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손봉호]자연의 오용과 분노

구분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발표회 발제문
발표자 : 손봉호 박사(서울대 명예교수)
발표 일시/장소 : 2011년 10월 14/새문안교회
자료출처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1. 환경오염의 심각성

요즘 금융위기가 심각하다고 전 세계가 들끓고 있다. 그러나 환경오염에 비하면 이는 하나의 호들갑에 불과하다. 금융위기는 인류의 일부가 지금까지 누리던 사치와 풍요를 좀 줄일 정도며 독일, 중국, 브라질 등이 조금 양보하면 회복할 수 있는 문제라 한다. 그러나 환경오염은 전 인류의 생물학적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무서운 재앙이다. 핵무기보다 몇 백배 더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위기나 핵무기처럼 노력하면 돌이킬 수 있는 가능성조차 없는 재앙이다. 북극의 빙하를 복구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한다. 그러면서도 지금 매년 330억 톤의 일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배출되고 온난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그 때문에 해수면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이미 튜발루 (Tuvalu)와 말디브 (Maldives) 같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고 있어 2010년까지 환경 난민이 5000만에 이루고 2012년 말까지는 43개의 섬나라가 물에 잠겨 2억 명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다. 남극에 이어 지난겨울에는 북극에도 오존층이 파괴되어 러시아, 몽고에 까지 그 영향을 받았다 한다. 그 외에 물과 공기, 토양이 오염됨으로 건강이 나빠지고 질병이 많아지고 심해지며  농작물과 물고기의 생태조건이 달라지므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모든 사람이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의 피해자이지만 특히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시민들이 더 큰 피해를 본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오염된 환경에서 살고 작업하며 오염이 심한 산업은 가난한 나라로 밀려간다. 환경오염은 정의에 역항하는 현상을 동반한다.  

2. 환경오염의 원인

(1) 자연환경을 이렇게 오염시킨 주범은 과학과 과학기술이다. 과학기술이 출현하기 이전에도 원시적인 기술이 있었지만 그런 기술이 행사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의 환경파괴는 많이 일어날 수 없었다. 전통적인 기술로는 중국의 삼협땜 같은 공사는 불가능하다. 과거에도 사람에 의한 자연오염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변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의 자정능력에 의하여 얼마든지 치유될 수 있었다. 그러나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기술을 이용하면 핵무기처럼 가공할만한 힘을 이용할 수 있고, 그 보다도 자연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구조 자체를 인공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플라스틱은 비록 자연에서 얻은 석유에서 만들어 낸 것이지만 썩어서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데는 50년에서 80년이 걸린다 한다. 서양에서 발달된 자연과학은 원자주의 (atomism)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한 현상이 주위의 다른 현상과 가지고 있는 유기적 관계를 무시하고 그 대상 하나만 격리해서 분석하고 분해하기 때문에 주위 대상에 온갖 부작용을 유발한다. 병충해를 죽이기 위해서 농약을 살포하면 해충을 잡아먹는 새들도 같이 죽기 때문에  해충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은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2) 이런 과학과 과학기술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자연에 대한 태도의 변화 때문이라고 학자들이 주장한다. 즉 자연은 모든 부분이 모든 다른 부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생명체로 전체를 이룬다는 유기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연의 모든 부분은 기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기계적 세계관으로 바꿔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Lynn White Jr.는 이런 세계관의 변화는 자연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므로 인간이 얼마든지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가르치는 기독교의 창조교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많은 과학사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공격은 이론적으로 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반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창 1:28의 “땅을 정복하라”는 번역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고 신학자들도 주장한다. “보호” (care)라고 번역해야 하는데 “정복”이라고 번역해서 자연을 마음대로 착취했기 때문에 오늘의 환경파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3) 비록 자연을 기계체로 취급하더라도 인간이 지나치게 사치하고 낭비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오염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많이 생산하고 너무 많이 낭비하기 때문에 천연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오염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소비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천연자원을 소진하기 때문에 생존과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소비를 능가하는 모든 소비는 환경을 오염시킨다. 전 지구적 환경을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나라는 미국이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과소비하는 나라다. 한국도 환경오염에 뒤지지 않아 일산화탄소 배출증가에 수위를 달리고 있다. 엄청난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은 가속적으로 심각하게 되고 있다 한다. 

3. 환경정화가 어려운 이유

1968년 로마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전 세계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꾸준히 악화되고 있는 것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1) 너무 천천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튀어나가지만 찬물에 넣어서 천천히 데우면 삶겨 죽는다는 말이 환경오염에 잘 적용된다. 오염은 계속되지만 그 속도가 크게 눈에 뜨이지 않고 그 영향이 직접 피부에 당장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그런 오류에 빠져 있다.

(2) 너무 큰 규모로 이워지기 때문에 개인이 무력함을 느낀다.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느끼고 노력을 기울여도 별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무력감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런 무력감에 빠져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그 피해자가 된다. 

(3) 민주주의 정치의 제도의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populism이 대책 세우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낮고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되어 있으면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도 유권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정책을 제시할 수 없다. 지금의 인류는 후손들이 써야 할 자원을 탕진하고 있고 그들에게 오염된 환경을 유산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책임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4. 그리스도인의 책임

(1) 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지금의 자연환경 문제가 상당부분 기독교가 도입한 기계적 세계관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금과 후세의 인류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후진국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하여 White가 제안한 것처럼 세계관을 유기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기독교적 입장에서 수용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고 다른 방법으로 그 책임을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2) 비록 효과를 거둘 것 같지 않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란 속담처럼 조금이라도 에너지와 물자를 아끼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기본적인 생존과 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누구보다 더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을 하지 않으면 약소국 국민들과 후손들에게 엄청난 죄를 짓는 것이다. 전기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핵 발전이 불가피하고 후꾸시마의 비극 같은 것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기독교가 전 인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헌 가운데 하나는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 문화를 확산하고 정착시키는 것이다.

(3) 그리스도인들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비록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환경을 정화하는 기술 개발에 많이 투자하도록 여론을 일으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오염을 줄이는 검소절제에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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