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사제들과 수도자들께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최남단으로 가면 유네스코 공식지정 생물권 보존지역 ‘강정마을’이 있습니다. 1Km 넘게 해변가를 따라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전국 유일 용암 너럭바위 ‘구럼비’, 수백년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크고 작은 위로를 주었던 바위틈 용천수 ‘할망물’, 천연기념물 442호 ‘연산호’ 군락과 멸종위기종 ‘붉은발 말똥게’, 은어가 살고 있는 서귀포시민들의 식수원 강정천, 제주의 상징이 된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제주올레 7코스’ 등 강정마을을 자랑하는 주민들의 자부심은 하늘에 닿아 있었습니다. 올레길 7코스를 걷다가 강정 해변가를 만나 중덕 구럼비 바위에 올라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왜 여기가 제주 최고 ‘일강정’이라고 불렸는지 단번에 알 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구럼비 해변, 강정마을의 평화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굴착기와 포크레인으로 구럼비 바위를 엄청난 속도로 부수고 있습니다.
잘 알고 계시는 것처럼 지난 4년간 제주교구를 비롯한 제주도민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고단한 매일을 보내왔습니다. 이미 제주 해군기지 건설 추진이 제주도민들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비민주적이고 탈법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제주 사람들은 이미 무도한 공권력이라는 국가폭력에 의해 3만 여명의 도민들이 목숨을 잃은 4.3 사건이라는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며 살아왔습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상처는 제주도민들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런 제주에 다시 전쟁과 폭력의 상징인 군사기지가 건설되는 것을 제주도민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지난 9월 2일 육지의 경찰 수백명이 투입되어 38명을 연행해가며 폭력과 강제로 해군기지 건설예정지에 담을 치는 공권력을 행사한 것은 제주도민들에게 4.3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드러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관련한 2중 협약서 파문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애초부터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실입니다. 해군기지 건설 협약을 맺을 당시 제주도는 국방부와는 해군기지 건설 협약서를 국토해양부와는 관광미항 건설 협약서를 체결하여 제주도민들과 국민을 속인 것입니다. 제주도민들에게는 관광미항을 건설하겠다고 해 놓고는 사실상 군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속셈이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또, 7천년전 청동기 유물이 해군기지 건설예정부지에서 대량 발굴되어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전면적인 문화재 조사를 실시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국회 예결소위가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로 다음날 구럼비 바위를 깨부수는 안하무인적인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는 그동안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해 많은 기도와 연대를 보내왔습니다. 주교회의 의장이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님께서는 이미 수차례 구럼비 해변에서 직접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셨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오셨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가 교회의 의무이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하는 일임을 알려내셨습니다. 이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님과 옥현진 보좌주교님,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님,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이신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님께서 연이어 강정마을을 방문하셔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해 주시고 제주의 평화를 위한 성명을 발표해 주셨습니다. 수많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강정마을을 끊임없이 방문하고 있고 기도와 정성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또, 강정마을주민회를 비롯하여 제주도내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 밖의 전국단체들이 모인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시민사회의 여론을 모으고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을 압박하는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는 200여명의 사회원로들이 모여 간곡히 호소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강정마을 주민들과 상주 단체들은 법원에 의해 공사저지 행위를 할 때마다 200만원의 강제집행금을 부과 받게 됩니다. 이미 수십 명이 형사처벌을 받았고 7명이 구속되어 감옥에 있습니다. 백이십여명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고 지금까지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부과된 벌금만 해도 7천여만원이 넘었습니다.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고 바다에 시멘트를 붓는 공사가 강행될 때, 이 공사를 저지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간곡한 요청을 드립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백지화시키고 평화적인 해결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한국 천주교회의 연대모임을 제안합니다. 해군참모총장이 전국의 주교님들께 서한을 보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저들도 악화되는 여론을 변화시켜 보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긴급하게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와 서울대교구, 광주대교구,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먼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 논의를 토대로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한 신부님들과 수도회, 천주교사회운동단체들에 “(가칭)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 결성을 제안합니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 10일(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대규모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천주교연대’의 시작을 선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가칭)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출범의 날 행사
2011년 10월 10일(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의례회관 평화기도소
오후 5시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출범 총회
오후 7시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와 천주교연대 출범 생명평화 미사
저녁 8시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연대의 촛불문화제
저녁 9시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한 연대의 밤
*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는 참여단체들의 분담금과 실무 분담을 토대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향후 활동계획을 포함한 구체적 내용들을 10월 10일(월) 오후 5시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열릴 천주교연대 출범 총회에서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시로 문정현 신부님의 명의 계좌를 빌려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농협 352 0294 8494 13 문정현
* 참여 여부(10월 3일까지)를 포함한 문의는 제주교구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 고병수 신부(011-9487-3838), 강정마을 평화기도소 대표 문정현 신부(010-5480-2241), 강정마을 평화기도소 오두희(010-5205-6949),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016-706-8105) 중 편하신 곳으로 연락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모든 신부님들과 수도자님들께 이 제안 서신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함께 공유하실 수 있는 분들께 전달해주시고 동참을 호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1년 9월 21일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동호 신부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재학 신부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영호 신부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 위원장 고병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