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미 FTA 단독 기습처리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에 이어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도 입장을 발표하고,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질서와 경제정의가 송두리째 붕괴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직시하게 되었다"며 한미 FTA가 "극소수의 강자를 위해 절대 다수의 가난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악법"임을 재확인했다.
기장은 23일 낸 입장에서 "한미 FTA법 안에는 자유경쟁을 해서 힘 있는 자는 살고 없는 자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냉정하고 천박한 자본주의의 원리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가치관이 주님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위배됨을 선언한다"고 했다.
기장은 이어 ‘자유경쟁에 의한 경제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나 한미 FTA는 실상 이웃과 상생하기보다는 이웃의 희생을 통해 자신만의 생존을 추구하고, 폭력, 억압, 불평등과 같은 죄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키며 "우리는 신앙의 양심에 따라 한미 FTA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을 돌봐야 할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국민적 합의를 외면한채 한미 FTA 비준안 단독 처리를 강행한 한나라당에 대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지켜야 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저지른 야만적인 폭거를 규탄한다"며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외에 수많은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 채, 한미 FTA를 국회의원 전원회의도 아닌, 한나라당 의원들만으로 날치기 통과시키는 죄악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이는 중소상인, 농민 등 4,700만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끼칠 결정을 불과 151명의 찬성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미 FTA가 추구하는 시장제국주의 질서에 "미국의 이름으로 거대한 투기 자본들이 식량과 건강, 생존권을 무기삼아 우리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마치 옛날의 이집트와 로마제국이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 삼고, 일제가 우리 민족을 식민지로 삼아 억압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뜻에 크게 어긋나는 죄악"이라고 비판했다.
한미 FTA 원천무효를 선언한 기장은 한미 FTA 협정문의 마지막장인 24장 '최종규정' 24.5조 2항을 통해 협정문 폐기 통보의 주체가 대통령임을 언급하며 총선과 대선에서 정의, 평화,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권으로의 이행을 실현해 그 정권으로 하여금 협정 종료를 선언토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종규정'에는 "이 협정은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적시돼있다.
끝으로 날치기 주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기장은 "그들이 행한 불법적 행동에 철저한 반성과 그에 따른 철회의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교회협은 "한·미 FTA 비준안 통과의 과정과 결과가 우리의 신앙인 생명·평화·정의와는 배치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무효화하라 △민주주의를 말살한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여당 대표와 국회의장은 사퇴하라 △연행한 시민들을 즉각 석방하고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찰은 사과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