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는 25일 ‘테러를 기독교 이름으로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테러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을 근거로 노르웨이 경찰당국이 그를 ‘극우 민족주의자’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밝힌 것을 국내 언론이 그대로 보도함으로써 “기독교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한 오해로 기독교 진리를 곡해하면 안 된다”며 “범인의 살인 행위는 기독교의 종교적 가르침보다는 오히려 극우 민족주의적이고 정치적인 신념에 따른 악마적인 행위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테러를 규탄한 현실적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근본주의’에 대한 이들의 논리적 설명은 아전인수격으로 사실을 심히 왜곡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종교에서 자행되고 있는 ‘근본주의’의 위험성은 이미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는 사실로서, 비단 기독교만이 아니라 , 멀리는 중세의 십자군 전쟁에서 가까이는 중동전 등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근본주의자들은 자신의 견해와 다른 견해들은 일체 거부하고 오직 자신들만의 신념을 강제로 관철시키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함으로써 그간 인류의 평화적 공존을 해치는 가장 큰 위협적인 세력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종교는 몰라도 ‘기독교 근본주의’만은 근본주의에서 마치 예외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처럼 무모하고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다.
브레이빅은 범행 직전 온라인에 띄운 선언문 ‘2083: 유럽독립선언’에서 자문자답 형식으로 자신이 만나고 싶은 인물 7명을 언급했는데, 그 중에서 6명(교황 베네딕토16세: 가톨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러시아 정교, 이명박 한국 대통령: 개신교,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 덴마크 국가교회, 라도반 카라지치 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세르비아 정교회, 아소 다로 전 일본총리: 가톨릭)이 보수·수구적인 기독교계 인사이다.
잘 알려진 대로 교황은 특유의 보수성향으로 가톨릭의 갱신을 불러온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보다 가톨릭을 후퇴시킨 인물이며, 푸틴은 러시아 정교의 국교화 추진으로 민족주의적인 정교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혐의에 직면해 있다. 이명박은 친기독교와 친재벌 정책 그리고 미디어 악법·4대강 사업 등 강압적인 실정으로 국민들 원성이 자자하고, 라스무센은 덴마크 총리 당시 국민들 반대에도 이라크 전쟁 참여를 강행했다.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 헤르트 빌더스는 '이슬람은 생래적으로 폭력적 종교'라고 주장하면서 무슬림의 이민을 중단시키고 이슬람의 성경인 코란을 금지하라고 정부에 요구했으며, 카라지치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인종청소한 인물로 내전 당시 사라예보를 공격해 1만 2천 명을 살인하고 1995년 스레브레니차에서는 8천 명의 무슬림을 살인했다. 아소 다로는 천황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 자민당의 대표적인 보수 우익정치인이다.
극우 민족주의자와 근본주의자는 서로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속에 있는 것들로서, 서로 결탁된 이 두 가지 요소야말로 바로 이들을 만나고 싶어한 용의자 브레이빅의 사회적 정체성의 핵심인 것이다. 브레이빅과 유사한 발상을 하는 이들은 우리 주위에서도 종종 만난다. 오일머니 영향력으로 이슬람교가 성장하자 결국 이들이 기독교를 약화시킬 것이니 어떻게든 이교도인 무슬림들을 저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 신자유주의 아래 정치권력의 실정으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실업률이 급증하자 마치 이주노동자들이 한국민들의 일자리를 모두 뺏어간 것처럼 엉뚱한 곳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 이들에게서 우리는 파시즘을 불러와 스스로 재앙을 끌어들인 히틀러 치하의 독일민(기독교인들 포함)들의 모습을 본다.
이번에 초대형 테러를 일으킨 브레이빅은 겉으로 보기엔 개인(공모가 없다면)에 불과한듯 하지만 이번 일을 단지 그의 개인적인 신념으로 국한하여 바라볼 때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사태 본질은 놓치게 된다. 우리는 지금도 지구촌 도처에서 맘몬신인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전쟁·환경파괴 등 재앙들과 마주하고 있으며 이번 테러도 그 모순의 정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계를 포함한 다수 종교가 자본·권력과 함께 가고 있는 오늘, 우리는 브레이빅이 저지른 테러에서 배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가 결코 잊지 않아야 될 것은 모든 근본주의는 죽음을 부르며 따라서 괜찮은 근본주의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11. 7. 29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