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회원 교단으로서 국내 오우너쉽을 가진 교단들 간 마찰로 한 때 파열음이 있었던 WCC 총회 준비가 상임위원회의 리더십 문제로 여전히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있었던 김삼환 목사의 성공회 내방으로 성공회측이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 상임위원장 김삼환)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입장을 변경, 준비위에 프로그램 위원을 파송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현재 성공회는 교단장 신분으로 김근상 주교가 명목상으로나마 상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정도에만 그치고, WCC 총회의 실질적인 준비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성공회를 비롯한 몇몇 교단들은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는 것으로 상임위원회(위원장 김삼환, 이하 상임위)의 리더십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집행위와 사무국조차 제대로 꾸리지 않은 상태에서 상임위 조직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말 상임위는 기존 상임위원 외에 연세대 김한중 총장과 CBS 이재천 사장을 포함해 5명의 상임위원을 추가, 확대 개편하기로 한 바 있다. WCC 총회의 준비 과정에서 손과 발의 역할을 담당할 집행위와 프로그램위 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몸집 부풀리기에만 치중하는 상임위의 리더십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상임위 조직 개편과 같은 중차대한 일을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실행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상임위가 독단적으로 처리한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한국기독교장로회 배태진 총무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상임위가 실행위원회도 거치지 않은 채 조직을 넓히고 있다"며 "실무는 집행위원회와 사무국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인상이다. 집행위와 사무국은 아직 조직이 갖춰지지도 않았다. 상임위 리더십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성공회의 준비위 불참 입장에는 다른 이유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예장통합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힘의 논리에 근거한 지나친 세 과시가 주요한 이유라는 것이 에큐메니칼 교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대로라면 지난 6월 ‘기획위원회’의 공문사건에서 촉발된 교단 간 마찰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연장선 상에서 조직을 늘리는 일을 주도하는 김삼환 상임위원장의 "폭 넓게"의 강조가 국내 오우너쉽을 가진 교단을 중심으로 WCC 총회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에큐메니칼 관계자는 "복음주의교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중요한 제스처라고 할 수 있겠으나 WCC 총회가 갖고 있는 진보 성향이 퇴색되거나 4개 교단의 주체성이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꾸 몸집만 부풀리다가는 4개 교단의 주체적 참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