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WCC 총회 준비 과정에 급제동…교단 간 입장차 분분

대한성공회 김광준 신부 “NCCK가 위기에 빠졌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배태진 총무 “통합이 모든 것 주도하려 해”
예장통합 조성기 사무총장 "독점할 만한 구조 아니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 59회기 3차 정기실행위원회가 22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김진한 기자

WCC 총회 준비 과정에 급제동이 걸렸다. 21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제 59회기 3차 정기실행위원회에서 WCC 총회 준비를 둘러싼 교단 간 갈등이 거칠게 표면화 된 것이다.

대한성공회는 WCC 한국총회 준비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NCCK 실행위원인 김광준 신부(대한성공회 교무원장)는 며칠전 WCC 회원 교단 및 NCCK 앞으로 WCC 한국총회 준비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며 "성공회는 WCC 총회 기획위원회 논의 구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WCC 회원으로서만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실행위원회 기타토의 시간. WCC 총회 준비위원회 구성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를 묻는 한 실행위원의 질문에 김 신부는 "이제까지 WCC 총회 준비위원회 구성이 미뤄진 것은 다름 아닌 실무책임자 선정에 있어서 교단 간 의견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WCC 총회 준비를 둘러싼 실무책임자 선정에 있어 교단 간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음을 설명했다.

또 NCCK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에 관한 우려도 제기했다. 김 신부는 "WCC 총회는 에큐메니칼 선교의 지반을 넓히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복음주의 진영의 교회를 참여시킨다는 이유로 NCCK가 배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NCCK가 2선으로 물러난 채 WCC 총회가 준비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개인적으로 지금 NCCK가 최대 위기에 빠졌다고 본다. 이는 앞으로의 NCCK의 방향과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WCC 총회 준비 과정에 있어 한국기독교장로회 배태진 총무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배 총무는 WCC 총회 준비위원회 구성이 미뤄지고 있는 결정적 책임이 특정 교단의 독단적 리더십에 있음을 확인하며 얼마 전 있었던 기획위의 ‘공문사건’을 끄집어 냈다.

배 총무는 "사전 결의된 내용이 아닌 사항을 공문에 포함해 WCC 본부로 보낸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WCC 본부측과 국내 총회 진행사항을 조율하는 직책인 내셔널 코디네이터(NC)는 기획위 위원들간 이견이 많아 결국 이 직책 자체를 없애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럼에도 공문에는 박성원 목사(통합측)가 대표(Chief) NC로 명기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위원장도 통합, 준비위원장도 통합, 예배 코디네이터도 통합, 가장 중요한 내셔널코디네이터도 통합으로 해서 보냈다"며 "그렇게 해서 기정사실인 양 보내진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통합이 모든 것을 주도하려 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배 총무의 말을 받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정상복 목사(순례자교회)가 WCC 기획위 ‘공문사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음을 재확인하고, 해명을 요구하자 기다렸다는 듯 예장 통합측 조성기 사무총장이 나서 WCC 총회 준비 과정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으며 예장 통합측이 WCC 총회 준비를 독점한 바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조 사무총장은 "WCC 측은 부산총회가 에큐메니칼 진영 뿐만 아니라 국내 복음주의 진영을 포함한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축제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그래서 기획위를 구성함에 있어도 NCCK 회원 교단과 함께 오순절을 비롯한 복음주의 교단 인사들을 상당수 참여시켰다. 그 어떤 결의도 기획위를 통하지 않고 이뤄질 수 없다. 한 교단이 독점할 수는 없는 구조다"라고 반박했다.

기획위가 WCC 울라프 총무 앞으로 공문을 발송한 점에 대해서는 "공문을 발송한 것은 WCC 측이 5월 말까지 준비위 조직을 비롯한 구체적 사항들에 대한 통보를 부탁했기 때문"이라며 "(배 총무 등이)결의가 없었다고 하지만 실무자 선정을 비롯해 주요 결의들이 있었다. 박성원 목사의 직책을 대표 NC로 기록한 것에 대해선 차후 기획위 논의를 통해서라도 시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조 목사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공문에 'NC'를 기입한 것에 있어서 만큼은 교단 간 ‘사용하지 않겠다’는 사전 결의가 있었음에도 통합측이 독단적으로 'NC' 기입을 감행했음을 반증해 준 주장이었다. 

예장통합 김정서 총회장도 기장, 성공회, 기감 등 3개 교단 지도자들이 기획위 활동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낸 것에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나무랐으며 "3개 교단의 입장인지 3개 교단 총무 개인의 입장인지 분명히 하라"고 했다. 이에 김광준 신부와 배태진 총무는 "교단의 입장이었다"고 분명히 밝히며 "총회장의 오해다. 그리고 총회장님 이름으로 성명을 내셨는데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라고 말하자 더는 못참겠다는 듯 김 총회장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렇듯 격한 상황이 연출되자 한 실행위원이 이런 식으로는 어떤 (WCC 총회 준비와 관련해)결론도 나오지 않는다며 폐회를 동의했고, 또 다른 실행위원의 제청이 있었다. 그렇게 제 59회기 NCCK 3차 정기실행위원회는 WCC 총회 준비와 관련해 많은 숙제를 남겨 둔 채 폐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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