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WCC 총회 둘러싼 교단 간 갈등 고조…총회준비 차질우려

기장·성공회·기감, 통합 리더십 체제에 불신 표명

제 10차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와 관련, WCC 회원 교단으로서 국내 오우너쉽을 가진 교단들(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대한성공회(성공회),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통합))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총회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현재 기장·성공회·기감 등은 기존 ‘한국총회준비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원회)를 불신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오우너쉽을 가진 4개 교단 지도자들이 다시 무릎을 맞대고 WCC 총회 준비 조직과 관련해 재논의를 가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통합측이 ‘기획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월권을 행사하고 있는 데에 따라 이제까지의 합의 내용을 원천 무효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강행하고 있는 것.

▲성공회 김광준 신부. ⓒ베리타스 DB

지난 20일 발표된 3개 교단 성명에 이름을 올린 김광준 신부(대한성공회 교무원장)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엇보다 통합측이 '기획위원회'라는 이름으로 WCC에 공식 문건을 발송한 것에 대해 "기획위원회는 단지 협의 단계에 있는 조직에 불과하다"라고 전제한 뒤 "아직 갖춰지지도 않은 조직이 주요 교단들과의 합의 과정 조차 무시한 채 월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비판했다.

제6차 기획위원회의 결의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신부는 당시 결의내용에 박성원 박사(WCC 중앙위원, 예장통합)를 제 10차 부산 총회 준비 총괄책임자로 한다는 내용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통합측이 WCC 오우너쉽을 갖고 있는 다른 교단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섣부른 행동을 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문의 내용에 NCCK가 완전히 배제된 것에도 유감을 표명했다. 김 신부는 "WCC 총회 개최에 있어서 NCCK가 배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시다시피 NCCK의 이름으로 WCC 총회 유치 신청을 했고, 유치를 확정했다. 복음주의 교회들이 (WCC 총회 참여에)망설이고 있다는 이유로 NCCK에 뒤로 물러나 있을 것을 강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이해 못할 논리"라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감리교를 대표해 3개 교단 성명에 역시 이름을 올린 신복현 목사도 "WCC 총회는 에큐메니컬 정신에 입각한 교회와 단체들이 모이는 장소"라고 전제한 뒤 "복음주의 교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중요한 제스처라고 할 수 있겠으나 WCC 총회가 갖고 있는 진보 성향이 퇴색되거나 4개 교단의 주체성이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덧붙여, "(복음주의 교회 나 오순절 교회 등이)남의 잔치에 와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도 말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 목사는 ‘WCC 총회의 참여폭을 넓힌다’는 명분으로 통합측이 도를 넘어선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우려하며 "대형화한 장로교단의 리더십은 충분히 인정하나 ‘김삼환-조성기-박성원 목사’로 라인업 되는 독자적 행태의 에큐메니컬 정치 만큼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신 목사는 특히 통합측이 ‘기획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공식 문건을 WCC에 발송한 것에 대해 "통합측과 각을 세우겠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잘못된 행정 절차에 대해서 만큼은 사과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장 배태진 총무. ⓒ베리타스 DB

기장 배태진 총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통합측의 지도력 자체를 불신하며 "통합측이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시 어떠한 협조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6차 기획위원회의 결의내용을 재확인한 배 총무는 통합측이 '기획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발송한 영자로 된 공문의 내용 중 박성원 박사의 직책이 ‘Chief National Coordinator’(NC)로 명기된 것을 주목하고 이는 주요 교단들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며 핏대를 세웠다. 당초 기획위원회에선 'NC' 선정을 둘러싸고, 교단 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NC'라는 직책 자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통합측이 이 같은 결의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기획위원회에선 다만 상임집행위원장에 NCCK 김영주 총무로 세울 것과 박성원 박사와 정해선 국장을 WCC 총회 준비와 관련한 실무국장으로 하는 것에 관한 논의만 있었을 뿐이었다고 배 총무는 전했다.

국내 오우너쉽을 가진 주요 교단들의 결의를 위반한 것에 분노를 표출한 배 총무는 "통합측이 반박 성명을 냈는데 이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이라며 "통합이 떳떳하다면 ‘기획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내야지 통합 교단의 이름으로 성명을 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배 총무는 이어 WCC에 ‘기획위원회’란 이름으로 공식 문건을 전달하고, WCC 총회 본부로부터 엔도스를 받아 이를 공개한 통합측에 "300만 교인들을 대표하며 장자 교단이라는 통합측이 모리배들이나 하는 술수를 부리고 있다"며 "통합측 총회장의 사과와 김삼환 목사(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사퇴가 선행되지 않을 시 WCC 총회 준비 과정에서 어떤 불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통합측의 책임"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들 3개 교단이 성명에서 밝힌 ‘한국준비위원회’(가칭) 조직 결성에 대해서는 교단들 간 약간의 입장차가 있었다. 성공회 김광준 신부는 "국내 오우너쉽을 가진 4개 교단들이 원점으로 돌아가 WCC 총회 준비에 관한 논의를 열자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기획위원회’의 조직 자체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행정 처리에 대한 통합측의 사과"를 전제한 감리교 신복현 목사도 원칙적으로 김 신부와 입장을 같이했다. 

그러나 기장 배태진 총무는 "보수 교단들이 WCC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라도 절차적 정의를 지켜가면서 일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며 "이번 일과 관련해 통합측의 공식 사과가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떠한 논의도 불가하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또 통합측이 계속 독단적으로 WCC 총회 개최를 주도하면서 교단 연합과 일치 정신을 훼손할 시 통합을 배제하고, 다른 조직을 구성해 WCC 총회 준비를 전개할 의향도 있음을 알렸다.

이 밖에도 3개 교단 지도자들은 WCC 총회가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님을 분명히 하며, "WCC 총회를 개최함에 있어 참여의 폭을 넓혀 복음주의 교회들과 오순절 교회들을 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WCC 총회를 실질적으로 개최하는 회원 교단들을 포함한 에큐메니컬 기관이 내실을 기해 당초 취지에 맞는 WCC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일"이라는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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