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두 개혁가,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교수)와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가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논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나란히 발제했다. 기독교 시민운동을 이끌어 온 손봉호 교수는 전 기독교적 운동의 차원에서 공공성 개선을 논했고, 이와 반대로 김진호 목사는 공공성 개선을 위해 ‘작은 교회’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29일 종로구 동숭교회에서 열린 도시공동체연구소(소장 성석환) 1주년 기념 토론회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말한다’에서다.
▲도시공동체연구소 토론회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말한다’ ⓒ이지수 기자 |
손봉호 교수 “사회로부터 온갖 혜택 받은 한국교회가 사회에 무관심… 배은망덕”
“’목회자윤리위원회’ 만들자니 모두가 뒤로 내빼… 타락상 심화돼”
“윤리의식 제고 통해 한국사회에 기여해야”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이지수 기자 |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가 공공영역에 대한 인식이 평균 이하라며 개탄했다. 그는 한국교회 교인들이 “몇 가지 우상을 섬기고 있는데 첫째 돈의 우상이고 둘째는 그에 못지 않은 ‘우리 교회’ 우상이다. 거기에서 더 이상을 나아가지 않는다”며 “교단에도 기독교계에도 관심 없고 한국사회에도 관심 없다. 다른 사람이 책임질 일이라고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 몸 제 교회만 돌보는 것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한국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되갚지 않는 “배은망덕한 행위”라며 “한국사회에 빚진 것을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교회 수도 늘어나고 재정 능력도 커지고 무엇보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는데, 힘이 커지면 마땅히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함에도 그것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한 예로 목회자 납세 문제를 들었다. ‘모든 목사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그는 “한 달에 천 만원 받는 목사님이 세금 안 낸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자동차가 길을 다니는데 그 길을 누가 만드나? 근로자들이 땀 흘려 낸 세금으로 닦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목사님이 그 세금 안 낸다면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 것 아닌가?”라며 변론했다.
한국교회를 향한 따가운 시선도 ‘공공영역’에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며 최근의 한기총 해체운동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제가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니까 많은 곳에서 편지가 온다. 특히 불신자들이 내가 (한기총에) 비판적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 놓고 기독교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데, ‘패닉’이라고 할까… 너무 놀랐다, 반감이 얼마나 강한지”라며 “그들이 우리를 얼마나 조롱하고 반대하는가를 아주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더 낮아지고 희생했더라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성 개선을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윤리’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문화, 교육, 예술 등 다른 분야에 공헌하는 것보다도 “’윤리의식 개선’이 한 사회가 그 사회의 지배적인 종교에 요구하는 것”이라며, 특히 투명성 지수가 세계 39위인 한국에서 이 운동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한국교회가 이 일에서 “완전히 실패를 경험했다”며 “한국사회의 도덕성을 한국교회가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기총 금권선거 타락상이 이를 방증한다. “제가 20여 년 전에 존경 받는 목사님들을 찾아 다니면서 ‘목회자윤리위원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상한 길로 가는 목사님들한테 참 부드럽고 겸손한 말로 권고의 편지라도 보내주시면 어떨까라면서 부탁했는데, 하나같이 ‘내가 무엇이관대…’라고 한다. 겸손한 말로 들리지만, 들으면서 굉장히 화가 났다. 철저히 이기적인 말이다. 자기 거룩함만 중요하고 아무개는 죽어도 괜찮은가? …(중략) … 그렇게 공적으로 무책임하니, 결국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그들이 20여 년 전 그런 노력이라도 했더라면 기독교가 이렇게 타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자신 또한 “해체운동 하면서 ‘내가 뭔데 (이런 일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고 많은 분들이 ‘니가 뭔데’라고 하기도 한다. 저도 이런 거 하기 싫고 미움 받기 싫다”며 “그러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이 기독교인의 책임을 감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도덕적이라고 해서 구원받는 것은 아니지만 구원받으려면 도덕적이어야 하고 크리스천이라면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리스도인이라면 믿을 수 있다’라는 말을 사회로부터 듣게 만드는 것이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에 할 수 있는 공헌”이라며 발표를 맺었다.
김진호 목사 “작은 교회의 탈권위적인 제도와 담론에서 공공성의 가능성 발견”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이지수 기자 |
김진호 목사는 중대형교회가 성도들 간의 소통이나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의 처리를 위해 설치하는 연령별(청년부/장년부 등), 성별(여신도회/남신도회 등), 거주지별(구역제도 등) 조직들을 ‘매개장치’라고 표현하며, 이에 반해 소형교회들은 “’무매개성’이 가능한 특성을 지닌다”고 밝혔다.
그는 ‘무매개성’이 “탈권위주의적인 신앙제도와 신앙담론을 발전시킬 가능성에 열려 있고, 이러한 신앙적 제도와 담론은 교회와 교인들로 하여금 ‘외부’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소형교회의 무매개성과 ‘공공성’의 접촉점을 찾았다.
그는 “(교회가) 작기 때문에 다른 교회, 종교단체, 시민단체 등과 보다 탈권위적으로 네트워크되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것은 주변에 대해 보다 탈권위적인 관계인식을 가지고 보다 대화적인 태도로 이웃을 대면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며 “이에 작은 교회는 교회가 공공적 기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러한 개혁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