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기총-NCCK 통합 논의…10년 만에 수면 위로 부상

“수면 아래 다시 잠기지 않으려면 당사자 간 오해·불신 해소해야”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 그룹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전병금, 이하 한목협)가 한 때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최대 이슈였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의 통합 논의를 다시금 들고 나왔다. 10년 만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 ⓒ베리타스 DB

한기총-NCCK 통합 논의의 출발은 1999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회연합 운동에 활발한 활동을 하던 현 한목협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강남교회)가 이 통합 논의에 최초로 불을 붙인 인물이었다. 전 목사는 1999년도 NCCK 총회 기타토론 순서에서 "80년대 민주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NCCK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2000년을 맞이한 한국교회는 통합의 새 시대를 바라보며 살아가야 한다"며 통일된 연합기구를 만들자는 안을 냈고, 결국 이 안이 총대들에게 받아들여져 NCCK에서 먼저 한기총을 향해서 손을 내밀게 됐다.

한기총 역시 연합운동 기관 답게 그런 NCCK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지 않고, 통합 논의에 발을 담궜다. 그러나 당시도 지금처럼 NCCK를 용공 혹은 종교다원주의 집단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기에 통합 논의가 그리 수월하지는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연세대에서 진보-보수 교단장급 인사들의 역사적 첫 만남이 이뤄졌고, 이들 지도자들은 무릎을 맞대고 한국교회의 하나 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통된 의견을 모으며 연속적으로 통합 논의를 전개해 나갔다.

그러나 진보-보수교회 연합운동 지도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기총과 NCCK는 태생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수년간 지속해 온 양기구의 통합 논의는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한기총에서는 앞서 언급한 용공 혹은 종교다원주의와 관련해 NCCK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했고, NCCK에서도 독재정권 시기 국가조찬기도회를 주관하는 등 당시 정권의 지지를 등에 업고 탄생한 순수하지 못한 집단이라는 인식 하에 한기총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다.

10년 전 이미 수그러들었던 한기총-NCCK 통합 논의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한 한목협은 성명에서 양대 기구에 공교회 중심의 통일된 연합기구 구성에 자기 희생 정신으로 임해 달라고 했다.

이 같은 성명이 발표된 데에는 금권선거 등으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한기총 사태가 적지않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명에서도 한목협은 한기총 사태에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은 변명이 불가능한 사건으로 두 말할 필요 없는 추문"이라며 "관련 당사자는 한국교회의 미래와 회복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함을 밝힌다"고 했다.

또 보수교회 연합기구 한기총의 지도력 부재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교회 지도자들과 대화나 합의 없이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진보 교회의 입장만을 담은 각종 정책이나 성명 그리고 사회 참여 활동을 벌이는 NCCK에 대한 우려도 한목협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목협은 성명에서 NCCK에 대해선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성명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한기총-NCCK의 통합 논의와 그 성사는 한목협과 같은 중재자가 아닌 이해 당사자 간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 양대 기구, 특히 혼란 속에 빠진 한기총의 지도부를 바로 세우는데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한편, 한쪽으로 치우친 행보를 보이고 있는 NCCK에는 보수교회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균형 감각을 기르게 하는데에 한목협의 후속 조치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양대기구가 그동안 오해하고, 불신했던 서로의 정체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도 중재자가 해야 할 역할로 평가된다. 이 같은 꾸준한 노력이 없는 한 10년 만에 수면 위로 부상한 한기총- NCCK의 통합 논의는 다시금 수면 아래로 잠길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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