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 종말론은 이 세상의 끝 혹은 완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종말론은 기독교 신앙과 신학에서 주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핵심주제다. 예컨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염원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종말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말론은 한국교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창조론·구원론·교회론 등에 비해 그 입지가 좁다.

그리스도대학교 이오갑 교수(조직신학)가 한국교회의 종말론에 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오갑 교수, 한국교회 종말론을 말하다 上>편에서 한국교회의 종말론이 지나치게 묵시문학적으로 치우쳐져 있고 문자에 갇혀있으며 미래주의적이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삶에서 가질 수 있는 희망적인 종말을 놓치지 말자는 것이 그의 논지다.

그런데 현재와 미래는 단절되어 있지 않고, 현재를 살면서 미래의 종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재림과 마지막 날에 관하여서는 초기교회시대부터 지금까지 특정한 인물과 날을 내세우는 과격파가 종종 등장해 사회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맹목적인 미래적 종말을 이야기하지 말고 '종말의 목적'을 생각해보라고 권유한다.

▲이오갑 교수(그리스도대학교, 조직신학) ⓒ이서진 기자

Q6 현재적 종말을 강조하셨는데. 성경이 마지막 때와 특정한 사건들을 말한다.

물론 이 세상의 종말, 우주적 대 사건으로서의 종말은 있으며, 그것이 이 세상의 종말이면서 동시에 세상의 완성이며 하나님 나라의 실현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예수님께서도 "그 날과 그 시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셨고 "도둑같이 임한다"라고도 하셨다. 종말에 대한 우리의 신앙은 그 날이 몇년도 몇월 며칠인지를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닌, '깨어 기도하고 기름을 준비하는' 자세 즉 종말 앞에선 현재를 돌아보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Q7 예수님의 재림에 관하여, 성도들은 구름타고 영광중에 전우주적으로 오시는 인자를 기대한다. 

성경에는 문자 그대로 봐야하는 부분도 있고 그 이면적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예수그리스도의 최후의 승리를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재림에 관한 말씀들을 해석하고자 하는데, 그 해석이 문자에 가까운 해석일 수도 있고 영적인 해석일 수도 있다. 분분한 해석가운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쪽으로 해석을 하든 그 해석이 성도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해줄 수 있어야 하고, 신앙과 삶에 있어서도 생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Q8 휴거파와 같이 특정한 날을 말하는 과격한 그룹들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종종 역사에 등장하곤 했다. 이러한 특정한 사건들은 한낱 해프닝일까 아니면 역사안에서 이뤄졌던 필연적 사건들일까.

글쎄..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고 봐야겠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알곡과 가라지가 나뉘듯 정리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지만 종말의 때를 정확하게 제시하려는 것은 그 시도 자체도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고 그 결과 또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1978년 가이아나 존스타운에서 9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단자살한 사건이나 한국에서 1987년 박순자 외 32명이 집단자살했던 오대양 사건들은 사회와 교회에 엄청난 해악을 가져왔다.

Q9 미래는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종말이 어떻게 오는지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하고, 종말에 대한 위기의식도 가져야 하고, 천국과 영생에 대해 소망해야 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우리가 천국에 관심을 가지고 그 나라를 소망하지만 우리가 그 나라에 대한 그림을 완벽하게 그릴 순 없다. 인간의 한계로 하나님의 나라의 지형도나 조감도 같은 설계도를 그릴 수 없다. 우리가 더욱 관심가져야 할 것은 종말의 침입 앞에 선 신자의 현 실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Q10 결국 밸런스가 중요하다. 
 
종말론들은 서로 대칭되는 성격을 가진다. 미래적인 종말론과 현재적인 종말론도 대칭되고, 피안적인 종말론과 차안적인 종말론도 대칭된다. 각각의 종말론들은 모두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으므로, 대칭되는 두 영역의 종말론들을 모두 존중하면서 각각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단점들을 피하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해석만을 참이라 생각하거나 특정한 해석만을 도그마화 하지 않는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 말씀의 참 의미를 지속적으로 찾아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스카 쿨만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이미 이루어진 종말과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종말 사이의 긴장의 때를, 즉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다. 이것이 바로 교회의 때이고 선교의 때이고 우리자신의 때이다.

* 인터뷰를 마치며 이 교수는 한국교회가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나 균형을 잡지 못하는 부분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교회에는 NCCK와 한기총이 있고, 진보와 보수가 있고, 자유주의와 근본주의가 있고 이 외에도 은사주의, 신비주의, 극단적 성령파 등도 있다. 그런데 각자가 자신의 영역으로만 치우쳐져 균형이 잡혀져 있지 않다.

이러한 경향이 종말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미래적인 종말론을 믿는 교회들은 현실을 초월하는 힘을 갖고 있으나 현실에 참여하고 도전해서 세상 안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의를 구현한다는 개념이 약하고, 현재적 종말론을 믿는 교회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참여하는 능력은 있으나 현실이 다라고 생각하고 돈과 권력을 추구하면서 세속적이 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한국교회들이 균형감각을 가지고 건강한 안목과 시각으로 “오늘날 한국과 인류사회 속에서 교회가 참된 구원을 받고 진리의 길을 가며, 동시에 세상 사람들 또한 그 길로 인도해야 함을 믿는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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