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이단문제, 신학적 대응보다 목회적 대응 중요”

기장 이대위, 첫 세미나 열고 활동방향 논의

▲기장 ‘이단·사이비 대책위원회’와 ‘목회와 신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 <이단·사이비 문제와 한국교회의 현실>. ⓒ이지수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종성 목사) ‘이단·사이비 대책위원회’(이하 이대위)가 21일 첫 세미나를 열고 활동방향을 논의했다. 기장 이대위는 핫라인을 빠른 시일 내에 설치해 교단 내 이단 피해 사례를 접수받기로 했으며, 기존 교단과 달리 이단문제에 대해 ‘신학적’인 대응보다는 ‘목회적’인 대응에 주력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작년 11월 총회 실행위를 통해 설치된 이대위는, ‘신앙의 양심’을 중시해 온 기장의 전통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설치를 헌의한 강원노회가 이미 이단(신천지) 피해를 실질적으로 입고 있었던 만큼 목회자들의 기대 속에 출범했다.

이후 이재천 목사(기장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 강성영 교수(한신대 신대원장) 등 5인이 이대위 특별위원으로 선정됐고, 이영호 목사(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사무총장)가 위원장을 맡았다.

기장에 이대위가 처음 설치된 만큼 이날 세미나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이단을 판별할 것인가’부터가 화두였다. 세미나에는 이대위원 외 목회자, 신학자들도 참석해 자유롭게 토론했다.

이정우 박사(기장 목회와신학연구소 정책연구실장)는 신학적으로 이단을 규정하는 일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기장 안에만 해도 여러가지 신학이 있다.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냐, 또는 성서 자체가 하나님의 말씀이냐, 또는 성서가 해석되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되느냐로 의견이 갈라지지 않느냐. 이뿐 아니라 정통신학의 입장에서는 민중신학도 이단이고 종교다원주의도 이단”이라며, “이단을 신학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단 문제를 “신학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사회병리현상’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단은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삶이 실존적으로 불안하고, 사는 게 힘들고, 다니던 교회에서의 신앙체험이 만족이 안 될 때 이단에 빠지게 된다. 이단 문제는 신학 문제가 아니라 ‘삶의 파괴’의 문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재천 목사 역시 “이단 문제를 신학적 논쟁으로 비화하고 싶지는 않다”며 “신학이 보조적인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주된 것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위의 출범 배경이 교회공동체에서 문제가 발생한 데 있는 만큼, 그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단 피해 교회를 어떻게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인지, 피해 재발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활동의 주가 되게 하자는 것.

▲기장 ‘이단·사이비 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영호 목사 ⓒ이지수 기자

이밖에 “이단이 아닌 사람을 이단이라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기장을 이단이라고 하는 교단도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다른 곳을 이단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단에 대한 대처가 현실적으로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단 피해를 퇴치하는 데 이대위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대위는 일반적으로 이단이라고 판별되는 50여 개 단체에 대한 자체적인 연구를 해나가기로 했다. 또 이단 대처를 위한 가이드를 만들고, 이를 교역자 및 평신도들에게 숙지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핫라인을 만들어서 피해 사례 접수하고, 이러한 활동 내용을 교단에 홍보하여 활성화시키는 데도 힘을 쏟기로 했다.

이대위원장 이영호 목사는 “이단 단체들의 이름과 특징, 교주만 알아도 어느 정도 보호가 된다. 평신도들에게 그러한 내용이 주지되려면 먼저 이대위가 자료수집과 연구해야 한다. 총회에 건의해서 정식으로 상담소를 설치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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