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반제국적 대항담론으로 본 어린양 예배자들 ‘십사만사천’

“오늘날 짐승인 자본과 시장, 인류의 생명을 위협해”

▲한신대 이병학 교수. ⓒ베리타스 DB
한신대 이병학 교수(신약학)가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2011년 신학사상 겨울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시대에 오늘의 짐승(?)을 인식하고 짐승에게 저항하며 참된 예배의 공동체를 조직하고자 애쓰는 의식있는 남녀 그리스도인들에게 신학적 영감을 제공하는 데 공헌을 해 주목을 모은다.

‘반제국적 대항담론으로서의 신화적 이야기들과 예배’란 제목의 이 논문에서 이 교수는 짐승 예배와 어린양 예배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내용을 담은 요한묵시록(12:1-15:4)의 신화적 이야기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기독교적 예배 서술에 관한 의미를 고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요한묵시록의 신화적 이야기들 속에는 신화적 이야기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기독교적 예배들이 서술된 부분"이라고 짚었다. 요한이 글의 맥락을 분석해 볼 때 개연성이 없는 것 같은 부분을 의도적으로 삽입한 데에 이 교수는 당시 예전이 갖는 의미를 "기독교적 공동체의 기독교적 의식과 반제국적 정치적 의식을 반영한다"고 했다. 예배는 권력의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이었으며 예배는 짐승에게 충성할 것인가 어린양에게 충성할 것인가 하는 결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황제예배는 로마제국의 우상 숭배의 대표적인 현상이었다"며 "요한은 짐승예배가 대세인 현실 속에서 하느님과 어린양에게만 충성하라는 참된 예배를 강조하였다"고 주장했다.

위 요한묵시록의 단락에 내포된 신학적 이야기들과 상징들을 제국의 담론과 요한의 대항담론이라는 점에서 탈식민주의 시각으로부터 그리고 해방신학적 시각으로부터 해석을 시도한 이 교수는  제국의 담론에 반대하여 짐승예배가 아닌 어린양예배에 참여하는 이들은 △첫째로 "여자와 더불어 더럽히지 아니하고 순결한 자들"로 로마의 여신을 숭배하지 않고, 제국의 담론을 수용하지 않는 반제국적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동정과 순결을 유지한 사람들이며, △둘째로 "그들은 어린양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따라가는 자들"이다. 그들은 자본과 무력의 힘을 숭배하는 짐승의 추종자들과 정반대로 어린양의 무력함의 힘을 신뢰하는 자들이다. △셋째로 그들은 "사람 가운데에서 속량함을 받아 처음 익은 열매로 하나님과 어린양에게 속한 자들이니 그 입에 거짓말이 없고 흠이 없는 자들"로 사적인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 또는 순교를 피하기 위해서 그리스도를 부인하지 않는 충성스러운 증인들이다.

어린양예배에 참여하는 시온 산의 십사만사천은 "로마제국 한가운데서 하느님이 일으킨 새로운 출애굽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화된 기독교적 공동체를 상징하며, 그리고 이 공동체에 속한 남자들과 여자들은 하느님을 위한 "첫 열매"로서 나중에 그들의 모범을 따르게 될 거대한 성도들의 무리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은 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죽은자들에 대한 기억을 배제하는 자본주의 사회 한복판에서 죽은 자들과 연대하여 오늘의 짐승인 지구적 자본과 시장의 제국에 저항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새 노래를 배워서 부르는 시온 산의 십사만사천과 동일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의 짐승을 "자본과 시장의 제국"이라고 지목한 이 교수는 "오늘의 짐승은 그 당시의 짐승보다 더 탐욕스럽고, 더 폭력적이다"라며 "오늘날 자본과 시장의 제국의 표가 없는 사람들은 세계 시장에서 배제된다. 그 당시처럼 오늘날에도 짐승에게 저항하는 사람들은 짐승에 의해서 패배당하고, 배제당하고, 그리고 심지어는 때이른 죽음을 당하게 된다"고 했다. 또 "오늘의 제국은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빈곤과 해고와 생태적 황폐화를 자유 시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한다"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가난한 사람들과 제삼세계의 힘 없는 정부들을 억압하는 제국주의의 새로운 얼굴"이라고 덧붙였다.

제국의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겪게될 고초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이 교수는 그러한 이들은 "누구나 민주주의 사회에 부적합한 이단으로 내몰릴 수 있으며, 또한 이로 인해서 자신의 직업과 경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며 "예수가 로마의 제국주의에 의해서 처형된 희생자이지만, 반제국주의적 시각의 신약성서 연구는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연구는 불온한 것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심지어 자본과 시장의 제국을 섬기는 "기독교적" 교회들과 신학자들이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만약 지금 그리스도인들이 자본과 시장의 제국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오늘의 짐승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다면, 그들은 짐승의 표를 받는 것을 거부할 것이며 그리고 대지의 버림받은 자들과 연대하여 짐승에게 함께 저항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죽은 자들이 배제되고 망각되는 오늘의 소비문화 시대에 산 자들은 죽은 자들의 고난과 투쟁과 희망을 기억하고 그들과 정신적으로 연대하여 그들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과 시장의 제국의 반생명적이고 탐욕스러운 우상 숭배적 체제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비폭력적으로 투쟁해야만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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