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교회론적 지평서 슐라이어마허의 ‘경건’이 갖는 의미는

전철 박사, 슐라이어마허 연구논문 발표

‘직관’과 ‘감정’으로 통칭되는 의식장의 지평을 정신적 층위를 넘어 존재론적, 세계관적 층위로 새롭게 연 슐라이어마허. 그가 현대신학의 아버지로 불릴 수 있었던 까닭 중 하나는 유한자가 무한자를 경험하는 데 있어 ‘직관’과 ‘감정’의 지위를 확보한 데에 있었다.

▲전철 박사(한신대 외래교수, 조직신학)

지난 20일 열린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기독교 교리연구> 세미나에서는 전철 박사(한신대 외래교수, 조직신학)가 ‘슐라이어마허의 직관에 관한 연구’란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 박사는 "모든 유한하고 개별적인 생의 활동 배면에 무한성이 ‘개성적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슐라이어마허의 자각과 주장은 19세기 정신과학과 신학의 지평에 대한 도전을 넘어서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며 이 논문을 통해 "특히 직관의 지위가 슐라이어마허의 신학적 요소들에 어떻게 개입되고 어떠한 방식으로 발화되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고 했다.

전 박사는 특히 교회론적 지평에서 슐라이어마허의 직관의 지위를 성찰하기에 앞서 슐라이어마허의 종교관을 살펴봤다. 그는 "슐라이어마허의 종교관에 있어서 종교적 대상과 그 대상을 감지하는 주체 사이의 주객 긴장은 온전히 극복되어야 할 요소들이다"라며 "오히려 '종교'는 어떠한 방식의 주객긴장이라는 존재양식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는 양식과 관련하며 주객긴장이 어떻게 지양될 수 있는지를 성찰하는 영역이다"라고 했다.

슐라이어마허는 ‘유한자와 무한자의 관계를 사변이라는 가교를 통해 연결하는’ 종래 전통적 입장과 달리 이 둘을 관통해내는 계기를 개별성에 의거한 ‘직관’과 ‘감정’을 통해 구상하고자 했다.

전 박사는 이 같이 유한과 무한과의 만남에 있어 비매개적 속성을 주장하는 슐라이어마허로부터 ‘절대의존의 감정’을 재조명했다. 그는 "(슐라이어마허에게)인간과 신, 유한과 무한의 만남은 전자의 후자에 대한 절대의존적이고 절대귀속적인 의식을 동반한다"면서 "그에게 ‘절대의존의 감정’은 우리 자신이 신에 귀속되어 있다는 느낌이며 바로 그것이 종교적 경건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했다.

또 "그는 ‘경건’의 본질을 인간이 저 밖의 무엇을 향해 의존하고 있음에 대한 인식으로 정의하며 바로 인간의 신과의 의존관계에서 드러나는 느낌이라고 강조한다"며 "이 근원적 의존감정은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내용이며 기독교 의식의 본질을 결정하는 핵심 관건이라고 그는 이해한다"고 했다.

우주 안에서 개인의 의미, 개인의 지위에 주목한 슐라이어마허에 전 박사는 "세계는 어떠한 개인들의 집합에 의해 양적으로 구성되는 통일체이거나 개인은 세계의 양화된 요소라는 사유를 넘어서서 오직 세계의 탄생은 개인을 통하여만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고 있다"며 "즉 개인이 세계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개인 안에서 개인을 통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연장선 상에서 전 박사는 개인의 ‘경건’이 갖는 교회론적 지위에 대해 고찰했다. 전 박사는 "슐라이어마허에 있어서 경건은 하나의 독자적인 완결성을 지닌 종교적 감정이다"라며 "그에 있어서 ‘경건’은 자기의식 속에 드러나는 ‘유한자와 무한자의 결합에 대한 의식’이다"라고 말했다.

슐라이어마허는 기독교적인 경건의 본질에 대한 해명을 ‘공동체’의 문맥 속에서 재해석한다. 전 박사는 "슐라이어마허의 경건론은 유한자의 개별성과 무한자의 보편성 사이의 종교적 감정의 문제로만 제한되는 지평을 넘어서서 기독교 공동체, 특히 교회 공동체의 관점 속에서 폭넓게 다루어진다"며 "왜냐하면 슐라이어마허에 있어서 기독교는 결코 개인에게 주어지는 이상을 넘어 개별자들의 총체성을 담지한 공동체를 통해 주어진 이상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슐라이어마허에게 있어서 기독교에 대한 진술은 공동체적인 교회와 연관되어 발현되는 것이며 기독교는 근본적으로 공동체에 입각해 구현되는 가치였다. 때문에 그에게 교회 공동체는 저 하늘에 존재하는 구원을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차원으로 구현해야 할 과제를 부여 받은 곳이었다.

전 박사는 끝으로 "슐라이어마허는 이렇게 양가적으로 개인의 개성과 특유성을 강조하면서도 또한 개인들의 상호주관적 총체성을 담보하는 공동체의 가치, 그리고 기독교 신앙의 기원과 목표의 관점에서 '경건'의 교회론적 지위와 의미를 생생하게 복원한다"며 "그 강조의 기저에는 개인의 개별적 가치와 선의 이념을 추구하는 양식으로서 공동성의 총체성이라는 가치를 모두 포기하지 않고 조화롭게 결합하고자 하는 그의 신학적 고뇌와 기획이 존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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