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생명적 축산정책의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교인 긴급토론회에 이어 5개 종단(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19개 단체들이 최근 발표된 정부의 축산선진화 방안에 ▲여론 수렴 과정에서 소비자인 시민들의 의견이 적절히 반영되지 못한 점 ▲세부 방안 메뉴얼의 개편에 있어 공장식 밀집 사육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한 점 ▲동물을 포함한 생명 존중의 개념이 언급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유감을 표명했다.
8일 ‘정부의 축산선진화 방안 유감- 지속 가능한 동물복지형 축산정책으로 전환해야’란 제목의 성명을 낸 이들 단체들은 먼저 축산선진화와 관련한 정부의 세부 방안에 "동물복지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구제역의 근본적 원인인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월 8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관에서 5대 종단의 종교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제역 사태에 대한 범종교인의 입장을 밝히는 모습. ⓒ베리타스 DB |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선진 축산업, 친환경축산업을 일구어 나가겠다던 정부의 ‘가축질병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선진화 방안’에 동물 복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세부 방안을 살펴보면 메뉴얼의 개편을 통한 초동대응체계 강화, 축산관계자 책임 분담 확립, 조직인력강화, 차량등록제, 가축거래상인등록제를 통한 방역 강화에만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정부의 축산선진화 방안에 "생명존중의 개념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고 지적한 이들 단체들은 "새로운 대책이 되려면 지난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전제다"라며 "수백만의 목숨을 생매장하고도 아무런 반성도 없고 새로운 대책에도 이 부분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 게다가 이번 축산업허가제는 방역시설의 보유 여부만을 조건으로 하고 있으며, 사육시설이 생명에 대한 최소한도의 배려로서 준수하여야 할 인도적인 기준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들의)굶주림과 갈증, 질병과 상해, 불편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최소한도의 인도적인 준수 사항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들 단체들은 또 "교육의 내용에 있어서도 방역만이 아니라, 생명체로서의 동물에 대한 배려사항을 교육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명시하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이 구제역 후속 대책이 방역 강화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에 여론수렴 과정의 문제점도 꼽았다. 이들 단체들은 "(여론수렴 과정에)정작 소비자인 시민들과 구제역 관련한 시민사회의 의견 청취는 거의 없었다"며 "(정부가 주최한 토론회의)참석자가 전적으로 축종업 종사자들이고 광범위한 시민이나 전문가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번에 내놓은 세부방안에는 지속가능한 축산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시했다. 이들 단체들은 "소농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축산으로 가는 정책을 제시하여 축산산업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육식 산업과 육식 소비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과 함께 축산농 전업을 유도하거나 생태축산 기준을 설정 강화함으로서 환경보전과 자원순환, 자연생태계 유지·보존은 물론 동물복지, 생명존중에 입각한 축산정책의 기조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