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종말론이 문자에 갇혔고 현재를 잃어버렸다”

이오갑 교수, 한국교회 종말론을 말하다 上

기독교에서 종말론은 이 세상의 끝 혹은 완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종말론은 기독교 신앙과 신학에서 주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핵심주제다. 예컨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염원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종말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말론은 한국교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창조론·구원론·교회론 등에 비해 그 입지가 좁다.

그리스도대학교 이오갑 교수(조직신학)가 한국교회의 종말론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하나님 나라, 회개, 믿음, 복음 등 예수의 핵심적 메세지들이 종말과 연관되어 있고 종말론은 기독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나, “한국교회의 종말론은 지나치게 묵시문학적으로 치우쳐져 있고 문자에 갇혀있으며 미래주의적이기만 하다”고 지적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리스도대학교 이오갑 교수
 ▲그리스도대학교 이오갑 교수 ⓒ이서진 기자

Q1 한국교회의 종말론에 문제가 있다고 하셨다.

- 한국교회는 종말론에 대해 전체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묵시문학적 종말론, 미래적 종말론에 과도하게 치우쳐진 경향이 있다. 일부에서는 예수님의 재림과 휴거같은 우주적 대 격변으로서의 종말론을 전부로 생각하기도 하고, 또 더 과격한 집단에서는 시한부 종말론을 내세우기도 한다. 
 
Q2 성경에 문자적으로 그렇게 써있지 않나.

- 종말론을 문자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예컨대 요한계시록 같은 묵시문학적 텍스트들은 수많은 상징·은유·암시로 이뤄져있고, 고대의 세계관도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성서의 전체적인 맥락과 텍스트 밑에 깔린 의도를 파악해서 그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Q3 종말이 미래적인 것만은 아니라면 현재적이기도 한건가.

- 지금이 바로 종말의 때이고 가장 중요한 때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주어진 삶에 충실하지 않고 재림이나 휴거 등에만 매달리면 현재의 중요성을 놓쳐버린다. 예컨대 집안이나 회사를 내팽개치는 식이다. 이러한 것은 도피주의적 신앙이며, 성도 개인뿐만 아니라 교회들도 이러한 것을 경계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하나님 나라는 너희들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셨고, 요한복음도 현재적인 종말·실현된 종말을 강조한다.

Q4 그럼 개개인의 삶 속에 종말은 언제 어떻게 찾아오나

- 종말은 매 순간 닥친다. 말하자면 '나 자신의 현재속으로 하나님의 침입'이랄까. 말씀을 통해서, 사건을 통해서, 사람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다가오고 부딪혀온다.

하나님의 나라를 희랍어로 '바실레이아 투 데우'라고 하는데 여기서 '나라'를 의미하는 '바실레이아'는 '통치'라는 의미도 있다. 즉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그분의 통치를 이루시겠다고 다가올 때 우리가 응답하는 것이다. 바로 이 순간이, 이전까지 자기중심적이고 자기가 왕노릇하던 자신을 끝내고 하나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그분의 통치에 자신을 전적으로 의탁하는 것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과거에 대해 죽고 미래에 대해 사는 종말의 순간이다.

예컨대 사도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고 했다. 날마다 때마다 종말론적 신앙의 사건을 이어가고 있다는 고백아닐까. 그리고 개개인의 종말에 있어 우리가 늘 말씀을 읽고 묵상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그 사건이 '나의 사건'이라기보다 '하나님의 사건'이라는 생각 즉 성령의 역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Q5 종말론을 말하지 않는 교회도 많지 않은가.

- 교회에 종말론이 없는 것, 즉 종말신앙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경우는 위기의식이 없고 변화도 없고 도전도 없다. 물론 교회나 성도들의 삶이 평화롭고 태평한건 좋은데 결과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교회가 진정한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사회적이고 사교적인 단체같이 될 수 있다.

교회에 종말이 없다는 것은 이 세상에 이미 천국이 완성되었다고 보는 실현된 종말론과 같은 이야기가 아니냐고도 볼 수 있겠다. 실현된 종말론이 현실세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름답게 가꾼다는 순기능적 측면이 있으나 이 세상을 전부라고 여기는 역기능적 측면도 있다. 잊어서는 안될것은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영적이고 초월적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며, 그리스도인들은 그 나라를 위해 부름받았다는 것이다. (계속)

(2편에서는 재림, 휴거, 마지막 날 등 특정한 종말의 부분과 종말의 목적 등 보다 세부적인 사안들이 다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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