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남북관계가 고착 상태에 빠진 당시 위법을 강행해서라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 굶주린 동포들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최소한의 의무라 여기고 시작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대북 지원 운동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되었다.
남북관계에 있어 실정법을 어겼으나 인류애를 기반으로, 그보다 더 큰 법을 수호하기 위해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힘주어 강조한 NCCK의 외로운 외침이 종교인들 간의 연대 속에서 소망의 꽃망울을 틔운 것이다.
그 열매를 보자면 크게는 남북 교류 역사상 그 유래가 없었던 금번 7대 종단 지도자들의 방북이었고, 작게는 남북 종교인 교류를 정례화 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제스처 등이었다. 이번 방북으로 종교인들에게 정부의 승인만 있을 시 언제든 방북해 북측 관계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비단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NCCK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된 이 시점에서 여세를 몰아 남북 간 평화 정착을 위해 종교인들이 (남북관계에 있어)그 활동 반경을 더욱 넓히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NCCK 내부에서는 지난 2008년 이후 끊어진 남북 개신교인들의 평양 기도회를 다시 열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평양 기도회 당시 남북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평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도했었다.
▲백두산에서 남북 평화 통일을 위한 기도회를 개최한 남북 종교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리타스 DB |
한편, 민간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를 켠 이번 7대 종단 대표단의 방북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의 꾸준한 노력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지난 2월 회장단 회의에서 북측 취약계층 인도적 지원과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북 사업을 추진키로 한 KCRP는 이후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남북관계 현안 청치와 방북과 관련한 간담회를 가졌으며 동시에 개성에서는 조선종교인협의회와 인도적 지원 및 방북 관련 실무협의를 가졌다.
KCRP 소속 종교 지도자들이 이처럼 인내심을 갖고 방북 계획을 짜임새 있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갖는 방북의 의미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7대 종단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방북은 "평화를 향한 남측 종교인들의 염원을 북측에 전달하고자 함"이었으며 또한 "남북의 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평화를 위한 결의를 다짐으로, 남과 북이 통일을 위해 한마음이 되고 화해와 교류협력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 가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함"이었다.
이번 7대 종단 지도자들의 방북의 의미를 놓고 볼 때 평가 대상에서 빠져선 안 될 또 다른 중요 성과 중의 하나는 단연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종교인들의 공동성명’일 것이다. 당시 성명에서 남북 종교인들은 "더 이상 전쟁은 안된다"며 한반도 평화 구축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특히 "남북사이의 대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민족 자신이다"라며 "우리는 민족 내부의 반목과 불신, 긴장과 대결을 걷어내고 전쟁 위험을 제거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남북 종교인들 모두 6.25 동란이라는 동족 상잔의 비극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