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교회 내 성(性) 문제 기피의 대상 되어선 안돼

장신논단에 ‘칼뱅에 따른 성 문제들’ 기고

현대인들에게 성(性)은 더 이상 숨기거나 감춰야 할 억압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떳떳하고, 자유롭게 추구하고 향유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회 내 성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고 있음에도 교회 내 성(性)에 관한 인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못한게 현실이다. 성을 주제로 한 이야기나 설교 등을 기피하고, 꺼려하는 것은 교회의 성에 대한 극도의 폐쇄성을 방증해 준다. 특히 최근 사회 내 동성애 논란은 교회의 성에 대한 기피를 더욱 조장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리스도대학교 이오갑 교수. ⓒ베리타스 DB

기독교인으로서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요청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도대학교 이오갑 교수(조직신학)가 스위스 제네바의 종교개혁가 칼뱅의 ‘성’ 이해가 현대 교회 지도자들에게 주는 함의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모은다. 이 교수는 "칼뱅에게 성은 혐오시되거나 금지되는 것은 아니었다"며 "그가 비난하고 정죄했던 것도 성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타락과 문란함이었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현대 교회 지도자들의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촉구했다.

장신논단에 기고한 ‘칼뱅에 따른 성(性) 문제들- 간음과 음란, 매매춘, 성병, 동성애를 중심으로’에서 이 교수는 "사실 성은 생명체에 고유한 것으로서, 인간에게도 역시 본능적이고 자연적인 것이다"라며 "그래서 그것이 부정적으로 인식되거나 금기시 될 필요는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하나님의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은 성을 통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성이 성서적이고 신앙적인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복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생물학적 영역에서 성이 갖는 의미를 짚어 본 이 교수는 이어 사회적, 문화적 영역에서 성이 갖는 의미도 고찰했다. 그는 "사람들은 성을 매개로 혈연을 맺고 사회를 구성하며 관습과 도덕과 문화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성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차원까지 가지는 복합적인 주제이고, 따라서 사회학이나 철학의 대상이 되며, 당연하게도 교회의 대상, 즉 신학과 목회의 대상이기도 하다"라며 "왜냐하면 교회는 통전적인 의미에서 사람들과 공동체의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문화적·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인 교회가 ‘성’ 문제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뱅의 성 의식은 매우 비판적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리스도인의 삶의 틀 안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이었다. 즉, 시대적 상황이 칼뱅으로 하여금 성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게 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 칼뱅의 성 의식의 배경을 살펴본 이 교수는 △르네상스와 휴머니즘의 사조 아래서 외설적이고 성적인 작품들의 출현 △역사가들이 지적한 페스트의 영향 △용병제와 전쟁의 여파 △종교 자체가 도덕적이고 성적인 타락의 진원지가 될 정도로 종교인들이 성적으로 문란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어 간음과 음란, 매매춘, 성병, 동성애 등 주제별 내용을 칼뱅이 남긴 역사적 사료들을 토대로 정리했다. 이들 주제들을 바탕으로 성서에 위배되는 ‘성적 타락과 그 문란함’을 비판하는 칼뱅의 어조는 시종일관 지나칠 정도로 강경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동성애에 관한 칼뱅의 태도에 이 교수는 "칼뱅에게서 동성애는 "일반적인 음행이 아니라 본성에 반대되는 중죄"로서 "우리의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는 일"이며 "짐승같은 짓보다 더 끔찍한 것"이다"라며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본성에 반대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칼뱅은 그것을 동성애를 대신하는 용어로까지 사용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이 같은 칼뱅의 성 담론들이 칼뱅의 성에 대한 의식의 주요한 면을 밝혀주고 있다며 ▲성 자체를 혐오시하거나 금욕이나 독신을 권장하거나 찬양한 적이 한번도 없어다는 점 ▲성을 그리스도인의 삶의 문제로 다루었다는 점 ▲성의 문제를 결혼의 신성함과 가정의 소중함을 파괴하는 것으로 보았다는 점 등은 칼뱅의 성에 대한 사상과 태도의 특성을 잘 알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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