년에서 1년으로 줄었고, 한동안 그렇게 갔으나 역대 대표회장을 비롯한 다수의 총대들이 연임에 찬성함으로써 두 번까지 대표회장 연임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래 1년씩으로 정한 큰 이유 중의 하나가 교단 간 연합정신이었다"며 "길자연 목사가 세 번이나 대표회장을 역임하는 것은 이 연합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개혁운동이 지역으로도 번져 나가서 차제에 한국교회에서 돈으로 불법행위를 하는 일들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격려사에서 최병두 목사가 "고 김기수 목사 이후 한기총 대표회장직은 단 1년만 맡을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이어 합심기도 시간에는 김호윤 목사(범대위 상임위원장)가 ‘공의의 실현을 위하여’, 전용범 목사(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 대표회장)가 ‘개혁의 실현을 위하여’, 서상식 목사(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 대표회장)가 ‘갱신의 실현을 위하여’, 최요한 목사(범대위 상임부위원장)가 ‘금권선거와 불법선거의 회개를 위하여’를 주제로 기도 인도했다.
이광선 목사와 군소교단 총무들로 시작된 한기총 개혁 세력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날 대강당의 좌석을 가득 메웠다. 범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인원만 700여명에 이르며 앞으로 한국교회 및 한기총의 개혁에 동참하는 개인 및 단체들의 영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큰 교단으로서 유일하게 기도회에 참석, 금권선거 개혁에 목소리를 높인 이광선 목사, 최병두 목사 등 예장통합 증경총회장들은 시종일관 외롭게 기도했다. 예장통합측 지도부와 임원회는 현재까지 한기총 금권선거 파문과 관련, 어떠한 공식적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지난번 있었던 한기총 실행위에 교단 지도부로 참석한 몇몇 인사 조차 이 문제에 관해선 한 마디 언급이 없었다.
이와 관련, 예장통합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실행위에서 "(예장통합이)금권선거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등의 항의를 못했다"는 본지 기사(2011년 3월 7일자 ‘한기총 실행위서 불 뿜는 예장통합측 인사들’)의 지적에 "(그런 것을 항의할 만한)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반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교단의 몇몇 증경총회장들 그리고 길자연 목사의 핵심 참모였던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마저 길 목사의 금권선거를 폭로하고 등을 돌린 길자연 체제에 예장통합측이 일언반구 없이 침묵으로 동조하고 있는 것에 향후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