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가톨릭교회가 과거 노예제를 즉각적으로 규탄하지 못하고 일부 시기에는 이를 사실상 용인했던 역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교황은 25일 현지시간 발표한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 Humanitas·위대한 인간성)를 통해 "교회를 대표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예제에 대한 교회의 비판과 대응이 늦어졌다는 점을 인정하며,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고통과 굴욕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회칙에서 "노예제가 남긴 상처는 그리스도교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으며, 교회 역시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회뿐 아니라 교회도 노예제라는 비극을 단호히 규탄하는 데 지체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고대와 중세 시기 일부 교회 기관들이 노예를 소유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또한 로마 교황청이 당시 군주들의 요청에 따라 예속 관계를 정당화하거나, 경우에 따라 이교도들을 노예로 삼는 것을 허용한 사례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번 사과는 교황이 현대 디지털 경제 속 노동 착취 문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교황은 오늘날의 불평등한 노동 구조와 착취를 과거 노예제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역대 교황들도 기독교인들이 대서양 노예무역에 관여한 데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이교도 지역을 정복하고 사람들을 노예화하는 과정에서 교회가 군주들에게 일정한 권한을 부여했던 역사까지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레오 14세가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AP통신은 이번 사과가 미국 흑인 가톨릭 신자들과 인권 활동가들이 오랫동안 제기해 온 요구에 대한 응답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교황청이 식민지 시대 인신매매와 노예제에 관여한 역사에 대해 보다 분명한 책임 인정과 속죄를 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