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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칼럼]‘갈릴리 복음’으로 돌아가야 산다

           ▲ 김경재 명예교수
2009년 기축년 새 해가 시작되었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이 공전궤도를 한바퀴 돌아, 사계절이 바뀌고 밤낮의 길이가 길거나 짧아진다고 해서, 사람이나 역사가 새로워 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해가 바뀌면서 좀 더 나아진 삶을 꿈꾼다. 나는 한국 개신교에게 이것을 바라고 싶다. 나 자신부터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리라 다짐한다.
 
첫째,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한국개신교에 대한 신뢰지수는 20% 미만 곧 10명중 2명뿐임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철저한 개혁과 환골탈퇴하는 자정의 노력을 최소 향후 10년간 계속해야 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하여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사회구성원들이 기독교에 바라는 5가지 요청은 분명하며 정확하게 핵심을 잡아 진단하고 있다. (i) 교인과 교회지도자들의 언행일치(42%) (ii)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자세 확립(25.8%) (iii) 사회봉사(11.9%) (iv) 교회재정의 투명화(11.5%) (v) 교회성장제일주의 지양(4.5%) 이상의 5가지 요구였다.
 
둘째,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위의 5가지 정당한 요구에 직면하여 물량적 사고와 자기과시적 허세, 명예욕과 권력욕망의 부끄러운 망상에서 벗어나 후다닥 잠을 깨야 한다. 한국교계와 각 교단이나 지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지도자들은 할말도 많겠고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명분과 정당한 자기변호를 다 감안하더라도, 한국사회는 한국개신교의 지도력을 존중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속된말로 “잘들 논다!”라고 멸시를 넘어 비아냥거리고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다. 교계 교권 중심부는 그러한 사회의 냉혹한 기독교에 대한 반감 원인을 안티기독교단체, 이단적 신학사조, 방송이나 언론매체의 부정확한 비판적 선동 때문이라고 책임을 밖으로 돌린다. 그리고, 목숨 걸고 기존의 보수적 기독교 자기정체성을 사수하겠다고 순교자적 전의를 불태운다. 도대체가 진지한 자기성찰이나 자기정화 노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해서, 지금 한국기독교의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셋째도 ‘자기정화, 자기회개’여야 한다. 자존심상하고 기분 나빠도 할 수 없다. 그것이 사실이고 현실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셋째, 최근 교계뉴스가 전하는 바를 보면 20009년은 한기총 발족 20주년 기념의 해가 되기 때문에, 성대한 기념행사를 치루겠다고 포부를 말하는 지도자들의 지도노선에 관한 뉴스를 접한다. 한기총 발족 20주념의 해가 한국사회사나 교회사에서 도대체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이기에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성대한 행사를 치루겠다는 것인가? 제발 정신 차리고 발상법의 전환이 있기를 촉구한다. 2007년의 해에 ‘1907년 평양 대부흥 회개와 부흥운동 100주년 기념대회’로서 성의껏 범 교단적으로 준비하여 10만명이 모여 상암축구 경기장에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일반 언론방송매체나 사회인의 관심은 차갑고 냉소적이었던 것을 잊었는가 아니면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 국민전체가 경제적 사회적 위기와 고난의 시련을 겪고 있는 2009년에 한기총 발족 20주년 기념성회를 아무리 성대하고 웅장하고 거룩하게 치르더라도 돌아오는 것은 냉소적 사회 비판 뿐 일거라는 점을 교계지도자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넷째, 무엇보다도 요즘 한국기독교계 특히 지도자들의 발언들과 교계신문 기사논조를 보노라면, 이슬람교의 한국전파와 교세신장을 이단종파의 도전이나 위협처럼 생각하는 발상과 언어적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두려운 예감마저 든다. 한국개신교가 이슬람 문화권에 선교사를 파송하면서, 이슬람교의 한국선교나 교세신장은 경계하고 위험시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이런 이기적이고 자가당착적 모순이 어디 있단 말인가? 현재 중동지역에서 불타고 있는 유대교-기독교연대(이스라엘과 미국의 연대)를 한축으로 하고 아랍-이슬람 교세를 또 한 축으로 삼는 이런 종교문화충돌의 대립구조 씨앗을 이 땅에 뿌리는 듯한 시대착오적인 위험한 발상과 언행논조들을 크게 반성해야한다. 한국사회구성원들이 한국개신교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경멸하는 가장 큰 원인중 하나가 타종교에 대한 독선적이고도 공격적인 태도와 비관용성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한국 기독교는 교세 1,000만명의 종교왕국에 유폐당하고 1970-80년대에 이룬 교세신장의 선교업적에 도취하여,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도통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 곧 ‘때의 징조’를 분별 못하는 어리석은 종교단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2009년은 과학계에서는 '천문·진화론의 해’로 정하여 갈릴레오 망원경 발명 400돌과 다윈 탄생 200돌 행사를 전지구촌 차원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도 생명의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못한채 창조론의 입장을 고수하며, 창세기 천지창조설화가 말하려는 신앙진리를 소홀히하고 그 설화를 과학적 사실처럼 믿어야 정통신앙이라고 강요하는 한국 기독교 미래에 과연 현실을 이끌어갈 창조적 젊은이들이 교회 안에 남아 있을까? 한기총 창립20주년기념행사 같은 것은 집어치우고 차라리 2009년의 해를 ‘종교와 과학의 상호대화의 해’로 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여섯째, 마지막으로 2009년은 한국 기독교가 다시 갈릴리의 순수하고도 생명력이 넘치는 가난한자들의 친구가 되는 사랑의 종교에로 복귀하는 첫해가 되기를 바란다. ‘갈리리 복음’이란 상징어이다. 교권적 기독교, 교리적 기독교, 성직자중심의 기독교,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기독교, 부자들의 부를 축복하고 청빈과 가난한자를 비웃는 콘스탄틴적 기독교 등에 대한 대립적 개념이 ‘갈릴리 복음’이라는 상징어이다.
 
전지구가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촉발된 세계적 경제위기로 고통을 겪는다. 하루 속히 이 경제적 위기가 한국사회나 전 지구적 차원에서 극복되기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지혜를 모으고, 어려울수록 더 어려운 인간에 대한 연대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 교회는 지난날 경제위기 발생이전의 호황을 누리던 시대에로의 복귀만을 바라야 할 것인가? 더 근본적인 지구문명의 존폐를 위한 가치관의 전환, 생활스타일의 변화, 인간 영성의 진작을 선도해가야 할 것 아닌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 인구 20억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교회는 잊어 버렸던 산상수훈의 복음을 설교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많이 소비하고 너무나 낭비하며, 지나칠 만큼 경제적 물질욕망에 병들어 있음을 말해야 한다. 교회부터 ‘청빈과 여백의 영성’을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김경재 (삭개오작은교회 전도목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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