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하는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한 기도회’가 제주 강정마을 중덕삼거리에서 개최됐다. ⓒNCCK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가 지난 6일 제주 강정마을 중덕삼거리에서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이번 기도회는 법원의 판결로 공권력 투입이 언제든 가능한 긴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NCCK 지도력개발위원회 위원 박상희 목사의 인도로 시작된 기도회는 제종원 목사(예장통합 제주동남교회)의 기도로 문을 열었다. 제 목사는 "평화의 섬 제주에 하나님의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하면서 평화를 깨뜨리는 세력에 맞서 하나님의 평화를 제주에 이루어내자"고 기도했다.
이어 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해학 목사가 ‘담을 쌓는 자는 망한다’는 제목의 설교를 전했다. 이 목사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외롭게 투쟁해 온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헌신성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담을 쌓는 자는 그것이 자본이건 세계지배건 군사력이건 망한다"고 지적한 뒤 "지금 이곳에 세워진 펜스(담)를 쌓고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목적 자체가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설교 후에는 현장 증언 및 특별기도 순서가 있었다. 고권일 제주도지역대책위원장과 현애자 전 국회의원은 상황을 나누며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별기도 순서에는 손흥수 사관(구세군대한본영 서귀포영문), 전진택 목사(NCCK 생명윤리위원회 위원) 등이 각각 △평화 생명 민주적 세계를 위하여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위하여 등을 주제로 기도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끝으로 ‘우리의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서 이들은 △평화의 섬 제주는 전쟁 기지가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어야 한다 △세계가 지정한 천연 지역은 생명 넘치는 곳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민주 공화국 대한민국 정부는 주민의 뜻을 철저히 존중해야 한다 △파괴된 강정마을 공동체는 신속히 회복되어야 한다 △정부는 어떤 이유로도 물리력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할 것을 선언해야 한다 △국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생명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다 구속된 이들은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고, 경찰은 육지병력을 철수해야 한다 △정부는 매장 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사를 중단하고 공사현장에서 발굴되는 유물을 보존한 후 문화재청장 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법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따르는 우리는 생명과 평화의 섬 제주를 위해 기도의 행진을 이어갈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는 최근 본지에 기고한 칼럼 ‘서귀포 해군기지 건설의 진짜 이유를 놓고 온겨레가 논쟁해야’에서 "제주도 남쪽 항구도시 서귀포에 속한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해당 주민들의 경제적 이해득실관계의 생계문제이거나, 제주도 생태환경 훼손문제이거나, 한국 해군의 국토방위 임무와 관련된 자주국방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면서 "보다 본질적인 진짜 이유를 쉬쉬 감추고 있거나 논외로 하려는 ‘불편한 진실의 은폐’가 근본문제인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의 핵심을 짚은 바 있다.
무엇보다 김 박사는 "반미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친미를 하더라도 미국을 무조건 짝사랑하는 것은 소박한 낭만적 감상이며 ‘불편한 진실’을 보려는 용기가 부족한 국민에 대한 국가의 우민정책"이라며 "미국은 1차적으로 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하여 한국에 주둔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자국이익과 세계종주국 노릇 하려는 것이 제1차 목적이요, 한국방위는 제2차목적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직시하자는 말이다"라고 역설했었다.
그러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마을주민들과 일부 개신교인들에게 이데올로기적 잣대를 들이밀며 비판을 가한 일부 보수 개신교 지도자들에 "보수화된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은 이미 ‘때의 징조’를 분별할 줄 모르는 영적 장님이 되어서, 무조건 친미와 반공과 군사력 강화의 안보논리에 편승하고 앞장을 서는 슬픈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뜬금없이 보수적 기독교를 단합하는 기독교정당을 만든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들은 제주 군사기지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좌경화된 반국가적인 집단이라고 매도하면서 공안정권의 나팔수 노릇하는 극우 종교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하며 역으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